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모작 인생, 나는 언제 행복한가?

자신만의 행복 기준 만들기

by 김글리

길 위의 수집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 제니 Jenny 라는 영국 아줌마를 만났다. 으레 그렇듯 제니는 내게 왜 여행을 시작했는지 물어왔다. 왜 여행을 시작했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참을 주절거렸다. 그걸 다 듣고 난 뒤 제니가 말했다.


"그럼 네 여행은 리서치research구나."


맞다. 내 여행은 리서치였어, 새삼 내가 하고 있는 여행의 의미가 보였다.


나는 일년 넘도록 세계를 돌아다니며, 앞으로 어떻게 살지, 내 길로 어떻게 갈 것인지 삶의 정보를 긁어모으는 중이었다. 내 길을 찾아나선 탐험가이자 길 위의 수집가, 그게 나였다. 길을 나선 건, 하나의 물음 때문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내가 얻고자 했던 건 단 하나, '내가 어떻게 살지 스스로 기준을 만드는 힘'이었다.



"나 김치찌개 진짜 좋아해."

2012년 세계여행을 시작해 1년 반이 넘게 세계를 돌아다녔다.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거쳐 여행자들의 판타지아라 불리는 남미로 들어갔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거쳐 '꼬르도바 (cordoba)'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꼬르도바는 아르헨티나 제 2의 도시로, 와인이 유명하다. 나는 미리 예약해둔 여행자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을 도와주던 숙소 주인장이 내 여권에서 '꼬레안'를 확인하더니, 다짜고짜 내게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고백해왔다. 그의 이름은 갤(Gal), 이스라엘 사람이었다. 우린 그렇게 말을 트게 되었다.

하루는 아침을 먹는데 갤이 슥~ 다가오더니, 은밀히 말을 건넸다.

"이 근방에 진짜 잘하는 코리안 레스토랑이 있어. 같이 안 갈래?"


갤이 알려준 한국음식점은 숙소에서 멀지 않았다. 갤은 앞장서서 몇 블럭을 꺾어 들어가더니 간판도 없는 어느 건물에 섰다. 그리곤 쿵쿵쿵,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뭐야, 간판도 없고 문도 잠겨 있는데... 설마 여기가 식당이겠어???' 하는데, '덜커덩' 문이 열렸다. 좁은 복도를 지나 안에 들어가자, 여느 식당처럼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절대 갈 수 없는 비밀스런 곳에 지령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ㅎㅎ 재밌는 곳이었다. 메뉴판에는 웬만한 한국 음식들이 다 있었다. 나는 갈비찜을, 갤은 김치찌개를 두고 망설이다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비밀식당의 음식맛은 정말 좋았는데, 특히 계란말이가 압권이었다. 우리 둘은 합세하여 모든 반찬을 올킬 시켰다.


다 맛있었지만, 계란말이가 압권이었다.

1년 3모작 인생

갤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록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활리듬을 갖고 있었는데, 1년을 3모작하며 살았다. 그는 일 년을 셋으로 쪼개,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았다. 1/3은 남미에서 호스텔을 운영하며 살았고, 1/3은 동남 아시아에 머물며 온라인으로 관광업을 운영했고, 1/3은 유럽에서 주스바를 운영하며 지냈다.


당시 나는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아니 몇 개월씩 쪼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해봤다. 여행이면 여행, 외국 생활이면 외국생활, 한국이면 한국. 그렇게 무 자르듯 살아야 하는 걸로만 알았다. 그런데 몇 개월씩 나눠서 돌아다니면서 일하고 살 수 있다니? 벼농사도 아니고 1년 3모작하듯 꾸려가는 그의 사고 방식이 신선하고 놀라웠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갤은 자기가 언제 행복한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갤은 순두부찌개를 아주 맛있게 떠먹으며 말했다.


“난 있잖아, 다른 사람들처럼 한 군데서 사는 것보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게 훨씬 더 맞아. 정착해서 살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게 정말 좋아.”


1년 3모작하듯 꾸려가는 그의 방식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갤은 자기가 언제 행복한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언제 행복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했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


영어로 '행복Happy'의 어원은 '우연히 발생하다 happen'에서 왔다. 우연히 발생하는 것, 즉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라는 말이다. 하버드대에서 행복학 강의를 하는' 탈 벤 샤하르' 교수는 행복을 "즐거움과 의미가 공존하는 '주관'적인 감정" 으로 정의하는 데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언제 행복하느냐,를 찾는 일이다.


3년 넘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관찰해왔다.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사람들과 밥먹고 낯선 곳에서 잠자고, 낯선곳에서 똥누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았다.


9년 동안 여행한 남자도 있었고, 19살때부터 전세계를 다니며 자기 살 땅을 고르던 청년도 봤다. 일년에 2~3개월씩 7년 넘게 여행하는 50대 아주머니도 보았다. 그들은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고, 도전하고, 실험했다. 왜?


"난 그게 좋거든!"


내가 그걸 좋아하니까. 그렇게 살면 행복하거든. 이 한마디로 끝! 참, 심플하지. 이러쿵 저러쿵 이유대고 변명할 것도 없다. 그냥, 내가, 그걸 좋아해. 내가 발견한 행복한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살았다. 굉장히 심플했다.


Lee Chiveralls_flickr_N.jpg 행복은 즐거움과 의미가 공존하는 주관적 감정 (이미지출처: www.flickr.com)




행복에 이르는 길이 곧 my lifestyle


2003년 호주에서 1년 정도 살면서 3달동안 현지인의 집을 렌트해서 지낸 적이 있었다. 집 주인은 아일랜드계 숀 아저씨와 필리핀계 애니아줌마 커플이었는데, 애니아줌마가 참 인상적이었다. 애니아줌마는 작달막한 체구에 수수한 차림으로 별로 가진 것도 없어 보였는데도 늘 행복해보였다. 항상 에너지가 넘쳤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는 내가 물었다.


"애니 아줌마, 아줌마는 어떻게 매일 그렇게 행복해 보이세요?"


애니 아줌마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슬픈게 싫어요. 슬플 이유가 어디 있나요? 난 다 가지고 있는데.
우린 '행복해야' 해요. 지금바로."


살이 10키로 빠지지 않아도, 돈이 1억 정도는 있지 않아도, 아니 그런 조건 없이도 행복할 수도 있다는 게 참 신선했다. 애니아줌마는 자신만의 행복한 기준이 있었고, 그녀의 일상은 다이나믹하거나 화려하지 않았지만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이 있었다.

우리에겐 저마다의 행복이 있다. 내게 행복은 깊은 만족감이다. 이 만족감은 '재미'와 '의미'에서 나온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재밌고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한 편 쓰고 나면 그 만족감이 장난이 아니다. 세상을 다 준다해도 바꾸고 싶지 않은 만족감이다. 여행도, 코칭도 그런 만족감으로 한다. 김어준은 "행복에 이르는 방도의 가짓수가 적을 수록 후진국이다"는 말을 했는데,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을 수록 부자가 아닐까 싶다. 행복이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며, 그리고 결국은 그 길이 내가 원하는 삶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건 누구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우연이지만 필연으로 정해지는 것. 서로가 다른 만큼 다른 생활방식이 존재해야 하고, 그게 맞다. 여기에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쁨의 기준은 없다. 다만 그 방식의 주체가 '행복한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가' 가 관건.

이젠 '이렇게 살아라'가 아닌, '이렇게 살 수도 있다' 는 관점이 필요하다.


당신에게 행복에 이르는 길은 무엇인가?


내 행복의 길은 어디인가? (이미지 출처: www.flickr.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야매인생, 한번쯤 마음대로 살아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