컬러에 담긴 의미
아래 불안에 대해 쓰다가 문득 불안이가 왜 주황색일까 궁금한 맘이 들었다. 불안, 공포, 혼돈 등의 단어를 생각하면 나는 보라색이나 남색이 더 떠올랐다. 왜 불안이라는 캐릭터를 주황색으로 설정했을까?
확장과 팽창의 주황색
주황색은 차가운 계열의 컬러가 아니라 따뜻한 계열의 컬러이다. 태양의 색상을 그릴 때 노란색, 빨간색과 더불어 사용하는 색상이 주황색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주황색을 그림에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빛을 그림에 담아내려고 했던 사람들이기에 태양의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에 주황색을 즐겨 사용했던 것이다. 파란색과 보색의 위치에 위치하는 색이기에 푸른 그림에 주황색을 포인트로 사용하였을 때 태양의 빛을 더 확실히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황색은 에너지의 방향으로 보았을 땐 축소와 수축보다는 분출과 확장이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주황색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활동적인 느낌, 에너지가 분출하는 느낌이다.
존재감 뿜뿜, 주황색
주황색은 옷이나 사물에 적용했을 때 존재감이 없는 색상이 아니다. 주황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옷을 평범하게 입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주황색의 옷을 입고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주황색은 주목성과 가시성이 있는 색이기에 안전을 위한 색상으로도 사용한다. 미국의 죄수복이나 소방관의 옷 색상도 주황색을 사용한다.
변화와 혁신을 의미하는 주황색
주황색은 빨간색과 노란색의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변화’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앞에 태양의 에너지를 담은 색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와 어울린다. 주황색은 분위기를 환기시켜주고 차가움을 따뜻함으로 변화시켜주는 색상이다. 이런 주황색은 변화와 확장이라는 느낌때문인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에서 주황색을 CI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불안이가 주황색인 이유
영화에서 불안이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감정이다. 추진력이 강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싶어 하는 캐릭터였다. 후반부에 불안이가 공황상태에 빠졌을 때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며 방어막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에너지의 확장을 담고 있는 주황색은 불안이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당황이나 부러움 같은 다소 소극적인 성격들과는 다르게 굉장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불안이는 자연스레 뿜어지는 에너지로 주변의 감정들을 통제하고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라일리가 사춘기라는 변화를 겪으며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감정이기에 주황색은 불안이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담아내기에 적절한 색상임을 알 수 있었다. 왠지 불안이가 히스테리컬하고 키치한 예술가의 느낌이라고 느껴진 것에도 주황색의 역할이 큰 듯 싶다.
별개로 영화와 캐릭터의 색채학
대학생 때 색채학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마지막 과제가 색채에 대해 자유주제의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팀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유령이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팀버튼 영화에서 나타나는 색채를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했었다. 그때 조사를 하면서 영화에서 사용하는 색채가 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팀버튼 감독의 영화에서는 저승과 이승이 나누어지는데 우리가 느끼는 것과 다르게 저승의 색채는 따뜻한 톤으로, 이승의 색채는 차가운 톤으로 나타나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팀버튼 감독은 이승이 오히려 저승보다 더 냉담하고 차갑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캐릭터들도 굉장히 차갑고 냉담한 캐릭터들로 구성하고 색채도 무채색으로 사용했다.
인사이드아웃의 불안이도 그냥 예뻐서 주황색을 사용하진 않았을 것 같았다. 궁금증을 통해 주황색의 의미를 찾아보니 불안이를 주황색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납득이 갔다. 디자인을 할 때도 색상이 담긴 의미들이 큰데 앞으로 영화를 볼 때 캐릭터의 색상을 궁금해하고 보는 것이 디자인 공부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