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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Feb 10. 2018

나만의 작명소

It's a Just Brand


넌, 누구냐


내 사부는 스스로를 '변화경영전문가'라 칭했다. 20여년간 자신을 불러왔던 회사의 직함을 뿌리치고, 독립하면서 스스로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는 전문가보다는 게릴라에 가까웠다. 사람들의 마음을 선동시키는 단어를 구사하기를 즐겼고, 실제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찬 물을 끼얹어 깨우고 싶어했다. 문득, 잠에서 깨어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도록 만들고 싶어했다. 변화경영 사상가는, 그런 그에게 참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넌, 누구냐


페북이었든가, 어떤 기업의 임원은 스스로를 '최고모험책임자 Chief Adventure Office'라고 불렀다. 매우 탐나는 이름이었고, 그런 이름을 당당히 쓸 수 있는 그의 용기도 탐났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내 지인은 정해진 사무실이 없다. 그는 커피숍, 친구 작업실 등을 전전하며 일했는데도 자신의 작업실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노마드 스튜디오 Nomad Studio', 그는 늘 어디론가 이동해야하는 작업실에 그런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자신이 가는 곳은 모두 자기 작업실이라는 당참이 느껴져서 그것도 참 탐이났다. 



브랜드? 에이, 작명소 


나는 오랫동안 브랜드에 꽂혀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의 '브'자도 모른다. 이론은 배운 적도 없고, 관련된 책은 꽤 읽어왔다. 그 대상을 상징하는 특정 단어들은 나를 매혹시켰다. 희한하게도 브랜드가 되면, 이전과는 다른 가치들, 이미지들이 따라붙는다.


예를 들어, 애플 Apple 하면 사람들은 '사과'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먼저 떠올린다. 자기만의 방식을 지닌 오리지널 씽커들이 만들어가는 최첨단의 회사라고 인식한다. 애플이 만드는 제품들을 좀 달라보인다. 애플의 컴퓨터, 애플 스마트폰, 애플... 만약 애플이 호텔을 지으면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은 매우 '쿨' 한 어떤 이미지를 상상할게다. 심플하면서도 최첨단의, 유려한 디자인과 수 많은 기능이 숨겨진, 미니멀리즘의 극치인 그런 공간. ㅎㅎ


이름을 지어주면, 그 대상에는 새로운 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작명을 자주 한다.  주변의 물건들에 이름을  붙여주는 거다. (누구도 원치 않는다는게 함정 ㅎㅎ) 


나와 세계여행을 함께 한 검은 색 캐리어는 이름이 '흑표범'(이 녀석은 몹시 튼튼하다) 이고, 

나와 함께 히말라야를 갔다온 배낭은 '매의 눈'(가방앞면에 눈모양의 붉은 단추가 달려있다) 이며,

역시 함께 세계여행을 했던 악기 팬플룻은 '엘칸도르'(독수리라는 뜻)이다. 

내 잘빠진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천리마'(매우 잘 나간다)이며,

내 노트북은 '아난다(천복, bliss)'이다.


그리고 나, 나는 김글리다.

내가 원래 부모님께 받은 이름은 김귀자인데, 약 3년전부터 김글리라는 호를 직접 지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내 책에도, 내 명함에도 김글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이름을 얻고 나서 내 삶은 좀 변화되었다. 뭐랄까, 움츠려있던 세상에서 벗어나 좀더 대담하게 한 발짝씩 내딛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 이름에는 내 지향점이 들어가 있어서, 누구든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그를 자연히 떠올리게 된다. 김글리라는 이름은 내게 힘을 준다. 그래서 나는 김글리라는 이름을 사랑한다. 


김글리에 담긴 뜻은 너무도 심오하므로 (ㅎㅎㅎㅎㅎㅎ)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쓰겠다.

오, 아마도 어딘가에 올려둔 게 있을 것이다. 심오하진 않고 약 3가지 뜻이 있다. ㅎㅎㅎㅎ


나는 어떻게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이 삶을 살길 원하는가?


내가 끊임없이 되묻는 그 질문들은, 나의 브랜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언젠가 김글리는 또 다른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어떤 이름이든, 그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길. 


- 문득 '작명'이란 말이 들어와서 짧게 쓰는 글... ㅎㅎ


당신은 어떤 이름을, 어떤 꼬리표를 붙여두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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