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딸내미 Aug 11. 2024

<펜팔 일기 with 자미> 펜팔 글쓰기의 시작.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우리가 함께쓰는 이유. 

말하기 좋아하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쓰기를 좋아하기로 했던 건 2년 전부터야. 처음으로 기록을 시작한 게 바로 네이버 블로그였어. 보고 읽은 것들 중에 나만 알기 아까운 내용을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딱 필요한 내용을 기록해두었다가 '짠'하고 꺼내주고 싶었지. 그렇게 정보 제공 위주의 서평만 쓰다 보니 점점 내 이야기가 쓰고 싶은 거야. 그래서 더 사적이고 전문적인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어. 근데 내가 늘 어려워하는 거 있잖아. 꾸준히 하는 거.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니까 첫 한 줄 완성하는 것도 너무 힘든 거야. 차라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는 게 쉽겠더라니까.



글쓰기에 겁을 먹으니까 점점 키보드 근처에도 안 가게 되더라. 높은 데서 잘도 뛰어내리는 내가 책상 근처에 서성거리는 모습이 꽤나 웃겼어. 물론 일단 써야 한다는 것은 알지. 근데 책 좀 좋아하고 독서가 취미라고 떠들어온 탓에 스스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읽은 만큼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말이야. 어쩜 이렇게 읽기와 쓰기가 다를 수 있니? 나는 솔직히 책에 배신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야. 내가 책을 사랑하는 만큼 책이 밉기도 했어. 이 정도 끼고 살았으면 저절로 잘 쓰게 만들어줄 순 있잖아. 책 요정이 있다면 멱살을 잡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근데…그래도 쓰고 싶더라. 뭘 자꾸만 쓰고 싶더라.



지금은 혼자 보는 일기보다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어. 과거가 되어버린 일에 제목을 붙여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 내 생각과 동의하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 떠오르는 추억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 그러다 보면 마지막에는 나에게 묻겠지? 결국 내 글은 나에게 묻고 내가 대답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 다소 추상적이지만 일단 내 안에 있는 느낌과 이야기를 꺼내 쓰는 것을 시작으로 삼으려고.



서로 이유는 다르지만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한층 짙어질 때쯤 "제2의 요조, 김경선이 돼볼까."라는 나의 가벼운 제안에 넌 원래 로망이었다고 대답했지. 요조, 김경선 작가가 교환일기 형식으로 쓴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오마주 하기로 결정한 뒤 우리의 대화는 사귀기 직전의 가장 뜨거운 커플 같았어. 같이 글을 쓴다는 상상만으로 신이나 당장 시작하자는 말에 네가 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곧바로 세세한 계획들을 쏟아냈던 거 기억나? 그 순간 너도 나만큼 글쓰기를 사랑하고 열망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런 사람이 내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에 감동적이었어.



'우리가 맨날 한 얘기들이 곧 소재야.'라는 네 말에 용기를 얻으니까 책상에 앉는 것이 쉬워졌다. 모니터가 네 얼굴이라 생각하고 한번 떠들어볼게.  아무래도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매번 너처럼 다양한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좀 비현실적이지? 그래도 꿈은 크게 가지라 했잖아. 우리의 글을 읽는 아무나 웃게 해주세요! 추억에 젖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2024.08.11

글쓰기 마감 2시간 전

-딸내미 씀

작가의 이전글 새벽 2시에 먹는 '참치김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