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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Oct 29. 2017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성공하는 사람들

<또라이들의 시대> 북리뷰

모두가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기업의 혁신을 배우려 할 때, 전혀 다른 생각을 품은 두 젊은이가 있었다. 


 "이제 위대한 기업에게 배우는 혁신은 지겹지 않나요?"  


그도 일리는 있는 것이, 미국 대기업 도산율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대기업이 도산할 확률은 점점 커지고 있다. 1935년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으나 1975년 30년, 1995년 22년으로 점차 줄었고 2012년에는 15년으로까지 떨어졌다.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무려 75년이나 줄어든 것이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말을 빌리자면 창조적 파괴의 힘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창조적 파괴는 기술발전이 낡은 경제 질서를 파괴하고 새 질서를 등장시키는 과정을 설명하는개념이다. (<또라이들의 시대>73쪽 참조)



지금 주류 경제를 지배하는 여러 원리는 250여년 전 산업혁명때 나온 것들이다. 이 시스템에 잘 맞는 순응적이고 생산성 높은 노동자가 칭송받아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더이상 숙련과 효율을 약속했던 표준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알렉사 클레이, 키라 마야 필립스 이 둘은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세계경제를 바라보고 싶었다. 그들이 찾고 있었던 건 독특하고창의적인 작업방식을 만들어낸 혁신가들이었다. 그래서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5000개 이상의 사례를 수집했고, 그 중 창조적이며 극적인 결과로 이어진 30개의 사례를 추려냈다. 그리고 해당자들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 파리의 지하터널, 중국 광저우의 번화가, 소말리아의 감옥, 물에 잠긴 태국의 해안 마을을 돌아다닌다. 저자들은 작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천만원의 자금을 마련해두었다. 사실은 이들의 작업방식 자체가 이미 남다른 면이 있었다.

  


또라이들의 시대

그들의 작업 결과가 바로 <또라이들의 시대> 책이다. 이 책에선 또라이들을 the misfits라고 부른다. 부적응자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창조적 또라이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스스로 정한 기준을 철저히 따르고, 그걸 위해서 큰 리스크를 감수하며, 열정과 도전으로 자유와 독립, 성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창업자들과 비슷하다. 이들은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기존의 체제를 지우고 새로운 시스템을 세우는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아웃사이더들이다.” (위 책 38, 47쪽)


책에서 '창조적 또라이'들은 다른 말로 '혁신가'로도 정의된다. 기존 기업들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의 테두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기 때문에  더 기발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일하기 때문에 주류 사회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업 방식을 생각해낸다. 배워야 할 점은 바로 그런 것들이라고 이 책에선 말한다.   


하지만 해적, 전과자에게서까지 배우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은데, 저자들은 그들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의 범법 행위가 아닌, 비주류적 기질에 초점을 맞춘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이야기가 보통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순한 몽상가가 아니라 진정한 혁신가가 되기 위해선, 훔치든 베끼든 남에게 묻어가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그게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해적, 해커, 갱단, 거리예술가 등 '비주류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B급 인생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산다는 사람도 없고 파는 것도 불법인 '낙타유' 사업을 개척해 성공시킨 MBA 졸업생을 비롯해, 단돈 100만원으로 50억을 번 영화제작자의 꼼수도 나온다. 감옥 재소자들에게 창업가의 기질이 있음을 간파하고 그들의 창업을 돕는 일을 시작한 벤처 캐피탈리스트 이야기도 있다. 전과자 재범율을 40%에서 5%까지 떨어뜨린 기적의 프로그램이었다. (디파이 벤처스: 전과자들의 창업을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


역사상위대한 도발자들은 모두 우리로 하여금 다른 종류의 진실을믿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 대담함을 지니고 있었다.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만큼 미친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애플의 광고문구처럼 이들은 자신에 대한 굳은 믿음과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해간다.  


자립교육운동가인 키오 스타크는 박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존 교육 제도에 불합리한 제약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중퇴했다. 그리고 정규교육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제공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내 목표는 학교를 고치는 게 아니라 배움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학교가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


파리에는  UX(Urban Experiment 도시의 실험이란 뜻)라는 비밀 지하 조직이 있다. 이 조직원들은 밤에만 활동하며, 파리의 지하터널을 오가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들의 임무는 무엇일까? 은행을 터는 걸까, 아니면 스파이? 놀랍게도 이들은 ‘잊힌 프랑스 유산을 돌보는’ 일을 ‘몰래’ 하고 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밤마다 몰래 숙련된 작업자들이 모여 그를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합법적이고 좋은 일인데 이들이 왜 굳이 비합법적으로, 몰래 움직이는 걸까? 

