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명의 마라토너가 실격된 이유
살다 보면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건지, 과연 잘 살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과연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 건지, 그냥 살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 이 길로 계속 가도 괜찮을까? 문득 의심이 들 때 말이다. 그럴 때면 자꾸 두리번거리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라도 확인 받고 싶어진다.
“지금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열심히 살았는데, 왜 행복하지를 않니. ㅠㅠ"
2013년 영국 동북부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무려 5천명이 넘는 참가자가 뛰었는데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조리 실격 처리되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상황은 이러했다. 선두그룹에 가고 있었는데, 1위가 치고 나가자, 2, 3 위 선수는 그와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선가 2위 선수가 경로를 잘못보고 이탈하여 뛰게 되었고 그 뒤를 따르던 3등, 4등… 을 비롯한 5천여 명의 선수들도 다같이 길을 잘못 들게 되었다. 결국 정확한 경로를 따라간 선두주자만 대회의 유일한 완주자가 되었고, 나머지 5천여명의 주자들은 결승점을 통과하고도 264미터를 덜 뛰어서 전원 실격 처리됐다.
참으로 ‘황당하고 억울한’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실격 처리된 선수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으며, 단 한번도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승점에 도달해서야 자신이 경로를 벗어난 길을 뛰어왔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경영학의 대가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수많은 기업연구하며, “빨리 가는 ‘속도’ 아니라, 제대로 가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내가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아무리 빨리 가봐야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가 닿을 일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실격 처리된 이들에게 잘못은 없었지만 단 하나,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
뛰는 동안 ‘이 길이 맞는 건가?’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걔 중에는 자신의 방향대로 가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열심히만 뛰는 사람도 있다. 방황하는 자들은 그 사이 어디쯤이다. 무리에 휩쓸려 무작정 뛰다가 홀연히 멈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 뛰고 있는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대개는 이런 시간을 자책하거나 쓸모 없다고 여기지만, 사실 이런 순간이야말로 ‘인생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볼 더 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방황은 속도가 아닌 ‘방향’을 재설정하는 시간입니다. 지금 이 길이 맞는지, ‘잠시 멈추어보라’는 내면의 외침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만약 ‘지금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
이런 물음들이 자꾸만 생성된다면,
열심히 살았는데도 뭔가 공허하고 허무하게 느껴진다면,
잠시 멈추고 내가 왜 뛰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그건 방향을 다시 설정하라는, 내면의 외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