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용기

서리에서. 11

by 슬로우모션

서리에 오고 머릿속에 자꾸 그림이 그려진다

첫발을 내디뎠다 말하기는 민망할 정도로 방향만 돌린 건데 자꾸만 구석구석 그림이 그려진다


거창한 꿈은 아니었지만

뿌옇던 머릿속이 알록달록 따뜻하게 채워지는 그 풍경이 너무도 예뻐서 자꾸 욕심이 난다


내 나이 마흔하나

누군가는 많다 하고

누군가는 적다 할

그저 거저먹은 내 세월이지만

그 숫자만큼 많은 걱정들이

풍경 속에 있는 나를 불러 세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이 성공도 없이 살 수 있을 텐데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에

아무것도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다


지금의 우리에게 실패는 결국 돈이기에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에 대해

시원스레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돈은 행복이 아니라는 멋있는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여긴 내 글 내 마음속이니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어도

많은 것의 해답이 되기에

그걸 실패할 수 있는 그림을 정말 그려볼 용기가 없다


그럼에도

자꾸만

자꾸만

그림에 더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요상한 웃음이 난다


행복하면서

미친것 같다가도

역시나 철이 없다 싶고

그래도 한 번뿐인 삶인데 주먹도 불끈하다

에라 모르겠다 글이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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