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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n 25. 2020

무엇을 쓸까

대체 뭘 써야할지 여러모로 고민될 때

무엇을 쓸 것인가? 매일 글을 쓰는 경우든, 혹은 책을 쓰든 경우든  '무엇을 쓸 것인가'은 언제나 고민 됩니다. 글감이 고갈되어 더이상 할 얘기가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대체 뭘 말하려는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입니다. 무엇을 쓸까 고민이 되는 순간은 크게 3가지 경우로 나뉠 것 같습니다.

첫째,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게 무엇이지 모를 때 

둘째, 너무 쓰고 싶은 게 많을 때

셋째, 글감이 고갈되었거나, 뭘 써야할지 도무지 모를 때 


저도 오늘은 대체 뭘 쓸까 고민이 되는데요. 이처럼 무엇을 써야할지 막막해질 때,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무엇을 쓸까- 3가지 접근법


1. 내거 정말로 말하고 싶은 건 무엇지 모를 때

무엇을 쓸 것인가는 곧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와 연결됩니다.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상대 머릿속에 그려주고 싶은 게 무엇인가?

이게 명확해야 글을 끌고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글이든, 책이든 '주제'를 미리 생각해두고 글을 쓰라고 말합니다.

지당한 말입니다. 문제는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정리가 안 될 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하냐는 겁니다. 


저는 그럴 때 일단 쓰고 싶은대로 다 씁니다. 주제 따윈 생각하지 않고 말이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시간을 정해서 풀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나면, 어느 순간 이야기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야기들을 분류하고 구분하다보면, 그 이야기가 말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그게 주제가 되죠!ㅎㅎ 일반적인 주제를 잡는 것과는 완전 반대지만, 내가 당최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를 때는 위방법을 추천합니다. 

 


2.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때

으레 처음 책을 쓰게 되면 너무 풀어놓고 싶은 말이 많아서 고민이기 쉽다.

저도 그랬는데요, 쓰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그게 문제였다. 쓰다보면 항상 여러 이야기가 뒤범벅 되어서 어떻게 추스려야 할지 몰랐습니다. 내 능력의 한계라고 굉장히 괴로워했는데요, 어느 날 수 많은 고민을 하다보니 어느 날 그 이야기들을 술술 꿰어지는 순간이 오더군요. 


저처럼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 있다면, 이것 한가지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책을 쓰도록 나를 이끈 그 ‘질문’을 기억하라!


만약 책을 통해 그동안의 내 경험이 쓸모없다는 게 아니란 걸 증명하고 싶었다면, '내 경험은 정말 쓸모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나를 이끄는 질문이 됩니다. 그럼 그에 대한 답을 써가면 됩니다. 즉, ‘내 경험을 쓸모있게 만들어준 에피소드, 이야기’를 골라서 쓰는 거죠. 내가 지나왔던 시간의 가치를 대신 증명해줄 이야기를 찾으면 됩니다. 내게도 좋았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려줬더니 좋아하더라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많다면  그 책은 정말로 좋은 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베스트셀러를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좋은 책과 베스트셀러는 엄연히 차이가 있죠. ㅡ.ㅡ) 저자 자신에게 진실되고, 자신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책은, 다른 사람에게도 답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오히려 이런 카오스 상태를 글로서 풀어가보겠다,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글도, 인생도 훨씬 더 정리가 잘 될 겁니다.  


3. 딱히 글 쓸 거리가 없을 때

글을 쓰고 싶은데 (혹은 써야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딱히 없을 때도 있습니다. 난감하지만, 그럴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럴 때를 위해 베스트셀러 <와일드>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반갑게도 아래와 같은 글쓰기 방법을 제안해줍니다.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오는 내용인데, 아래 주제로 2장 분량으로 끊김없이 계속 써나가면 됩니다. 아무런 판단없이 그냥 글을 쓰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던 일에 대해 써라.

힘들게 깨우친 교훈 한 가지에 대해 써라.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던 일에 대해 써라.

끝까지 찾지 못한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 써라.

올바른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일에 대해 써라.

기억나지 않은 일에 대해 써라.

최악의 교사였던 사람에 ㅐ해 써라.

신체적 부상을 입었을 때에 대해 써라.

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때에 ㅐ해 써라.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해 써라.

깊이 생각한 것에 대해 써라.

길을 찾은 경험에 대해 써라.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 일에 대해 써라.

할수 없었던 일에 대해 써라.

해냈던 일에 대해 써라.



삽질의 과정, 그 모든 게 이야기다


제가 처음 책을 써야겠다고 말하고 다닌 건, (제 기억이 맞다면) 대학생때였습니다. 몇 년 동안 글을 끄적여서 그를 모아 <청춘스케치>라는 제목으로 책을 혼자 만들었었습니다. 지금 와서 말하지만, 굉장히 거창한 스토리였습니다. 인생을 단박에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은, 아니 우주라도 날아갈 것 같은 그런 이야기로 가득했죠. 단점이라면 매우 추상적이었고 도무지 와닿지 않는 이야기가 많았죠. ㅎㅎ 지금 보면 글같지 않은 글들이었지만, 거기엔 제가 다루고 싶은 모든 주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려고 하면 항상 ‘압도감’이 있었습니다. 쓰고 싶은 건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글을 쓸 때 이런 기분이에요. 구슬이 가득한 방안에 들어가서 기가 질린 모습. 쓸 건 너무너무 많고 할 말도 너무너무 많은데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꿰어야할까? 그 구슬들을 꿰기위해서 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그 중 짧은 조각이 나와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책이 되었습니다. 내 안의 강점발견법이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당시 6명의 저자가 각자의 색깔로 자신의 강점을 찾아나선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서술했습니다. 저는 당시 ‘욕망’을 주제로 강점을 발견한 이야기를 담았죠. 


그리고 또 다른 조각이 나와 <완벽이란 놈에 발목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때>라는 철학서같은 여행에세이가 되었고요, 그 후로 여러 개의 조각들이 모여, 20년의 모험을 총정리한 책 <인생모험> 이 되었습니다. 


자고로 "글은 경험이 싱싱할 때 써야 한다"고 충고를 많이 받았는데요, 갓 친 회처럼 경험이 싱싱할 때 써야하는 글도 있는데, 푹 익혀둔 홍어처럼 경험이 ‘발효’되어 쓰여지는 글도 있더군요. 케바케입니다. 제가 책 쓴 과정을 보면 후자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험 그대로 뽑아올린 것 보다는, 그를 차곡 차곡 모아 안에서 묵혀두고 지들끼리 뒤엉켜서 발효해서 원래의 형체를 잃어버릴 정도가 되어야, 그때서야 쓸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너무 빨리 쓰려고 안달복달하지는 않습니다. 계속해서 써나간다면 언제가 되었던 그 경험들은 한 편의 이야기로 나올 테니까요. 


글을 쓰다보면, 이런 사소한 과정 하나 하나가 모두 이야기가 되어가는게, 언제봐도 신기합니다.  

언젠가 출판사로부터 혹평을 듣고 3년간 절필해야 했던, 그 이야기도 한번 적어봐야겠군요. 정말 쓸 거리가 없을 때 말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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