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어스 원데이토크 : 어른과 어린이의 다른 점은?
이전에 글쓰기 챌린지를 성공하며 필로어스 원데이 프로그램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시간이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다 보니 어린왕자 원데이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어린왕자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 책은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는 것임에도 그 뜻을 한 번에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나는 어린왕자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바오밥나무였다. 어린 시절 어린왕자에서 바오밥나무의 무시무시함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며 얼마나 무시무시한 나무길래 저렇게 조심하라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인터넷을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바보 같은 질문
필로어스 원데이 프로그램은 시작 전 OT처럼 가볍게 프로그램 참여 동기와 함께 책을 읽으며 든 바보 같은 질문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바보 같은 질문으로 '화자는 어른인데도 어린왕자와 어떻게 그렇게 잘 소통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3시간의 토론 속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나도 오늘 내 집으로 돌아가. - <어린 왕자> 중에서
첫 오프닝 퀘스천은 [ 어린왕자는 왜 집으로 돌아가려 했을까? ]였다. 어린왕자는 분명 별에서 떠나왔다고 했는데 돌아갈 때는 왜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을까? 어린왕자는 정말 자신의 별로 돌아간 것이 맞을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돌아간 것일까? 라는 생각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어린왕자의 화자는 철새의 이동을 따라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나 지구로 올 수 있었다고 추측했는데 그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죽음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돌아가야만 했다는 것에도 질문이 던져졌다. 혼자 책을 읽었을 때는 어린왕자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이렇게 깊게 고민할 수 있는 문장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책의 내용에만 집중하면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을 그냥 집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견이 있었고 어린왕자가 돌아간 곳은 화자의 내면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어린왕자와 화자는 같은 인물이며 어린왕자는 화자의 동심이라는 의견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장미, 어린왕자, 화자가 모두 동일인물이며 장미는 화자의 어린 시절, 어린왕자는 청소년 시절, 그리고 비행기 조종사인 화자는 성인이 된 모습은 아닐까? 라는 의견을 던졌다.
그리고 다시 던져진 질문은 [ 그렇다면 어린왕자는 왜 자신의 별을 떠나왔을까? ]였다. 책의 내용으로만 보았을 때는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에서 키우던 장미의 까다로움에 질려 별을 떠나온 것인데 이것 말고 다른 의견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다른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기억이 나는 의견은 어린왕자가 별을 떠난 것은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배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견이었다.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여러 별들을 경험하고 지구에 와서 여우를 만나 길들임에 대해 배우고 자신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를 알게 된다. 지금 드는 생각은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난 것은 장미 때문도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별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좀 더 기록을 해두며 토론에 참여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더 깊은 질문들과 의견들이 있었음에도 기록을 하지 않아 잘 생각이 나지 않음이 안타깝다...ㅠㅠ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책의 내용에만 집중하는 토론이 끝난 후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배경지식이나 자신의 의견에 좀 더 집중해서 대답을 해도 되었다.
첫 질문은 [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였다. 어린왕자에서 묘사되는 어른은 좀 멍청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이 부분에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이제 겉으로는 어른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에 대해서는 크게 3가지 정도의 의견이 나왔다.
- 어른은 행위에 대한 결과를 따지는 사람이다. 어린이는 행위에 대한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 어른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어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
-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점은 겉모습이 아닌 길들여질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다.
가장 흥미로웠던 의견은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점을 '길들임'으로 두었던 선생님의 의견이었다. 어린왕자 토론에서 '길들임'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다뤄졌었는데 바로 이 '길들임'이 어린왕자에서 어른과 어린이를 분류하는 기준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어린왕자가 방문했던 별들에서 어린왕자는 그들과 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들은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길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왕자의 화자는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왕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가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겉모습이 아닌 마음이 어린이인가 어른인가가 어린왕자에서 길들여지는 존재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 <어린 왕자> 중에서
다음 질문은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왕자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났다.
하늘을 바라보라. 그리고 생각해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그러면 거기에 따라 모든 게 변하는 걸 여러분은 알게 되리라.
그런데 어른들은 아무도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어린 왕자> 중에서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역시 나도 어른이구나. 양이 장미꽃을 먹은 게 뭘 변하게 만든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필로 토크를 진행하면서 어린왕자에게 장미꽃은 성장과정에서 가장 큰 깨달음을 준 친구며 무서움을 이기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이유이자 진심을 다해 사랑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다시 마지막 부분을 읽었을 때는 느낌이 달랐다. 화자가 준 양이 어린왕자가 사랑하는 장미꽃을 먹어버리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중요한 것은 관계를 맺어가며 서로의 모습을 이해해 가는 것이 아닐까? 어린왕자가 말했듯이 그 한송이 장미가 어린왕자에게 중요한 존재가 된 것은 그 장미가 비싸다거나 구하기 힘든 장미여서가 아니다. 어린왕자가 바람막이를 씌워준 장미였고 애벌레를 잡아준 장미였기 때문이다. 때론 불평과 자랑만 늘어놓았지만 자신을 사랑해주었고 자신에게 길들여진 장미였기 때문이다.
어린왕자
필로토크 이후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거기서 튜터 선생님이 어린왕자를 묘사한 그림에 의문을 던졌다. 어린왕자의 일러스트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는 것이었다. 한 선생님이 나폴레옹이 생각난다고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보니 책에서 묘사되는 어린왕자는 연약하고 세심하고 가녀린 모습이었는데 삽화 속 어린왕자는 위엄 있고 고귀해 보이는 자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검까지 차고 있다. 애초에 어린왕자의 모습 자체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었는데. 생택쥐페리는 왜 어린왕자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을까?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고 생택쥐페리 개인이 가지고 있던 왕자의 모습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그 모습 자체에 의문을 던진 적이 없었는데 한번 더 새롭게 궁금증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같은 문장을 읽었음에도 각자가 너무나도 다른 생각을 해낸다는 것이다. 밑 색만 칠해진 소묘에 각자 다른 묘사법으로 질감을 올려 더 풍부한 그림으로 완성해 가는 느낌이다. 다음번에도 또 기회가 있으면 참여해보려고 한다.
#필로어스 #어린왕자 #독서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