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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pr 08. 2017

치앙마이 오토바이 탑승기

시도때도 없이 뜨는 폴리스 단속팀을 주의할 것!

 모터바이크 탑승기 1편

치앙마이 시내가 생각보다 큰 데다 날이 너무 더워서 도보로 여행하기는 무리가 크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니는 여행자들이 많은데, 나도 그 중 하나. 교통체계가 우리랑 반대긴 하지만 적응하면, 진짜 재밌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치앙마이 폴리스!

타자마자, 글쎄 경찰 단속이 떴다.

 


사실 경찰들이 단속 나오는 건 종종 있는 일로, 

'경찰이 돈이 궁할 때면 단속하러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별로 신임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길 건너에서 경찰 검문하는 걸 보고, 무슨 자신감이 일었는지 나도 검문을 한번 당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굳이 가던 길을 틀어 제발로 검문을 받으러 갔다. 8,500원이나 주고 만든 '국제운전면허증'을 한번 써먹어보고 싶었던 게지. 다행히 경찰이 아주 반갑게 날 세웠고 나도 참 반갑게 검문에 응했다. 당당하게 내 면허증을 보여줬는데, 쓱 하고 보더니 경찰 왈, 
"야, 이 면허로는 오토바이 못타. 벌금 내, 400밧."


뭐? 순간 아주 황당해졌다. 내 발로 걸어가서 벌금을 내는 꼴이 된거다. 하여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런게 어딨느냐, 나는 다 된다고 알고 탄거다. 빌려준 회사한테 확인해봐라!! 라고 오히려 큰 소리 쳤는데,

"야, 니가 탈 수 있는 건 스쿠터야. 근데 이건 모터바이크잖아. 그러니까 벌금 내는 게 맞아." 라고 응수했다.


경찰 말이 일리 있었던게, 내가 타던 바이크는 125cc라서 2종 소형면허가 따로 있어야했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여기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물러설 수 없었다. 자신있게 면허증을 보여주러 검문받았는데, 벌금을 내다니!! 이건 내 사전에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강하게 우겼다. 나를 상대하던 경찰은 몇 마디 더 하더니,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그냥 가라고 했다. ㅎㅎㅎ


다른 외국인들은 잡으면 다 고분고분 돈 내고 가는데, 대체 이런 종자는 어디서 왔나 싶었을게다.

나의 '우기기' 내지 '강력하게 주장하는 기술' 덕에 무사히 물러나왔다. 뭔가 부끄럽기도 한데, 성취감은 장난 아니다. ㅎㅎㅎ  I  Win! 

푸하하. 125cc짜리 모터바이크를 타고 기분좋게!

그런데 끝은 그게 아니었다.



모터바이크 단속기 2편

지난 오토바이 단속 이후, 

경찰을 통해 125cc이상은 따로 2종 소형면허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습득한 나는 이번에는 115cc짜리 오토바이를 빌렸다. 이거라면 내가 합법적으로 탈 수 있을 것이다. 음화화홧! 그런데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나는 115cc짜리 오토바이를 자신있게 몰고 나갔다가,  한 시간동안에만 무려 3번 연달아 단속에 걸리는 기염을 토하고야 말았다! 남들은 한번도 당하기 어렵다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그래.


첫번째는 헬맷을 안썼다고 벌금 500밧. 하지만 헬맷 끈이 고장나서 쓸 수 없어서 지금 고치러 가는 길이라고 (사실이었다) '5번' 설명하고 운좋게 풀려났다. 헬맷을 대충이라도 써야지 안되겠다 싶어서, 머리에 간신히 헬맷을 얹어놓고 모퉁이를 돌았는데, 아뿔싸. 거기에 2번째 단속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이번에는 경찰이 예닐곱이나 되는 큰 무리였다. 이럴수가.  

태국 경찰들이 모여있다

헬맷도 썼고 국제운전면허증도 있었고, 오토바이도 115cc여서 자신있었는데, 역시나 경찰은 고이 보내주지 않았다. 오토바이 115cc라 내 면허증으로는 문제없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안된다고, 400밧 내야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큰 소리로 경찰과 다퉜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경찰이 일방적으로 400밧 벌금고지서를 발급하더니, 억울하면 경찰서 본부로 오라고 철수해버렸다.

경찰이 친절하게(?) 발급해준 벌금고지서. 이거 받으면 빼도박도 못한다.

날은 너무 더웠고, 나는 매우 억울했다. 운전면허증을 압수당해서 어쩔수 없이 경찰서 본부로 가는 길. 가면서 생각해보니, 강하게만 나가면 안될거 같았다. 전략을 좀 바꿔서 이번엔 유하게, 웃으면서 해보자 했다. 하여 경찰서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웃는 낯으로 공손하게 인사도 하고, 사정을 최대한 성심성의껏 어필했다.

벌금고지서를 받으면 이리로 간다. 여기에서 벌금을 내면 압수한 면허증을 돌려준다. 여기 서있는 외국인은 나와 함께 저항하다 면허증을 뺏긴 친구.

"내 국제운전면서증으로 115cc 스쿠터는 몰 수 있다"고 경찰들에게 무려 40분을 설명했다. 4명이나 되는 젊은 여자들이 붙어 내 통역을 해주었고, 그 동안 부서가 3번 바뀌었다. 내가 '인터내셔널 운전법상 B타입으로 125cc 이하는 몰 수 있다'고 강력히 어필했는데 결국 승! 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인정한 경찰들이 벌금내지 않고 가도 좋다고 보내줬다. 예쓰!!! 태국 경찰 만세, 만세, 만세!! 막판에는 경찰과 친해진 나머지 인증샷도 찍고, 아주기분좋게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는데.... 또 경찰이 있는게 아닌가. 이건, 너무 하잖아! 하이고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말이 맞다고 인정해준 태국경찰. 너무 고마워서 인증샷!^^

다시 실랑이를 할 생각을 하니 아득~~해지는데.... 배불뚝이 경찰 아저씨가 날 아주 반갑게 붙잡더니 또 400밧을 불렀다. 내가 국제면허증을 보여주며, 굉장히 침착하게.. 나는 문제없으니 제발 보내달라고 말했다.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또 잡혀서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데... 그러다 경찰이 다른 외국인 운전자와 이야기하는 틈을 타서 내 운전면허증을 슬며시 챙겨서 걍 나와버렸다. 얼렁뚱땅 탈출 성공.


너무 억울해서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흠... 태국에선 내 국제운전면허증으로는 스쿠터도 안되는 게 맞단다. 그럼 대체 첫번째 단속에서 경찰이 한 말은 무엇이며(내 면허로 스쿠터는 몰 수 있다던), 그리고 내 말이 일리가 있다고 보내준 경찰들은 뭐지?? 

 
아무튼 태국에서 법적으로 정당하게 타려면 한국에서 2종소형면허를 따 오던지, 아니면 따로 태국 교통사무국에 가서 태국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시간도 돈도 만만찮고 심지어 시험도 봐야한다. 아.... 이런 제기동. 이제 나의 화려한 바이크 시절은 끝난 건가. ㅠㅠㅠㅠ 내 사랑 스쿠터............이대로 헤어져야 하는가??????? 굉장히 큰 낙이었는데, 상당히 우울하다. ㅠㅠㅠ


(곧 가장 큰 축제인 '송크란'이 다가오는데... 이때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크게 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몸을 조심하라'는 뜻인거 같아.., 당분간은 금할 생각이다, 당분간 바이바이, 마이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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