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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블루 Sep 30. 2022

꼴 보기 싫은 일을 처리하는 법

어려운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대처법

꼴 보기 싫은 일을 처리하는 본인만의 방법은?


나는 디자이너로 일을 하며 나에게 설득되지 않고 내 식으로 표현되지 못한 디자인을 내보내는 일이 가장 꼴 보기 싫은 일이다. 그리고 그 디자인으로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더더 꼴 보기 싫은 일이다. 최근에 이런 일을 다시 겪게 되었고 약간 정신을 차렸다. 아, 앞으로도 이런 일이 정말 많을 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멘탈이 흔들려야 하는 걸까?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결과물과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결과물 사이의 갭이 정말 클 때가 있다. 이번 작업이 그랬는데 미팅을 갔을 때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케치로 보여주었다.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그림이 뚜렷한 것 같았는데 막상 그것을 내가 잘 그려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 겪었던 과정이기에 잘 풀어낼 수 있다 생각하며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은 굉장히 어려웠다. 일단 클라이언트가 설명했던 그림을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참 많았다. 왜 뒷배경을 이걸로 넣으려 했을까? 왜 이런 형상을 넣고 싶어 했을까? 생각해보면 미팅 때 더 정확히 물어보고 이해해야 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일단 모든 요소를 넣은 후에 클라이언트가 그리는 그림이 이것이 맞는지,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이해해서 어떻게 내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결과물이 만들어내야 했다. 꾸역꾸역 결과물을 그려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어떻게든 시각적으로 괜찮아 보이도록, 내 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도록 결과물을 만들었다.


가장 떨리는 첫 시안을 보내는 날. 그래도 만들어낸 결과물이 내 식으로 잘 표현되었고 마음에 들었기에 걱정을 덜어내고 메일을 보냈다. 두 가지 버전을 보냈으니 둘 중 하나로는 선택이 되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9시에 클라이언트 쪽에서 연락이 왔다. 시안은 2번이 괜찮은 것 같은데 이런저런 수정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결정이 났으니 반은 해결되었다 생각을 하며 통화를 했다. 그런데 맘에 든다는 시안 2번에서 확정된 건 사용된 컬러뿐이었다. 클라이언트는 다시 자신의 머릿속의 이미지를 말로 설명하며 모든 레이아웃과 요소를 바꾸기 시작했다. 마음속 깊이 올라오는 욱하는 마음과 그려지지 않는 이미지에 혼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통화로는 수정 사항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자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스케치를 그려주겠다며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잠시 뒤 온 스케치에서 말문이 막혔던 것 같다. 바로 다음날 오전까지 수정 작업을 마쳐야 했는데 새로운 시안 3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손에 꼽히게 최악의 꼴 보기 싫은 일 앞에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너무 온 에너지를 이 문제에 쏟으면서 나의 건강과 기분을 해치지 말자. 일단 시안 3을 요청한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고 나 또한 100% 완벽하게 이 작업을 완수할 필요가 없다. 이 스트레스의 상태로는 작업이 어려우니 일단 잠을 청하고 내일 오전에 클라이언트 스케치대로(원하는 대로) 작업을 해서 빨리 보내자. 어차피 대충이라도 이미지를 만들지 않으면 절대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날은 수정사항을 다시 보지도 않고 잠을 청했다. 너무 혼돈스러워서 머리가 이상해 진건가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멘탈에 도움이 되었다.


시안을 보내야 하기 몇 시간 전인 이른 오전에 눈을 떠서 작업을 진행했다. 주어진 시간은 딱 2시간 정도였고 스케치를 기반으로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한 시안 3을 빠르게 완성했다. 빠른 포기와 약간의 회피가 나의 멘탈을 지켜주었던 것 같다. 이번 일로 꼴 보기 싫은 일을 대처하는 나의 대처법이 몇 개 생긴 것 같다.


꼴 보기 싫은 일이 생겼을 때 

1) 나의 온 에너지와 신경을 절대 쏟아붓지 말자. 정리가 안되고 혼란스러울 땐 그 일을 내팽겨 치고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다른 일로 기분을 환기하자.

2)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작업을 바로 진행하지 않는다. 몇 분, 몇 시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3) 어느 정도 포기하자. 온전히 내 뜻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리고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었다고 툴툴거릴 수 있는 글을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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