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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Mar 15. 2017

치앙마이에서, 한달 살면 어때?

글쓰기 여행, 엄연한 비즈니스트립인거다


치앙마이.

방콕에서 720km 떨어진 이 도시의 매력은 끝도 없다.

태국에서 방콕 다음으로 크고, 문화가 발달한 도시.

유럽 은퇴자들의 천국, 노마자들이 꼽는 1위 여행지.

싼 물가에 평화로운 분위기가 더해져 매년 100만명 이상의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


그동안 치앙마이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언젠가 한번은 가겠지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게 될줄은 몰랐다.  

치앙마이의 오래된 불교사원 (출처: 익스피디아 공식 블로그)
'러이끄라통 Loy Krathong'이라는 태국 전통의 빛 축제. 태국력 12월 보름에 행해진다는데... 환상이다. (출처: www.chiangmai.bangkok.com)

발단은 약 열흘 전, 3월 초의 어느날이었다.

얼마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치앙마이가 화제로 떠올랐다.

치앙마이?

순간 심봉사가 눈 뜬것만큼이나, 번쩍 귀가 뜨였다.   

당시 나는 '방황'에 관해 책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진전이 잘 안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쓰고싶었던 주제였고, 글감도 많았는데, 왠일인지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고민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책은 올  하반기에 유럽에서 아주 은밀하게 쓰여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책쓰기에 착수하게 되었고, 생각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던 중....치앙마이, 이 단어를 듣자마자, 번개치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4월 한달간 치앙마이에서 책쓰면 어떨까?'

이 생각은 바람이 잔뜩 넣은 풍선처럼 순식간에 부풀어갔는데, 이미 내 몸이 치앙마이에 가 있는 것 처럼 느껴졌고, 벌써 치앙마이에 도착해 한달 동안 글쓰며 잘 살고 있는 내가 보일 지경이었다. 심지어 만질 수도 있을 것처럼 생생했다. 속칭, 마음이 붕- 뜬 상태. 이 정도로 강하게 느낌이 오는 일은  '이유를 불문하고' 반드시 해야한다, 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 내가 저기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출처:www.chiangmai.bangkok.com)


문제는 4월에 할 일들이 예정돼 있다는 것. 그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현실로 생각이 미치자, 다시 치앙마이가 멀어져갔다. 그런데 그 후로 일주일 동안 일이 희한하게 흘러갔다. 4월의 일정이 하나 둘 취소되어 갔는데, 마치 내가 치앙마이에 가야한다고 누군가 나서서 주장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스케줄을 정리되자마자,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얄짤없는 딱 한 달의 시간.

어찌될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내가 가본 적 없는 곳으로, 해본 일이 없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그 과정이 어떨지,

그 결과가 어떨지,

나는 모른다.

다만,

이 순간, 이 하루에 충실하다보면, 최선을 다하다보면 뭔가가 생기겠지. 그렇게 믿을 뿐이다.


"엄청난 분량의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여유를 주자. 자신의 목소리가 지닌 힘을 믿는 법을 배우자. 자연히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방향 설정을 하고 목적지가 어딘지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 목적지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장소에서 나타날지 모른다."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 나탈리 골드버그


내 글이 햄버거가 될지, 푹 끓인 곰탕이 될지, 비빔밥이 될지, 갈비찜이 될지, 야채전골이 될지... 그건 두고봐야 알 일이다. 이번 책은 전 책과는 조금 다른 프로세스로 진행될 거 같다. 내 생각이 좌우하기보다 직관적으로 쓰여지지 않을까? 내가 할 일은, 일단 노트북 앞에 궁둥이 붙이고 앉아 매일 글을 쓰는 것. 내 모든 신경을 여기에 집중하고 싶다. 이미 매직은 시작되었다. 출국 D-day는 3월 28일. 버뜨,


치앙마이, 글쓰기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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