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서리를 찾아서
오늘도 카페에서 생각을 하는 중이다. 이 세상에 카페와 커피만큼 마음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없다. 잔잔한 노래와 커피 한 잔은 두려움의 파도가 넘실대는 마음을 평온하게 잠재워 준다. 마음의 바다가 잠잠한 것은 거의 이때뿐이다. 살아가면서 늘 나의 마음은 작은 풍랑과 큰 풍랑이 번갈아 치는 바다 한복판이었다. 파도들은 때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정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이 순간뿐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확보하려 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아주 작은 결정도 큰 일처럼 느껴지고 넘어야 할 산으로 여겨진다. 어떤 경험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인지, 나는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자존감, 안정형 등의 평균화된 기준에서 보았을 때 나는 어딘가 하나 고장 난 사람 같다. 차라리 고장 날 거면 멋지게 고장 나면 좋았을 것을? 최근 쇼미 더 머니에 나온 ‘불협화음’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똑같은 것들 사이에 튀는 무언가
동그라미들 사이에 각진 세모 하나
우린 그걸 작품이라고 불러 친구야
- 불협화음, 머드 더 스튜던트(feat.AKMU) 노래 중
나는 완벽한 동그라미가 아님을 숨기고 살아가는 타원이다. 모양이 다름을 인정하고 남의 시선을 극복해가는 세모를 동경하는 타원. 나도 분명 각진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 모서리를 숨기고 싶다. 아니 숨기고 싶지 않지만 숨기게 돼버린다. 나는 늘 질긴 껍데기가 나를 감싸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세모를 감싼 타원의 껍질인 것 같다. 언젠가는 저 껍질을 찢고 나가고 싶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
예전에 했던 성인 애착 유형 검사를 다시 해보았다. 결과는 자기긍정-타인 부정이 나왔다. 결과지를 받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늘 어떤 선 안에서 벗어나기를 꺼려했다.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 내 감정을 밝혔을 때 잘못된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나의 생각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두려웠고 그래서 관계에서 회피하고 싶었다. 더 깊게 친해지지 않도록, 더 깊게 나를 보여주지 않도록. 오늘은 타원의 푸념이다. 안에 숨겨진 모서리를 드러내고 싶지만 겁내 하는 타원의 속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