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심에 담긴 속마음

내가 되고싶고, 살고 싶은 삶의 힌트가 묻힌 자리

by 김글리


"행복해지려면, 열정을 좇으세요."

"심장이 뛰는 곳을 따라가세요."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면, 꼭 나오는 조언들들입니다. 그런데 열정도 없고, 내 심장이 뛰는지도 희미할 때는? 씨알도 안먹힐 소리죠. 감정을 너무 억눌러버리고 살다 보면, 내가 어디에 끌리는지, 내 심장이 어디에 반응하는지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해왔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찾는데, 심장박동이나 열정 말고도 또 다른 좋은 힌트는 없을까?'


그러면서 알게된 방법 하나가 있습니다. 다른 감정보다 훨씬 더 자주 느끼고, 본능처럼 주체할 수 없이 올라오는 감정, 바로 ‘질투심’입니다. 전통적으로 질투는 매우 부정적인 감정으로 분류되었죠. 질투하면 너 자신을 욕보이는 거라느니, 질투하는 순간 지는 거라느니 하여 질투를 느끼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나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과거엔 칠거지악이라고 해서 질투했다는 것만으로도 부인을 내쫓을 수도 있었죠. 그런데 그 질투에 나에 대한 엄청난 힌트가 숨어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부러워 죽겠는 사람들, 너무 질투나는 사람들. 그 ‘질투’에 내 삶의 힌트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떤 감정이든 본래 선하거나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 건 분명히 어떤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죠. 그런 측면에서 감정을 다시 본다면, 그중에서도 '질투'는 내 안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좋은 이정표가 될수 있습니다. 아직 안 믿긴다면 좀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질투의 재발견


질투란, 기본적으로 내가 하고 싶거나 가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질투는 연인사이만이 아니라, 형제지간, 동료, 선망하는 사람, 부동산, 돈, 외모 등 수없이 다양한 곳에서 분출되죠.


먼저 '질투'라는 감정이 생겨나는 매커니즘을 살펴보죠. 질투란 내가 욕망하는 것과 내 현실 사이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감정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너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질투를 느끼지 않아요. 질투는 나와 비슷하거나, 노력하면 나도 그처럼 될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이 있을 때, 내게 없는 걸 (하지만 원하는 걸) 누군가가 가졌을 때 주로 유발됩니다.


책 <아티스트웨이>(줄리아 카메론)에 따르면, "질투는 지도"입니다. 그리고 그 지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나도 하고 싶지만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는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이, 질투란 가면을 쓰고 나타납니다. 내 것이라 여기면서도 두려워서 하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버젓이 해버렸을 때 느끼는 좌절감. 그게 질투란 놈의 실상이라는 거죠. 그래서 질투하는 것을 잘 들여다보면 나에 대한 엄청난 힌트들이 숨어있습니다.



질투는 지도다. 그를 따라가면... 뭔가가 나온다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내 질투가 향한 곳은?


저는 오래전부터, 자기 이야기를 써서 책을 낸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엄청난 질투심이 일었어요. 특히 가까운 지인이 책을 낼 경우 질투심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누군가가 책을 냈다고 하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내가 쓰면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저건 내가 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에 배가 심하게 아팠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게 글쓰기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다는 사실을.


몇 년 전, 대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뜬금없이 요즘 책 쓰냐고, 물어오더군요.

“아니, 왜?”

“너, 항상 그런 말 했다. ”난 책을 꼭 쓸 거야. 내 꿈은 책 쓰는 거야.“ 라고. 나 아직도 기억나. 그때 벤치에 앉아서 니가 한 말.”


주변 친구들에게 항상 ‘나는 책을 쓸 거야. 내 꿈이거든’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네요. 몰랐습니다. 그런 말 하고 다녔는지. 생각해보니, 제 안에는 글 본능이 있었습니다. 9살 때 김삿갓 시를 너무 좋아해서 칸 공책에 빼곡히 그의 시를 필사했고, 그 뒤로도 무수히 많은 책을 베껴쓰곤 했죠. 중학교 이후 매년 수첩 한 귀퉁이에다 <욕망리스트>라고 하고 싶은 것을 적어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책쓰기’였습니다. 그런 질투에 힘입어 야금야금 글을 써왔고, 좋은 기회를 만나 지금껏 4권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출간책 4권.png 질투에 힘입어 출간해낸 나의 책들



질투심에 담긴 속마음


인간을 '자동차'로 비유하면, 감정은 '계기판'과 같다고 합니다. 감정은 내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질투, 분노, 기쁨, 슬픔 등으로 내게 일일이 고해바치고 있는 계기판입니다. 따라서 감정이 올라오면 그를 판단해서 그를 억누르거나 모른 척 하기 보다, 그를 세밀히 살펴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감정은 계기판.png


이 질투심을 잘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를 넘어,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알 수 있습니다. 나의 질투심을 유발하는 종족을 보면,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제일 부러운 사람은, 너무 질투 나서 밤잠 설치고 속이 꼬일 정도로 부러운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제멋대로 사는 사람’


사회 기준에 과감히 벗어나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생겨 먹은지 알고 그대로 살아가죠다. 누가 뭐라 하든 간, 내가 그렇게 하면 좋으니까 행복하니까 그렇게 산다. 끝! 이런 사람들에겐 ‘멋’이 있었고, 그게 저를 미치게 했습니다. 그렇게 과감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여전히 사회적 기준에 매여, 좋은 사람인척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쓰기 때문이죠.


내 안에 있는 것들은 너무 가깝고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내 감정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들은 내 안의 욕구와 연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질투만이 아니라 모든 감정이 나의 내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내 내면이 어떻게 생겨먹은 세계인지를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내 마음의 전령사인 셈이죠.


나를 미치게 하는 사람들, 부러운 사람들, 질투 나서 속이 꼬일 정도로 부러운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지금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살고 싶은 혹은 되고 싶은 모습이 숨겨져 있지는 않은가요? 질투가 내게 알려주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요?


두 눈 뜨고 잘 살펴볼 일입니다.


질투에 숨은 건 뭘까? 두눈 부릅뜨고 보기 ! (이미지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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