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가는 길 3

환상을 좇고 환상을 버리는 여정

by 김글리

여행은 자고로 환상을 좇아가는 것이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환상을 좇아 어딘가로 가서 그 환상을 손에 넣는다.
그들은 그 환상을 얻기 위해 적잖게 돈을 쓰기도 하고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그것은 그들 자신의 돈이고 시간이다.
그러기에 그들에게는 그 환상을 손에 넣을 정당한 권리가 있다."


예전에 내가 호주를 갔던 것도 실은, 호주원주민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다. 그들은 인생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들이라면,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내게 알려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호주원주민을 만나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정말 만나고 싶었던 건 그들이 아니었다는 걸. 나는 그들을 통해 내가 지금껏 믿고 따라온 가치관이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러니까, 누구라도 자신의 '환상'을 만날 권리가 있다. 환상은 실제를 만나면 저절로 물러나게 되어 있다.



환상속의 그대, 마추픽추


잉카문명의 신비

죽기 전 꼭 가고 싶은 곳

신비에 싸인 잃어버린 도시

여행의 고전

전세계 여행자의 로망.....

인터넷에서 마추픽추를 검색하면 온통 이런 문구들뿐이다. 그야말로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환상적인 미사어구들이다. 그 찬사에 걸맞게 마추픽추는 1983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새로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었다. 201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최고의 해외 명소 top3'에도 올랐다.

세계 최고의 관광지답게,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페루를 찾고, 페루정부가 이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어마어마하다. 페루에서 관광 산업은 미네랄, 석유 등의 광업 다음으로 큰 수입원인데 연간 4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중에서 절반이 마추픽추로 벌어들이는 돈이다. (*이 자료는 2008년 기준. 최근 것은 찾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 일단 마추피추로 가기 위해선 세 가지 표가 있어야 한다.

1. 마추피추입장권 - 50달러

2.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가는 기차표 - 200~700달러 (편도 3시간 소요)

3. 역에서 유적지까지올라가는 버스표- 왕복 20달러 (15분 소요) (*2014년 기준)


못해도 하루에 최소 30만원이 소요된다. '에이, 마추픽추인데, 그 정도면 별거 아니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루의 일반 물가가 어느정도냐면, 300원이면 길거리 음료를 한잔 사먹을 수 있고, 밥 한끼가 1천~3천원, 보통 10~20시간 장거리 버스비도 1만원 내외다. 유명한 유적지를 감안하고라도 무지막지하게 비싼 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주 가난한 여행자라도 눈물을 머금고 간다. 왜냐, 마추픽추니까. 에이, 담에 들리지뭐~ 할 수 없는 그런 곳이니까.


왜 그렇게 비싸냐고 하면, 정부의 독점적 운영 탓이다.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나, 정부는 그 길을 아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어렵게 만들수록 독점권이 강해지며, 거기서 벌어들이는 수입도 막대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지난번처럼 간 그런 ‘저렴한’ 방법은 그들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참조: 마추픽추 가는 길 1)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이 여기있다. 페루정부가 독점적으로 교통 및 입장권을 통제해서 다른 선택권이 없게 만들어버린다는 점. 내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하는 선택이라면,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마추픽추 입장권과 기차삯은 계속해서 오를 것이란다. 매일같이 밀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마추픽추가 '파괴'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네스코에서 경고장을 날렸을 정도다. ‘유적지 보호’라는 명분이 붙으면 그 값은 더 귀해질 것이고, 그는 방문객의 주머니와 직결될 것이다.


그렇다, 환상은 비싼놈이다.


나는 마추픽추를 둘러싼 그 신비로움이 '환상'이라고 느꼈다. 마추픽추는 아름답다. 그리고 미스터리하다. 왜냐면 어떤 것도 분명히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날 학자가 고대 문명 유적을 발견했다며, 미디어에서 대서특필하고 각종 이슈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수많은 찬사가 덧붙여지고,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그러면서 거대한 환상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모든 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오래도록 마추픽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신비로운 포장지로 참 잘 포장된 곳이네.'


마추픽추라는 실체보다, 그를 둘러싼 신비롭고 미스테리한 환상이 이 수많은 방문객들을 품고 있는 건 아닐까? 그 환상을 끊임없이 뽐뿌질 하는건 바로 자본이다. 환상은 돈이 된다.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환상을 거래하고 환상을 이뤄주고...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온 사람들은 마침내 마추픽추를 내 눈으로 확인했다며, 만족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 환상을 기반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진다.

사진 1장에 1솔(300원)을 받고 사진을 찍게 해주는 인디오들. 이들도 환상 세계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기차삯이 오른들, 입장료가 오른들,

마추픽추가 죽어도 가봐야 하는 여행지로 꼽히는 한,

그곳에 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늘어만 갈 것이다. 그리고 매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이 환상을 보기 위해 쿠스코를, 마추픽추를 찾을 것이다.



환상을 좇고, 환상을 버리는 여정

나는 다시 쿠스코로 돌아왔다. 마추픽추를 갔다오니 큰 숙제를 한것처럼 후련했다. 하지만 마추픽추를 다녀온 뒤, 이 예쁘기만 하던 이 쿠스코와 거리가 생겼다.

쿠스코는 과장하면 도시를 걸어다니는 사람 절반이 관광객이다. 수많은 삐끼와 현지인 가이드, 얼치기 히피들이 넘쳐난다. 쿠스코에서는 관광 가이드가 최고의 선망 직업이다. 지역 최고 재원은 관광 가이드가 되고, 모든 산업이 관광과 연결돼 있다. 한마디로, 과거가 현재를 먹여살리는 곳이다. 미디어의 포장과 사람들의 환상이 지속되는 한, 이 도시는 잘 살아갈 것이고 계속 성장할 것이다.



여행은

어쩌면 환상을 가지고 떠났다가, 환상을 버리고 오는 여정.

내가 가졌던 많은 생각 꿈들이 환상은 아니었을까 돌아본다. 그토록 갈망하던 세계여행도 막상 떠나보면, 정말로 좋은 건 가끔이고, 대부분은 일상의 연속이다. 뭘 먹고, 어디서 자고, 누구와 무슨 얘길 했고, 뭘 보았고, 뭐가 기분 나빴고… 그러다 가끔씩 뭔가가 굉장히 맘에 들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디로 갈지, 어디서 자야할지는 스트레스가 되고, 몸이 아프거나 사기라도 당하면 왜 떠났을까 후회되기도 한다. 내가 꾼 꿈들이 정말 말 그대로 그냥 꿈은 아니었을까. 꼭 가야할곳도 없고 가지 말아야할 곳도 없는데. 꼭 되어야 할 것도 없는데.... 그것들이 없다면, 난 어떨까?


환상은 실제가 들어오면 설 자리를 잃는다. 비누거품 꺼지듯 모든 빛과 달콤함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온갖 문제와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씁쓸해지고 밍밍해진다. 현실의 맛이랄까. 여행하면서 많은 것들이 내 안에 깊숙이 들어왔고, 내 환상을 하나씩 접근해 깨부수는 중이다. 그냥 살아보면 정말 별 게 없다. 환상 없이만 살 수 있어도, 그 환상 없이 세상과 사람들을 볼 수만 있어도, 정말 많은 게 달라지지 않을까?


상상하지 말고 그냥 살아봐. 해보고싶음 해봐.

해보면 별거 아닌데, 해보지않은 자들이 무수한 ‘말들’로 덧칠하는 거라니까.


누군가의 시선이 아니라,

누군가의 환상 속이 아니라,

환상 걷어낸 내 두 눈으로 이 세상을 보고싶다.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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