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이블루 Oct 31. 2022

나를 채워주는 일

그 ‘일’이 사소한 일일지라도


일하는 내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예전에 종영된 '나의 해방일지' 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주인공 염미정이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결심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대사다.


'내가 사랑스러워요.'


일하기 싫다, 일하기 싫다를 외치고 있으면서도 모순되게 일하고 있는 내가 참 사랑스럽다고 느낀다. 일하고 있는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 이유를 가진다. 여기서 존재로서의 의미를 주는 '일'은 어떤 일일까.


분명 나는 일을 싫어한다. 아니 싫어했다. 하지만 나를 살게 해주는 일도 있다. 어떤 일을 할 때에 나는 생명 줄을 얻듯 채워지고 해방되는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어떤 일은 나를 쇠사슬로 옭아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뒤에서 끌어당긴다. 분명히 고역과 노동으로 느끼는 일과 나를 채워주는 일이 다름을 느낀다.



일. 나를 끌어내리는


나를 끌어내리는 일은 일 속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일을 하면서 '존중'을 받는 느낌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중받는다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일을 선택할 때 이 일을 내가 왜 선택했는지 그 이유는 모두가 다르다. 하지만 그 선택에 내 생각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이 반영되지 않고 선택한 일은 시작부터 질척거리는 느낌이 든다. 스타트 데이가 도살장에 끌려들어 가는 날처럼 느껴지고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선택에 내가 존재해야 일 속에도 내가 존재하게 된다는 사실을 느꼈다. 누군가를 위해 선택하는 것은 나를 인식하지 않는 행동이다. 그 선택이 멀게 보았을 때 나를 죽이는 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을 하는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삶이야 말로 자유로운 삶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타인의 영향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받고 사는 사람이다. 타인의 말 한마디와 시선 한 번이 나를 웃게도 울게도 만든다. 그런 나약한 심성을 가진 만큼 구성원들은 일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내가 일하는 환경, 그곳이 회사든지 아르바이트 장소든지 사업 파트너가 있는 곳이든지 나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낮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일. 나를 채워주는


몇 달간 공허하게 비어있던 마음이 일을 시작하는 순간 단단하게 꽉 채워진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중 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나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다 보면 느끼게 된다. 갈증을 해소하길 원하듯 나의 필요성을 증명받고자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내가 존재하지 않는 일들을 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내 생각보다 일이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사람이었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꼴 보기 싫은 일을 처리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