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어?
뭐 바쁜 것도 아닌데 전화 한 번을 못해봤네.
사실은 요새 힘들어하는 엄마 목소리를 듣기가 자신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
한결같던 엄마가 변해가는 모습은 나한테 조금 벅찼어.
내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아부지 문제까지 듣고 싶지 않았던 게 내 마음이었던 거 같아.
엄마의 힘듦을 알면서 모른척하고 자꾸만 다그쳐서 미안해.
힘든 거 모르는 거 아닌데 늘 나보다 아부지를 선택하는 엄마가 서운하기도 했나 봐.
요즘 엄마를 보면 지호의 장애를 받아들이던 우리를 보는 거 같아.
치매도 장애처럼 마음을 어렵게 만들지.
나도 처음엔 나만 잘 보살피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
이건 누가 뭘 잘하거나 희생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어.
결국 그 문제라는 것과 함께 살아가야 되더라고.
포기할 거 포기하면서.
엄마의 섬김과 측은지심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누리며 살아왔지만 아마 이제 아부지에 대해서 만큼은 엄마도 조금 측은한 마음을 내려놓을 때가 된 걸지도 몰라.
측은한 마음보다
모두가 조금씩 내려놓고
각자의 본분과 그것을 누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즐겁게 살아가는 게 중요한 시기가 된 거야.
나도 엄마.. 매일 노력해.
지호랑 사는 동안 즐겁게 살아보려고.
그래서 가끔은 엄마 힘든 것도 모른척하고 살아. 그래야 나도 내 삶을 살아낼 수 있으니까.
지호한테만 종일 매달려서 있었다면 결코 살아낼 수 없었을 거야.
엄마가 그랬지. 학교 힘들어하면 좀 보내지 않으면 어떠냐고.
그래도 내가 지호는 싫어하는 학교를 보내는 건 그거 또한 지호의 삶이고 세상과 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길이기 때문이야.
사람은 누구든 안식이 필요하거든.
주간보호센터에 아부지를 하루 보내고 오열한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이 찢어졌어.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안 보낸 것도 이해해.
그치만 엄마. 아부지도 이제 살아내야 해. 엄마도 살아내야 하고.
엄마가 하는 헌신이 아부지에게 행복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
엄마...엄마의 삶을 나는 욕심내고 있어.
그러니까 엄마도 조금만 엄마의 남은 여생을 욕심내서 살아줘.
평생을 헌신으로 지내온 엄마가 스스로의 삶을 욕심내라는 게 어쩜 더 어색하고 힘든 일이란 걸 알아.
하지만 강해졌으면 좋겠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져야 할 때야.
엄마.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줘.
이 또한 내 욕심일지라도 꼭 그래 줘.
우리 눈치 보며 혼자 울지 말고 마음도 나눠줘. 오빠에게도. 김서방에게도. 언니에게도.
늘 식사를 못하시는 아부지 때문에
혼자 밥 먹는 엄마가 마음에 걸려.
그래도 끼니 거르지 말고. 몸 간수 잘해.
어버이날까지 딸내미가 머리 컸다고 잔소리가 많았다.
엄마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어.
사랑하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