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해방촌에 있는 모든 술집을 다 가볼테야
아뿔싸, 후암동에 어떻게 하다가 오게 됐더라.
용산구에서 살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항상 있었다. 교통도 좋고 남산도 있고 그 전에 살던 석관동과는 비교가 안되는 음주가무의 기회들까지..
그래서 이사를 용산구로 오자 마음먹었고 숙대부터 효창동까지 많이 많이 집을 알아봤다.
근데 생각도 없었던 후암동으로 이사를 올줄은 정말 몰랐다.
후암동에 이사오니 해방촌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 때부터 후암동에서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주로 해방촌에 있는 술집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나의 단골 술집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로 혼술을 하다가 친구를 사귀는 곳, 그러니까 혼자 가서 둘, 셋이 되어 나오는 집들.
그리고 내가 한 두번 방문한 술집들까지 조만간 모조리 공개하겠다.
<1>
[회전목마]
*월화 휴무 @hoejeonmokma
*18:00~02:00
신흥시장에 유일하게 남녀 화장실이 구분되어있는 바이며 칵테일, 위스키, 와인을 파는 곳.
이름처럼 회전목마처럼 생긴 바가 인상적이다. 이런 인테리어를 어떻게 떠올렸을까 항상 올 때마다 놀라는 곳.
혼자서도 가고 둘이서도 가고 그러다보니 바텐더 분과 친해져서 혼술하러 자주 가는데 혼술의 장점은 내 얘기를 하고 싶을 때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뉴판에 없더라도 원하는 칵테일은 뚝딱뚝딱 만들어주신다.
<2>
[길바닥]
*수 휴무 @gilbardak
*19:00~03:00
사실 여기가 내가 해방촌에 발을 디디게 된 첫 걸음마 같은 곳이다. 2018년, 혼자 신흥시장에 있는 모든 가게를 가보고 후기를 남기겠다는 객기 하나로 길바닥을 처음 가보았다. 와인 한잔과 곁들일 올리브를 주문했고 올리브가 그런 맛인줄 몰랐던 22살의 나는 얼굴살을 찌뿌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나 2019년 가을 어쩌다가 친한 언니랑 해방촌을 가게 되었는데 생각나 재방문을 한 것이 내가 후암동으로 이사까지 온 이유가 되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한 나의 음주생활..
무튼 길바닥은 최근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치고 더더욱 멋진 공간이 되었다. 사장님을 만난 것도 어연 4년 전, 이제는 결혼을 하신다고 청첩장까지 받았으니 이것을 어찌 그냥 가벼운 인연이라고 할 수 있나? 적어도 나는 그럴 수 없다.
음식 반입 가능, 그치만 조금 나눠주기.
해방촌에서 칵테일이 비교적 저렴한 곳!
<3>
[알덴트]
*금토 만! 영업합니다. 영업시간은 인스타그램 확인 @ardent_hbc
사장님이 투잡이라 금토만 영업하신다. 월화수목금을 회사에 가시고 금토를 가게를 연다니, 언제 쉬나요.
실제로 내가 사장님께 던진 질문이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사장님 대답이 너무 인상깊었다.
저는 이게 쉬는거에요. 제가 좋아서 하는거에요.
이게 바로 덕업일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하는 그의 모습이 부러웠다.
내 일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날이었다.
아무튼, 알덴트는 또 어떤 술집이냐. 흔치않은 주정강화 와인을 다양하게 파는 곳이다.
주정강화 와인이란, 와인에 주정을 첨가하여 도수가 높은 와인이다.
위스키도 다양하고 주정강화 와인도 다양해서 관심이 많은 분들은 꼭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글을 쓰다보니 또 가고싶다. 트러플 짜파게티 필수!
시음도 해주시고, 가끔 안주 나눔도 해주시는 사장님 못잃어요.
<4>
[피치스]
*월 휴무 @peacheshbc
*18:00~02:00
해방촌 오거리에서만 술을 먹던 내가 해방촌으로 내려가서 단골 술집을 하나 더 뚫었다. 바로 이 곳이다.
사장님이랑 친해져서 자주 가게 된 술집, 왠지 모르게 얘기를 하다보면 웃음이 나고 생각이 많은 내가 가벼워지는 공간이라 찾게 되었던 것 같다.
맥주 , 위스키 , 와인 , 칵테일 그리고 안주까지 있는 완벽한 곳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공연이 있다는 매력 포인트가 있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며, 신청곡도 받아주신다.
약간 여유로우면 사장님의 기타 공연도 들을 수 있다.
<5>
[감미식당]
*화,수 휴무 @gammi_sicdang
*18:30~02:00
최근에 들리기 시작한 곳이다. 해방촌엔 소주와, 그와 어울리는 안주를 다양하게 파는 곳이 별로 없다.
있어도 안주가 너무 기름진다거나 치킨집 같이 하나의 안주로 통일해야한다.
그러던 중 이 곳이 생겼는데, 얼마나 단비같은 곳인지. 일식 안주를 파는 곳인데, 사시미가 아주아주 다양하다.
1인에 18,0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좋은 가격으로 대접해주신다.
나는 주로 사시미를 주문하고 소주를 마시는데, 요즘 소주는 '새로'에 빠져있다. 제로 슈가인데도 끝이 깔끔하고 좋더라.
바 자리에 앉으면 가끔 서비스도 주시는 사장님. 문 닫으시면 안돼요.
이렇게 5개의 술집들이 내가 요즘 자주 가는 술집들이다.
이렇게 혼술을 하며 만난 동네 언니 오빠들이 정말 많으니, 나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술 한잔 하고 귀가하는 길의 낮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