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이 나오는 자리

[다름의 재발견] 제 2 초식

by 김글리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할 때,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도 잃게 된다."

-찰스 휴스 (미국 정치가)


different_1.jpg 남다른 물고기, 하지만 달라도 괜찮아!




넌 왜 다르니?


터키에서 유명한 휴양도시, 안탈랴 Antalya에 도착했다. 숙소 바로 앞에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지중해가 펼쳐지는데,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바로 아침 먹으러 갔다.

%BE%C8%C5%BB%B7%AA.jpg 안탈랴의 지중해

레스토랑은 숙소에 딸려 있었는데, 정원식으로 꾸며져 있어서 멋졌다. 과일, 빵, 커피 등이 뷔페식으로 차려진 아침상에서 내 몫을 떠와 자리에 앉았다. 옆 테이블을 흘끗 보다, 한 남자를 발견했다. 얼핏 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몸이 남달랐다. 보통의 삼십 대 남자였는데, 몸은 열 살 남짓 한 소년처럼 아주 작았다.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유난히 작은 그의 몸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그의 남다른 몸'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는다는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앉은 자리에서 신문을 뒤적거리며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즐겼다. 다른 몸을 가지고도 전혀 움츠러 들지도 않을뿐더러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를 보며, 나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다르다'는 건 독이라고 생각했다. 다르다는 건, '이상한 것, 정상이 아닌 것, 틀린 것'으로 쉽게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큰 키, 다른 여자들에 비해 넓은 어깨를 가진 나를 보면,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왔다.


"어머, 넌 왜 이렇게 크니?"

"왜 이렇게 어깨가 넓어? 운동하니?"

"넌, 왜 그러니?


마치 내가 키가 크다는 게, 어깨가 있다는 게 굉장히 이상한 일이라는 것처럼 사람들은 물어왔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이렇게 태어난 걸!!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몹시 불편했다. 지적받는 것 같았다. 나는 나의 다른 점들을 숨기려고 계속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한국을 나와보니 달랐다.


자부심이 나오는 자리는?


한 번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숙소 로비에 있는데,

세르비아에서 왔다는 아저씨가 날 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동양인들은 다 작던데 넌 크구나, 다르구나.”


그는 내게 넌 왜 그러냐고 묻지 않고, 이상하다는 듯 반문하지 않았다.

'아, 넌 크구나, 남들과 좀 다르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었다. 그게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기분 좋게 답했다.


"맞아, 난 참 달라."

사람들의 시선은 한국과 달랐다. 그들은 나의 다른 점들을 다른 시선으로 봐주었다, 가령 큰 키, 어깨, 얼굴과 같은 신체적 특징에도 '넌 남들과 다르다고, 그래서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반응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나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나는 '다르다'이 '틀린 것 혹은 열등한 것'이라고 여겨서 늘 움츠러 있었다. '다르다'는 건 내게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었고 그래서 외로웠다. 그래서 ‘다르다’는 건, 외로운 것,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몸이 유난히 작은 남자를 보면서 '다르다'는 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떠나 그 자체가 ‘에너지’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다르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모으도록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책으로 유명한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자신의 다른 책 <개인 독립만세>에서 프라이드를 이렇게 얘기했다.


“프라이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동안 나는 다른 글이나 책에서 프라이드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자기 방식이 있고, 자기 방식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프라이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한 말은 지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었다. 프라이드를 얻는 방법? 그런 것은 애초부터 필요 없는 일이었다. 프라이드는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이 바로 자신의 프라이드다.”


맞아. 좋든 나쁘든, '다르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에너지다.

다르다는 건, 그건 내가 틀리다는 게 아니라 나를 나답게 빛나게 해주는 에너지, 곧 나의 프라이드다!

그를 어떻게 잘 써먹을 것인가는 앞으로도 계속 궁리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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