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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Oct 08. 2019

빼기의 기술, 내가 아닌 것 버리기

나를 알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

20대때 나는 ‘되고 싶다, 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여 지냈다. 무엇이든지 하나라도 더 많이 흡수하려고 애썼다. 하나라도 더 해보고,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듣고, 하나라도 더 얻으려 했어요. 선택과 집중 같은 건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헷갈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나일까? 나다운 건 무엇일까? 고민하는 내게 지인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면, 내가 싫어하는 걸 안 하면 돼요. 싫어하는 것부터 하나씩 버려가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겠어요?” 


그 말을 듣자, 아, 싶었다. 뭐가 나다운 건지 잘 모른다면, 내가 아닌 것부터 버리면 되겠구나. 좋아하는 게 뭔진 몰라도 싫어하는 건 확실했으니까. 경영철학자 찰스 핸디(Charles Handy)도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더하지 않고 뺄 때, 나만의 것이 나온다


조수용은 네이버 창립멤버로 디자인 총괄을 하면서 초록검색창을 만든 장본인이다. 가장 잘나갈 때 그 뒤 네이버를 나와 무경계 디자인 실험을 한다. 유년시절부터 혼자 옷고르며 디자인 훈련을 했다는 그는 이후 잡지, 식당, 호텔, 가방 등 만드는 것마다 성공했다. 최근엔 카카오톤 디자인 마케팅 부문 부사장으로스카우트되었다. 2018년 3월에는 카카오톡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손대는 것마다 히트를 치는 그가 말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기초는 이렇다.  


“일을 시작할 때, 제일 피해야 할게 있어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사람들은 이걸 좋아할 거야’라는 접근법. 가령 카페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요즘 애들은 드립 커피좋아하지 않나? 인테리어가 중요하지 않나? 너무 뒷골목이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간판도 중요하다며? 이러다가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이상한 엣지만 주게 돼요.  


저는 이렇게 해요. 내가 카페에서 언제 좋았지? 내가 그때 무슨 기분이었지? 아! 그때 메뉴판이 이래서 좋았구나. 그때 음악이 없어서 새소리가 들렸구나. 오로지 내가 좋아했던 순간을 끝까지 추적해서 구체화하고 단단하게 정리해요. 그게 ‘브랜딩'이에요.

그런 다음은 이것저것 안 중요한 걸 빼요. 불필요한 걸 빼고 나면 오히려 남다른 캐릭터가 생겨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남의 경험만 듣는 건 최악, 자기경험을 극대화하라”, 조선비즈 (2016. 10. 29)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버려라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더하지 않고 뺄 때 나만의 글이 나온다”며 자신만의 문체나 화법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무엇을 플러스해간다’는 것보다 '나에게서 무언가를 마이너스해간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기준은 다음 2가지이다.

하나는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


또 하나는 ‘무언가를 추구하기 보다 무언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일이다. 


모두 나만이 아는 것들이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나비처럼 가벼워서 하늘하늘 자유롭습니다. 손바닥을 펼쳐 그 나비를 자유롭게 날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문장도 쭉쭉 커나갑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가로서의 소설가≫ 110p


고 구본형 변화경영사상가는 나이 43세에 나답지 않은 것을 버림으로써 나답게 살아가는 것에 성공했다. 그는 회사를 나와 책을 썼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제자들을 길러냈고, 끊임없이 책을 써냈다. 그는 자신의 기질과 재능, 경험을 잘 살려냈고,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로 그것을 표현해 성공했다. 그는 나답지 않은 것들을 버림으로써 나답게 살기 시작했다.


구본형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닌 것을 버리는 게 곧 모험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된다. 버리지 못하면 얻을 수가 없다. 위험에 직면하는 것, 불안정을 감수하고 나아가는 것. 그것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지만 인간이 성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내가 아닌 것을 모조리 버리는 일, 

나를 찾아가는 모험은 그곳에서부터 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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