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서리에서. 8

by 슬로우모션

창밖으로 꼬물꼬물

달팽이 하나가 지나간다

그놈 참 느릿느릿 간다 하며

아침을 준비하고

다시 보니

고새 한참을 가 있다

그놈 참 생각보다 빠르네 하며

결국은 참지 못하고

신발을 신고 나가 쪼그리고 앉았다


가까이서 지켜보니

열심인 달팽이 뒤로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가는 길을 응원하려는 인사에

깜짝 놀랐는지

몸을 웅크린다

'미안 미안'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고

숨죽여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한참을 웅크리던 달팽이가

다시금 더듬이를 내고 가려던 길을 묵묵히 간다

끝도 안 보이는 멀고 험한 길일 텐데

알고는 있을까

괜한 걱정이 앞선다


누군가는 하찮다 할 그 작은 달팽이가

편견으로 정의된 느림을 무시하고

최선의 속도로 나아가며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하겠지

생각보다 금방이겠다 싶었다


가다가 힘들고 두려우면 잠시 웅크리고 쉬어가기도 하며

너만의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 길이

꼭 혼자인 것만 같겠지만


누군가는 또 너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단다

그러니 지금처럼 갈길을 가렴

달팽이야

지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