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느끼고 행복하라 < 한식편 - 1. 참치김밥 >
'톡톡' 독서실 총무가 내 어깨를 두 번 두드린다. 시계를 보니 이미 시간은 새벽 1시 50분. 익숙하게 저린 팔을 털어주고 양팔에 낀 토시로 입가에 침을 닦는다.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도착한 독서실에서 밤 10시부터 내리 엎드려 잔 것이다.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기고 잠이 덜 깬 눈으로 독서실을 나온다. 새벽 공기는 늘 공평하게 상쾌함을 주었다. 오늘의 학습량을 다 채워 뿌듯한 모범생에게, 고3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는 어른들의 가르침에 따라 정말 궁둥이만 붙이고 있었던 철 없는 여고생에게도.
자는 것도 열량이 소모되는 일이라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하면 늘 배가 허기졌다. "배고파."를 입에 달고 사는 딸내미를 위해 엄마는 참치김밥 1줄을 포장해 식탁 위에 두었다. 익숙하게 책가방을 사뿐히 내려놓고 식탁에 앉아 쿠킹호일을 벗긴다. 윤기나게 발려 있는 참기름과 고소한 참깨 향이 올라온다. 마요네즈가 섞인 참치로 더 통통해진 김밥의 자태는 늘 짜릿하다.
참치김밥은 새벽 2시에 먹기에 더없이 완벽한 음식이었다. 집 앞 5분 거리에 김밥 가게가 있어 무엇이라도 손수 챙겨주고 싶은 엄마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다. 조리가 필요 없기 때문에 먹기에 편리하며 한 입에 참치, 계란, 단무지, 오이, 당근 등 다양한 재료를 맛볼 수 있으므로 가격 대비 풍성한 맛과 영양을 제공한다. 김밥 한 개를 입 안에 넣으면 먼저 아삭한 단무지와 채소들이 씹히고 촉촉하고 담백한 참치의 촉감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특히 참치를 감싼 부드러운 마요네즈는 자느라 오래 경직된 내 몸을 녹였다. 참치김밥을 제일 좋아하고 자주 먹었던 이유는 한 줄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두 줄도 먹을 수 있었지만 바로 자야 했기 때문에 양심상 한 줄에 만족했다. 결론적으로 맛도 있으며 속이 꽉 찬 참치김밥이 나의 고3 시절 1등 야식이 되었다.
김밥 한 입 한 입을 즐기며 생각했다. 역시 밤에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심지어 배도 불러 행복하다고. 결코 늦게까지 독서실에서 버틴 보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진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