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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pr 19. 2016

마추픽추 가는 길 2

여행자의 로망, 마침내 마.추.픽.추

마추픽추를 오르다

새벽 4시. 잠에서 깨보니 비가 진창 쏟아지고 있었다. 원래는 걸어서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고 6시 마추픽추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구불구불한 길을 이십여분 올라 와이나픽추에 먼저 올랐다.

마추픽추 오르는 길. 마추픽추를 발견한 역사학자의 이름을 따 '하이럼 빙엄'의 길이라고 부른다. 저 길로  셔틀버스가 매 30분 마다 다닌다
와이나픽추에 입장하려고 줄 서 있는 여행객들

와이나픽추(wayna Picchu)는 보존과 위험문제로 하루 400명으로 등산인원을 제한한다. 선착순이라 여길 가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여기 가려고 아래 '아구아스깔리엔떼'에서 버스로 새벽 5시부터 출발한다. 들어갈 때 명부에 이름을 기재하느라 저렇게 줄이 길다.


와이나픽추는 케추아 어로 '젊은 봉우리'라는 뜻으로 마추픽추(늙은 봉우리라는 뜻) 옆에 있는 좀 더 높은 봉우리다. 보통 이곳을 먼저 오른 뒤 마추픽추로 간다. 여기서 마추픽추와 우루밤바 강과 계곡을 전부 볼 수 있다.


오르는 데 경사가 가팔랐다. 뚱뚱한 사람은 아예 지나가지도 못할 만큼 비좁은 곳도 있었고,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난이도가 상당했다. 비는 그쳤지만 산 안개가 자욱해서 발 아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두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추픽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와이나픽추에서 본 마추픽추

 오오....

드디어....


이걸 보려고 내가 발에 물집 잡히고 어깨에 시퍼런 멍이 들어가며 왔다 이거지. 해발 2280미터에 자리잡아 '공중 도시' 또는 '잃어버린 도시'인 마추픽추가 마침내 그 장관을 드러내었다.  

마추픽추 전경


마침내 마추픽추


마추 픽추(machu picchu)는 잉카문명의 대표적 유적으로, 1911년 미국 역사학자 하이럼빙엄이 발견했다.

학자들 추측에 의하면 1460년쯤 세워져 약 100년정도 지속되다, 어느날 갑자기 모든 주민들이 사라지고 도시가 폐허가 되어버렸다. 이는 스페인이 침략하기도 전이었다. 이를 두고 갖가지 설이 떠돌지만, 확실히 밝혀진바가 없다. 이때 잘 써먹는게 바로 '미스테리'. 마추픽추는 모두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실체는 미스테리로 여전히 묻혀 있다.

돌을 촘촘히 쌓아올린 기술을 두고, 잉카의 고대문명으로 놀라온 석조건축술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마추픽추가 가장 잘 보인다는 '파수꾼의 집'에 자리잡고 앉았다.

이곳에서 질리도록 볼 작정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큰, 감흥이 없다.

아... 내가 사진으로만 보던 그곳이구나.... 처음의 놀람을 제외하곤 별다른 감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이리 보고, 저리도 보고, 목을 빼고 보고, 누워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고, 폴짝 뛰어서도 보았다.

 예쁘긴 했다. 잘 보존되기도 했다. 큰 돌을 쌓아올린 기술도 대단해 보이긴 했다. 그런데 그를 넘어선 감흥은 없었다. 아, 드뎌 내가 남들이 극찬하는 그곳을 와보았구나, 친구들에게 보여줄 사진 한장이 생겼구나.

그..뿐...

자 찍습니다, 인증샷!!

그러면서 든 생각.

여길, 내가 왜 그렇게 바득바득 오려고 했지?

나도 그렇고, 다들 터무니없이 비싼 돈 들이고 시간 내서 왜 그렇게 오려고 했을까?


마추픽추에 대해선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이다. 좋아죽는 사람도 있지만, 유명세에 왔는데 기대 이하라고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  한번 갔다오는 걸로 족하며,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고대유적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마주하기엔 부족하다는 거다. 7년 반 동안 전세계 87개국 95,000km를 여행한 일본 청년 이시다 유스케는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 책에서  "마추픽추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실망했으며 명성만큼 큰 감동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멕시코 마야 유적지인 티칼을 되려 극찬했다. 또한 마추픽추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이나 멕시코 유적이 훨씬 낫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해질때까지 오랫동안 마추픽추를 보았다. 풍광이 장관이긴 했는데, 이정도 되는 풍경은 정말 많다. 사실, 풍광으로 치면 마추픽추를 오기 전에 걸었던 그 길이 더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 길 곳곳에 잉카시대 유적들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잘 보존된 건 아니었지만, 그 역시 가치가 있었고, 볼 만했다. 또 세상에 이보다 훌륭한 유적도 실은 많다. 그런데 여기가 왜 이렇게 유명해졌을까? 왜 굳이 마추픽추가 전세계 여행자들의 로망이니, 여행의 고전이라 추앙받게 되었을까?


내려오는 길

커다란 숙제 하나 해치웠구나 하는 느낌에 시원하고 후련했다.  남미가서 마추픽추를 안갔다는 건, 중국에 가서 만리장성을 안 간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마추픽추가 고대의 신비라며 미스테리라며, '와와' 감탄만 하기엔 기분이 찜찜했다.

마추픽추 진입로

잉카문명하면 굉장히 오래된 문명같지만 사실은 14~16세기에 존재했던 신생문명이다. 마추픽추가 잉카문명이 남긴 '공중도시'라며 고대 유적의 분위기를 마구 뿜어내지만, 알고보면 그렇게 오래된 유적이 아니라고. 마추픽추를 잉카제국이 남긴 미스테리라고 하는데, 아직도 이 시기에 이들은 청동기를 쓰고 있었다. 그 시기면 우리나라에선 측우기며, 자격루, 혼천의 등 각종 각종 과학기술이 마구 쏟아지던 때였다.


중남미 문명을 공부하면 할 수록... 중남미에 대한 우리의 시선 -'이채롭다. 미개하다. 순수하다. 고대문화를 그대로 이어 사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라는 등이 일종의 환상은 아닐까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마추픽추가 전세계으로 추앙받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 비싼걸까? 왜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오려고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일까? 마추픽추를 둘러싼 맹목적인 찬사와 환상+ 너무 비싼 비용에 쌍박으로다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



마추픽추, 내가 널 쥐어버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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