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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l 09. 2020

매일 쓸 수 있는 힘

그들은 어떻게 매일 글을 썼나?


16주 글쓰기 로드맵


지난 달 <16주만에 내 책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어느덧 한달이 지났습니다. 


정확히 6월 4일, 각자 출간원고 완성을 목표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5명의 멤버가 모여 16주의 여정을 시작했더랬죠. 16주는 길다면 길수도 있지만, 책을 쓰기에 절대 짧은 기간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와 로드맵을 아래와 같이 잡고 시작했습니다.  


책을 쓰고 싶어하지만 못 쓰는 데는 이유는 사실 단순합니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려면 어떻게든 글을 써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게 '글쓰기 근육'입니다. 한마디로 글쓰는 습관입니다. 그래서 한 달동안 어떤 주제로든 글을 쓰게끔 했습니다. 매일 쓰는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쓰다보면 자기의심이 생기고, 지루해지고, 고통스러운데 그걸 이기고 혼자서 계속하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1일 1포스팅, 글쓰기 근력 기르기 

글쓰기 근육을 먼저 기르기 위해, 첫 한달간은 1일 1포스팅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블로그/ 브런치 등의 자신만의 채널을 정해두고, 매일 글을 올리는 겁니다. 1일 1포스팅을 할 때 글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어떤 주제도 괜찮고, 분량도 1줄부터 수십장까지 상관없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할수 있는 만큼 올리면 됩니다. 매일 글을 쓰게 하는 건 두가지 효과가 있다. 


1. 글쓰기 근력을 키운다.

글은 쓰고싶을 때 쓰는 걸론 부족합니다.  책을 쓰는 건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이 있어야 하고 그 글들을 관통하는 주제, 키워드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글을 생산하는 능력이 요구되죠. 쓰다보면 시간이 없어서,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라는 변명따윈 통하지 않습니다. 그냥 쓰는 겁니다. ㅎㅎ 기계처럼, 습관처럼 그냥 쓰다보면 영감이 떠으리고도 하고 때에 따라 시간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책을 쓰려고 하면 글쓰기 근육이 있어야 하고 이걸 기르는데는 1일 1포스팅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1일 1포스팅을 진행하면서 멤버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니까 또 써지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압박이 심하긴 했는데, 정말 이렇게 쓰지 않았다면 매일 못썼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훈련이 많이 되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계속 1일 1포스팅을 하고 싶을 정도에요."


2. 어떤 글도 괜찮다.

글을 못쓰는 이유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이겁니다. 글을 '잘' 쓰려고 한다는 것.

하지만 좋은 글은 질이 아니라 양에서 나옵니다. 일단 많이 써봐야 하죠. 경험상 매일 글을 쓰다보면 2~3일은 평범한 글이 나오고, 1일은 엉터리 글이 나오고, 그리고 1번 정도 정말 괜찮은 글이 나옵니다.  와, 이걸 내가 썼어? 하는 글 말이죠. 그런 정도의 글은 매일 써봐야 가끔 한번 나옵니다. 잘 쓰기 위해서라도 많이 써봐야 하는데, 일단 많이 쓰려면 엉터리 글을 써도 괜찮다는 자기 의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걸  쓰면 괜찮을까? 결론이 없는데 괜찮을까? 그냥 내 생각인데 괜찮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졸라 괜찮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크게 관심없어요. 욕이라도 해주면 다행입니다. 대부분 무관심합니다. ㅎㅎ 그러니 그냥 써도 괜찮아요. 어차피 누구도 상관 안한니까. 엉터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록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커지니까요.  



쓰다보면 글감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어떤 글을 쓸지 온갖 것에서 글감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면 과거에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고, 그를 글로 담아내면 되죠. 바야흐로 기억발굴의 시간이 언제고 다가옵니다. ㅎㅎㅎ 


1일 1포스팅의 효과

6월 5일부터 7월 7일까지 한달넘는 시간동안 (정확히 32일) 모든 멤버가 한번도 빠짐없이 1일1 포스팅을 수행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말이죠.3번 이상 글을 못쓰면 탈락이라고 미리 명시해두고 시작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실 한 두번은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원 100% 수행한게 정말 놀랍습니다, 브라보!) 


괴로워하고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멤버들은 매일 글쓰는게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며 입을 모았습니다.


"매일 써나가면서 줄기가 세워지니 좋아요. 그저 해야할 텐데 마음만 있었는데. 이렇게 쓰니까 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노트북에 가두었던 글들이 날개를 달고 있어요 모두 덕분입니다 ~^^"


"나도 작가구나. 나도 글을 쓸 수 있구나. 이걸 알게 돼서 가장 좋았다."


매일 글을 써가면서, 한 멤버의 글이 다음 메인에 오르기도 했고, 신문 칼럼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왼쪽 맨 아래 글 (신치)과 오른쪽 신문 칼럼이 멤버의 글이다


멀리 가려면 같이 써라

우리가 어떻게 한달동안 매일 글을 쑬 수 있었나 생각해봤습니다. 2가지가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1. 굴쓰기의 우선순위를 높였기 때문에

멤버들은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ㅎㅎㅎ 그 전에는 안쓰고 잘 살았는데 말이죠. 탈락이라는 조항도 있었지만 사실 안쓰면 불안할 정도가 된건, 글쓰기의 우선순위가 자의든 약간의 강제성이든 우선순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하려면 그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합니다. 


2. 같이 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가 하고 있는 걸 보고 있는 건 굉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멤버 각자가 카톡방에 글을 공유하기로 하면서, 했는지 안했는지가 표가 났기 때문에 어떻게든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중간 중간 공유했기 때문에 좀 덜 지쳤던 거 같습니다. 역시,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프로 작가가 아니라면 글 쓰는게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작가들도 글쓰는 걸 어려워하는데 당연하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쓰는 걸 계속 미루면 아무것도 결국 못 씁니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쓰고싶은게 많은데 어디서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부터 하나씩 쓰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그 마음부터 써보는게 좋습니다. 그러면 희한하게도 글이 풀려가기 시작합니다. 글은 내 생각, 내 의식과 별개가 아닙니다. 생각이 뒤엉켜 있다면 오히려 글을 쓰면서 뒤엉켜 있던 복잡한 생각을 하나씩  풀어내면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바로 글이 주는 매직입니다.


글쓰기 근력이 어느 정도 생겼으니, 이제 2단계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이젠 다음 단계로 고고고.


지금부터 두 달은 목차와 컨셉을 구체화하면서 원고를 써나가게 됩니다. 대망의 원고쓰기 시간입니다. ^^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참고도서를 찾고 그를 분석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의 관점으로 다른 책들을 분석하다보면 좋은 점과 배울 점이 보이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차별성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어떻게 주제를 구체화시키는지 보게 되죠. 여러 책들을 참고하면서  내 책의 주제와 컨셉을 명확하게 만들어가고, 그를 토대로 목차로 구체화해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목차가 짜여지면 원고의 절반은 이미 완성된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젠 그를 글로 써나가면 됩니다. 


아마 올 여름에는 저를 포함해, 멤버 모두가 땀 꽤나 흘릴 겁니다. ㅎㅎㅎ

하지만 땀이 모여 만들어낼 결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기대되고, 가치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외로운 작업을 함께 나누고 해갈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굉장한 힘이 됩니다. 저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그렇고, 아마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오늘도 압박감에 글을 쓰고 있을 우리 <수상한 북클럽> 멤버와 모든 예비작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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