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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pr 18. 2016

마추픽추 가는 길 1

다른 길도 있다.

죽기전에 한번 가봐야 할 여행지라고 세상이 극찬하는 곳, 마추픽추.


그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쿠스코에 왔다.


쿠스코에 오다

쿠스코는 인간이 신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건 모르겠지만, 마추픽추가 아니더라도 한번은 오고 싶은, 아주 이쁜 도시다.


웬만한 곳들은 다 걸어서 다닐 수 있고,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전통의상 입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왔다갔다 하는 사이를 걸으면, 그냥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다.


광장은 또 얼마나 이쁜지. 야경도 기가 막힌다. 야경을 보며 커피나 맥주 한잔 하고 있으면,

여기가 동화속 세상은 아닐까, 싶어진다.  그래서 며칠이고 일정보다 길게 눌러붙는 여행자가 많았다.  


아르마스 광장 야경



마추픽추를 가는 방법

마추픽추가 워낙 울트라급의 여행지라,

입장권과 차편은 매진이 쉽게 되기 땜에.

일찌감치 예약해둬야 한다.

대부분 다음 두가지 방법으로 마추픽추를 간다.


1번. 기차를 타고 간다.  (잉카레일/ 페루레일)

장점: 편하다. / 단점: 표를 구하기가 어렵고, 졸라 비싸다. 


2번. 마추픽추까지 뚫린 정통 잉카트레일을 이용해, 3박 4일 트레킹을 한다.

장점: 페루의 산수를 구경하며 색다른 모험을 즐길 수 있다.

단점: 졸라 힘들며, 최소 한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500~700달러로 정말 비싸다. 

(단, 짝퉁 트레일길은 그 반값정도로 갈 수 있고, 예약도 바로 된다. 하지만 역시, 땡기지 않는다)


표 끊으려고 돌아다니다 그만 배알이 뒤틀렸다. 모든 게 페루 물가에 비해 너무 심하게 비쌌던 거다.  게다가 어느 경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차는 너무 쉬운데다 너무 비쌌고, 트레킹은 너무 비싼데다 너무 힘들었다. '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차 아니면 잉카트레일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관광사무실을 여러군데 드나들며 정보를 알아보고, 인터넷을 뒤지다, 샛길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다른 길도 있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하며, 버스와 도보를 이용해서 가는 아주 저렴한 방법, 이 있었다!!!

 방법은 이렇다.

일단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까지 봉고로 이동하시오. 그곳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까지 철길을 따라 30키로를 걸으시오.
(단, 들개 주의, 기차 유의, 목숨 조심)

그래, 이거야!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목숨이야 어차피 내 소관이 아니고, 기차는 조심하면 되고, 들개는? 걘 만나고나서  생각해보지뭐.

 마음을 정한 나는 당장 짐을 꾸렸다.

기분이 날아갈듯 좋았다.

그래 이거야 이게 내 방식이라구!


쿠스코에서 작은 봉고를 타고

이곳, 오얀따이땀보라는 마을로 들어갔다.

자그마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인데, 관광객이 절반이다. 여기서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이 내가 걸을 길이기도 했다)


원래는 하루만 묵고 가려고 했는데, 평화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하루를 더 묵었다.

골목골목이 자갈길로 되어 있어 운치가 있었다.

이곳 사람들의 옷차림은 아주 화려했다.

리마 같은 대도시에선 현대식으로 입지만,

 조금만 시골로 가면 무조건 전통복장이다.


풀세트는, 모자 (중절모나 꽃모자) + 직접짠 가디건 + 무릎까지오는 A라인 치마 + 망토 + 플랫슈즈.

이러면 페루전통 여인네 스퇄 완성!

부족 혹은 지역에 따라 옷 색깔이나 모자문양이 달라지지만 기본은 딱 저거다.

. 길거리에서 이들을 마주치면 신기하기도하고 예쁘기도하고.. 계속 보게 된다.

 마치 내가 경주에 갔는데,  경주사람들이 신라시대 복장을 하고 일상 생활 하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페루는 걸어만 다녀도 박물관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마추픽추 가는 길

오얀따이땀보를 뒤로하고 마침내 마추픽추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마추픽추의 베이스캠프인 '아구아스깔리엔떼'까지는 철길이 이어져 있다. 약 30키로쯤되는데, 대략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제부터 나는 기차 꽁무니만 보고 가면 되는거다.

 다만, 깔려서 납작 오징어가 되지 않으려면 앞뒤로 수시로 기차가 오지 않는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그것말고 별로 어려울 건 없어보였지만, 들개가 있을 수 있단 소리에 살짝 쫄았다.  

참고로 나는 개에 쫓긴 트라우마로 개를 무척 무서워한다. ㅡ.ㅡ

(세상 모든 신이시여, 부디 저를 지켜주시옵소서.ㅠ)


가는 길은 아주 예뻤다.  

저 멀리 구름덮힌 산봉우리도 보이고,

길 옆으로 온갖 이름모를 식물들이 많았다. 산양처럼 생긴 동물들도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고.

무엇보다 이 길에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아,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다니.... 너무너무 행복했다.

홀로, 자유로이, 천천히  

내 맘껏 즐겨주리다. 음화홧

처음엔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나의 선택이 최고였다며 추켜세우며 신나게 걸었다.

이런 길이라면 내 열번이라도 걸어주겠어....


하지만 그런 패기는, 곧 서서히 달아오르는 땡볕 아래 스러져갔다.

 자갈길에 발이 아파오고, 가방은 누가 자꾸 누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거워졌다.


게다가 중간에 정말로 들개를 만났는데,

혹 나를 발견할까봐, 숨도 못 쉬고 완전 쫄아있었다.

천만다행으로 근처에 인디오 아줌마 아저씨가 있는 걸 발견. 그 옆으로 슬금슬금 가서는 딱 붙어있었다 겨우 피했네.

휴.

길은 정말 예쁜데,

기차 오나 안오나 계속 신경쓰면서 걷다보니, 평소보다 훨씬 빨리 지쳐버렸다. 

신경쓰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감하겠더라고.

기차가 경적소리도 없이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그나마 슬금슬금 달려서 덜 위험했지만,

소리없이 와서, 순간순간 깜짝 놀랐다.  

저 안에 탄 사람들도 나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겠지?

그래도 내가 더 오래 보고 있지롱, 흥칫뿡이다!

날은 덥지, 기차는 신경쓰이지, 발은 아프지. 정말 마지막 한 시간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이제 마지막 구간이다. 이곳만 돌아가면 곧 아구아스깔리엔떼가 나올테다.

아구아스 깔리엔떼는 '뜨거운 물'이란, 이름뜻 그대로 온천이 유명하다.

나는 가자마자 온천에 몸을 풀 생각하면서 열심히 걸었다.

그래, 저 길만 돌면 이제 아구아스 깔리엔떼!!!!!!

마지막 구간에서 반대방향에서 걸어오는 두명의 청년을 보았고, 또 인디오 가족 한무리를 만났다.

무척 반가웠다. 올라!!


드디어 나왔다, 아구아 깔리엔떼스.

아구아스깔리엔떼 골목 풍경 ©Okalbum 출처:flickr.com

 엄청 작은 마을인데 마추픽추 가려면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라, 전세계에서 여행자들이 몰려온다.

거의 모든 집들이 호스텔 아니면 레스토랑이다. 너무 피곤해서 숙소를 잡자마자 바로 뻗어버렸다.

내일이면, 드디어 마추픽추로 오른다. ...냠하하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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