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톡톡톡토도독..
후드득 후두두둑 둑....
늘 5시쯤 일어나는 지호가 조금 더 일찍 잠이 깬다. 이게 무슨 소린가..
누가 왔나 싶어 눈을 떠보니 집을 두드리는 빗소리인 게다.
가뜩이나 아침 새벽녘이 되면 잠귀가 밝은 아이의 머리맡을 두드렸으니 안 일어나고 배길 수가 없다.
서리로 이사온지 열흘째날 비가 온다.
새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방 식탁에 앉아 창밖을 보니 비가 제법 온다.
바람도 불어 무성한 아카시아 나무가 흔들흔들 손을 흔든다.
비와 바람을 뚫고 꽃내음으로 안부를 전한다.
잘 버티고 있다고.
그 안부가 고마운 아침.
'그래 반가워. 우리도 잘 살고 있는 거 같아.'
그나저나 이렇게 빗소리를 가까이 들은 적이 있었나.
빗속에 앉아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가깝게 울려댄다.
지호도 소리가 궁금한 듯 거실 창을 가만히 내다보다 나가고 싶었는지 신발을 신으려 한다.
'아이고... 아니다 아가야...
아직까지 그렇게 빗속으로 뛰어들지는 말자.'
조용히 다독이고 밥도 먹기 전 커피를 한잔 내렸다.
이상하다.
여기가 어딘가 싶기도 하다.
이전에 살던 아주 번화하고 학교 바로 앞인 비싼 동네를 떠나 차로 30분 거리로 이사를 왔다.
부동산이 들썩이니 다들 부럽다고 했지만 내 손에 있지도 않은 사이버머니로 내가 행복하리라 짐작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배부른 소리라며 상황을 즐기라던 주변의 소리에 나의 촌스러움을 자책하다 하필 그때 집 한 채가 우리 마음에 들어와 버렸다.
분명 이사 가면 몸이 불편해질 텐데 신랑과 나는 두 번 집을 보고 계약금을 보내버렸다. 마음이 편해졌다 겁도 없이.
더 나이 들기 전에 해보자. 그래도 혹시나 모를 일에 되돌릴 수 있는 힘이 남아있을 때 저질러 보자란 심정으로 이름도 내 이름과 비슷한 서리로 이사를 와버렸다.
지호는 아직 새집이 좋은지 안 좋은지 모르겠다. 자라고 나서 9년 동안 아파트에서만 살았으니 숲을 보고 새소리를 보아도 덤덤하다. 그래도 아빠가 텃밭 가꾸는 모습을 구경하며 땅 파는 흉내를 내고 마당에 나가 몰래 신발을 벗어 맨발로 흙을 밟아 보는 걸 보니 나름 친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한여름이 다가온다. 벌써 마당이 타들어가는데 처음 보내는 계절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하는 창문 너머 나무와 새들이 고맙고 반가워 염려는 뒤로 미루기로 했다.
오늘도 무슨 동으로 이사를 갔냐고 물어대는 사람들에게
동이 아니라 읍에 리로 이사 갔어요...라고 답하며 혼자 쿡쿡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꾸만 미소짓게 만드는 서리에서 살아갈 우리의 추억을 기대하며.
우리는 서리에 살어리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