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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May 25. 2017

치앙마이에서 놓치면 아까운 풍경 1

새벽 6시, 치앙마이에서 만날 수 있는건?

새벽 6시, 아침해가 서서히 떠오른다.

해뜰무렵 산책을 매우 좋아해, 늘 이때쯤 숙소를 나선다.

그런데 이 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 있었다!


바로 탁발승!


보통 새벽 5시 반 정도부터 주홍빛 가사를 입은 승려들이 맨발로 조용조용 골목골목을 누비기 시작한다.  7,8살쯤 돼보이는 동자승부터 여든이 넘은 고령의 스님까지 다양하다. 모두 요강만한 크기의 탁발그릇을 가지고 다닌다. 한명씩 다니기도 하지만, 여러 스님이 길게 줄을 지어 가는 탁발행렬도 볼 수 있다.


태국에선 승려들의 탁발로 하루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시장 근처에 가면 상인들이 스님에게 드릴 밥과 반찬, 음료 등을 파는데, 사람들이 그를 구입해 승려들에게 보시한다.  

스님께 보시합니다! 무릎꿇고 앉은 현지인들.

보시를 할 때는  그 자리에서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러면 보시 받는 승려가 중얼중얼 태국말로 주문을 외며 사람들에게 축복을 한아름 쏟아내어 준다.

보시하는 사람이나 받는 스님이나, 온 마음을 다하는게 느껴질 정도로 매우 경건하다

원래 탁발은 과거 인도 수행자들이 행하던 의식이었다. 이를 석가모니가 받아들여 불교에 도입되었다. 수행자에게는 음식을 빌어먹으면서 자만과 아집을 버리고 무소유의 원칙에 따라 살게끔 하는 수행방식이었고, 음식을 보시하는 속인들에겐 공덕을 쌓게 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부정적 인식을 우려해 1964년에 탁발 행위를 금지시킨 바 있다. 한국에선 책으로만 접하던 탁발을, 치앙마이에서 매일 같이 보게 되니 매우 신기했다.


이렇게 보시를 받은 음식을 가지고  승려들은 하루에 1번 식사를 한다고 한다.  낮 12시 이전에만 식사를 하고 이후에는 금식을 한다고 하는데.... 막상 가보면 통통한 승려들도 꽤 있어서 과연 식사량이 조절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ㅎㅎ

중얼중얼, 스님이 축복을 쏟아내는 중.

나도 보시행렬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안해본 걸 해보려니 선뜻 행동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얼떨결에 현지인의 권유로 한번 하게 되었다. 보시하고 나서  두 손을 합장하고서 스님들이 축원해주는 걸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뭔가 마음이 경건해지는 느낌이랄까.  

'와. 이런 기분을 매일 아침 느낀다면 어떨까?'


그때부터  아침 산책을 나갈 때마다 주머니에 잔돈을 챙겨넣고 다녔다. 아침에 보시하고 축복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니,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되는 스님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해서 스님 두분을 사귀게 되었다.

내가 사귄 노스님 중 한 분. 숙소 근처를 매일 같이 지나다니셔서 자주 마주쳤다

그 중 한 스님은 영어가 유창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두 분다 연세가 많으셨는데 최소 일흔 내지 여든은 넘어보이셨다. 그런데도 맨발로 이른 새벽에 탁발을 다니시니, 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보시할 때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축복을 해주시는데...기분상이지만, 두 노스님들에게 축복을 받으면 기운이 더 강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ㅎㅎ


세상에서 가장 불심 강한 국가

태국은 국민 90% 이상이 불교 신자인 강력한 불교 왕국이다. 국교는 소승불교의 한 갈래인 남방불교이며  불교사원이 전역에 3만 5천여개가 있다. 치앙마이에만 300개가 넘고 근교까지 합하면 1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길거리, 가정집, 가게 등 어딜가나 불상이 모셔진 걸 볼 수 있다.

   

치앙마이 시내에 있는 사찰

 태국의 남성들은 우리나라 남자들이 군대를 가는 것처럼 일생에 한 번은 사원에 들어가 출가하여 승려수업을 받는다. 의무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생에 한번은 최소한 3개월간 승적을 보유하는 게 관행이다.

태국에서 승려의 위치는 매우 높은데, 태국에서 가장 숭배를 받고 있는 국왕이 유일하게 무릎을 꿇고 절하는 사람이 바로 승려일 정도다. 왕족들도 승려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따로 종교를 믿진 않지만,  종교에서 하는 여러 행위들을 좋아한다.

108배나 명상, 기도, 노래하기, 춤추기 (터키에 가면 춤으로 신에게 가까워진다고 믿는 종파가 있다)

등... 의식을 따라하다 보면, 나의 하루하루가 정말 신에게 가까워지는 것 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치앙마이가 더 좋았던 이유는, 이 탁발의식도 한몫한다. 하루를 주고받는 기쁨으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치앙마이에 간다면, 탁발의식에 꼭 참가해보시길!

평소와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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