"우린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를 거부한다.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사명감만으로 움직이고 싶다."


 이들에게는 근본적으로 기성 체제가 만든 관습에 도전하려는 속성이 있다. 형식파괴는 또라이들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사회가 정한 규정과 방침이나 남이 정한 인센티브가 아니라.내적 동기와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다른 사람의논리나 명령을 따르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대부분 스스로 보스 역할을 맡거나 아니면 룰을 직접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는 집단에서 활동한다.


옥스퍼드 대학교 MBA 교수인 레이철 보츠먼은 이런 창조적 또라이들의 성공비결로 다음을 꼽는다. 

"요즘처럼 모두가 비슷비슷한 교육을 받고 고만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때일수록 더욱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창조적 또라이들의 성공 비결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솔직했다는 것이다."



창조적 또라이들의 5가지 행동 원칙

두 저자는 전 세계 창조적 또라이들 간에 주요한 공통점이 있음을 간파했다. 그들은 허슬, 복제, 해킹, 도발, 방향 전환의 5가지 행동원칙으로 정리했다. 


1. 허슬 -안 되는 것도 어떻게든 되게 만든다. 기회를 찾아 움직이고, 스스로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낸다. 무에서 유, 즉 즉흥적으로 운명에 대응해 어떻게든 일을 되게 하는 것이다. 

2. 복제 - 남의 아이디어가 더 좋다면 과감하게 베낀다. 완벽하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어차피 없다. 영감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그를 개선시키는 건 가치있는 일이다. 

3. 해킹 - 세상의 모든 것을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것으로 바꾼다. 파괴적 혁신으로 기성 조직의 논리와 규범에 도전장을 던지는 정신을 높이 산다. 

4. 도발 - 당연해 보이는 모든 것에 도전한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도록 만든다. 답을 몰라도 상관없다. 새로운 무언가를 위한 여지를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5. 방향전환 - 새로운 길로 나서는 용기다. 스스로 확신이 없을 수도 있고, 내부 저항이나 사회적인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용기다. 꼭 필요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든다.

 

창조적 또라이들은 위의 5가지 원칙으로 원하는 것을 이뤄낸다. 일단 생각한 것을 망설임없이 저지르고 본다. 저지르는 과정에서 해킹도 하고복제도 하면서 아이디어를 다듬는다그리고 필요하면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고 힘을 모은다. 이것이 바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이들만의 방식이다. 




우리의 길?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어요. 다양성, 독창성, 혁신성 등을 품은 비주류 경제권(Misfit Economy)에서 세상을 바꿀 힘도 나오는 거죠. 이 책을 얼마나 많은 부모님들이 사서 그들의 자녀에게 권했을지가 제 주요 관심사입니다.”

알렉사 클레이 (이미지 출처: 매일경제)

저자 중 한 명인 알렉사 클레이는 <매일경제> 와의 인터뷰(2016. 10.13)에서 한 말이다. 기술발달로 2030년에는 현재 있는 직업 중 80%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일자리와 교육 컨퍼런스 2017.10.25)   확실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취업이 힘들어진, 그야말로 답이 보이지 않는 시대야말로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또라이 기질’을 가지는 게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무척이나 흥분해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읽고나서 실망한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그냥 사례를 나열해 놓아서 와닿지가 않는다부터, 뭔가를 배울 줄 알고 읽었는데 배울게 하나도 없다던가, 또라이들이라고 해서 다른 뭔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다 있는 것들 아니냐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사실 이 책은 성공처세술은 아니다. 읽고나서 내 삶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도 없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발상으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가는 사람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감과 신선한 아이디어는 도처에 많다. 특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줄 알고 틀을 깨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 책처럼 떼로 만나서 한데 모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어제의 방식이 내일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또라이든 뭐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정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내일에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들. 그래서 궁금해진다. 

만약 사람들이 불합리한제도와 상식을 거부하고
각자의 본래 모습대로 살기를 결심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여기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삐딱이, 반역자, 문제아, 반항아,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 그들은 규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것을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들에게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찬양할 수도 있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류를 전진시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만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 애플, '다르게 생각하라' 광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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