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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l 25. 2020

글쓰기 기술보다, '작가마인드셋'

잘 쓰는 것보다, 스스로 작가임을 상기시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매일 쓰든, 책을 쓰든, 블로그포스팅을 하기로 했든,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꾸준히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축하한다.

이는 자신만의 여정을 하겠다고 다짐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정은 생각보다 고되고 길고 지루할 수 있다.  


이 여정을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아직 글쓰기의 맛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글쓰기 습관이 없다면 무리일 수 있다. 

글을 쓰는 여정에서, 누구나 지친다. 

결국 끝까지 가는 사람이 이긴다.

그리고 그 끝까지 가는 길에 필요한 건, 잘쓰는 능력보다는 작가마인드셋이다.


길떠나기전 기억할 몇 가지 소소한 사항들 (출처: 픽사베이)



잘쓰는 것보다 중요한, 작가마인드셋


작가마인드셋은,  

프로작가처럼, 꾸준히 글을 써나갈 수 있는 마음자세를 말한다.  

글쓰기라는 긴 여정에서 이를 챙겨간다면, 그 어떤 도구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1. 일단 마음을 먹는다. 글을 쓰겠다고 자신과 약속한다. 

마음먹는 건 아주 중요하다. 어쩌면 이게 글쓰기에서 유일한 과정일 수 있다. 

그런데 '마음먹기'를 생각만 하지 말고, 가능하면 '기록'으로 남기길 권한다.

예를 들어, 8월 1일 부터 12월 1일까지 하루 2시간은 글쓰기에 투자하겠다고 말이다.   



2. 나의 이야기를 믿어주자.

아이슬란드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배 속에 자신만의 책을 갖고 있다"

이 말이 영향을 준 건지는 몰라도,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저술가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책을 1권 이상 낸 사람이 인구의 10%라고 하는데, 우리로 치면 500만명이 이미 작가다. ㅎㅎㅎㅎ


글을 쓰다보면 자기의심, 회의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과연 내 이야기를 누가 읽어줄까? 책을 낼 가치가 있을까?

내가 과연 이런 이야기를 해도될까? 그럴 자격이 있을까?'

  

이 세상에 가치 없는 이야기는 없다. 자격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당신은 그 누구와도 다르며,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창고에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거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 셈이다.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확인하고, 자신이 지나왔던 길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란 말을 했는데,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누가 읽지 않더라도 자기 이야기를 믿고 써봐야 한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모든 사람은 누가 읽지 않더라도 자기 자서전을 써봐야 해요. 자기가 주인공인 로맨틱한 소설 말이지요. 그러면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돼요"라고 말한다. 그러니 믿고 일단 한 걸음만 가보자. 다음 걸음은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3. 감정이나 걱정에 귀기울이는 대신, 하고싶은 이유를 단단히 붙들어맨다.

글쓰다 보면 자기 의심과 회의가 생긴다고 했는데. 이는 걱정, 불안, 두려움, 좌절과 같이 다양한 감정으로 변주될 수 있다. '할 수 있을까? 가능할까? 내가 감히 될까?' 알다시피, 이런 종류의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데, 이에 휘말려 글을 손에서 놓게 되면 다시 잡기가 어렵다.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돌아 정 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멈추길 바란다. 나도 그런 감정에 많이 휘말려본 사람으로서, 이런 종류의 감정을 멈추고 전환시키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당신에게만 그를 알려주겠다. (쉿!)


끝을 떠올리면 된다. ㅎㅎㅎ 끝을 떠올리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 글의 완료시점을 정해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 삶의 완료시점도 생각해보는 것이다. 


1) 글의 완료시점

잘 진척이 안되는 일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완료시점이 명확하지 않을 때다. 언제 끝내야 하는지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미룬다. 미루는 건 인간 심리의 특성이다. ㅎㅎ 특히나 누가 이 책좀 써주세요, 라고 청탁하지 않은 이상 스스로 결심해서 쓰는 책은 데드라인이 없다. 그러니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는 게 현명하다. 나는 이책을 딱 6개월만 작업하겠다. 그 전에 마무리 못하면 이 작업은 그대로 끝내겠다, 라고 마음먹는 거다. 혼자 마음 먹는 걸로 안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6개월 안에 이 책 마무리할거에요" 쓰던가, 아니면 친구, 가족에게 말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2) 내 삶의 완료시점

나는 주로 '한 달안에 죽는다'고 생각한다. 80살에 죽는다고 하면 긴급하다는 생각이 안든다. 1년뒤에 죽는다고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ㅎㅎㅎㅎ 그래서 1개월, 혹은 3개월 뒤에 이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한다. 만약 생각만으로 실감이 안난다면, 보다 실제적인 방법을 써보는 것도 도움된다. 이를테면 근처 공동묘지를 방문해보거나,(서울에는 망우리공동묘지가 있다) 시한부인생을 다룬 영화를 보는거다. (나는 <라스트홀리데이>를 즐겨봤다) 그러면 죽음을  절로 사유하게 될 것이다. 어떤 종류의 감정도 죽음 앞에서는 힘을 못쓴다. 감정을 뛰어넘는 가장 확실한 방법. 나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이다. 죽기 전,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무엇인가? 그 중에 '책쓰기, 글쓰기'가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더는 없다. 



4. 잘 쓰지 말고 그냥 쓰자. 글은 머리가 아니라 궁둥이로 쓰는 것.

사람들은 글을 머리로 쓴다고 착각한다. 머리로는 아이디어를 내고, 구상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건, 일단 조용히 앉아 컴퓨터로든 펜으로든 내 안의 말들을 글자로 적어내려가는 행위다. 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글은 머리가 아니라 내 손과 궁둥이의 합작품이라고 봐야한다. 변영주 영화감독도 글쓰기에 가장 필요한 건 무거운 엉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글쓰기에 관한 좋은 영화가 몇 편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rester>다. 극중에서 괴팍하지만 뛰어난 작가인 '포레스터'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소년 '자말'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해준다. 


“글은 쓰는 건 쓰는거야. 생각하는게 아니라.” 


머릿속에 떠도는, 내 온몸을 떠도는 그 말들을 잡아채기 위해선 직접 손을 움직여 써야 한다. 



5.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는 걸 명심하자. 

자기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처음 자기 안의 쓰레기를 내보낸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감정을 풀어내듯 쓰레기를 내보내는, 내 안에 묵혀진 것을 내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단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쓰고싶은 걸 아무거나 끝까지 써보자.

  

단테는 <신곡>에서 천국으로 가는 문이 지옥의 맨 아래에 있으며, 지옥 바닥까지 내려가서 반대쪽으로 뚫고 나와야 비로소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묘사했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나의 어느 부분으로 들어가 그를 꿰뚫고 다른 편으로 나온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쓴다. 글로 쓰는 순간은 지옥이겠지만 그를 관통하는 순간 천국의 문이 열린다. 



6. 내가 메시지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이런 대사를 친다. 

"나는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메시지야."

그렇다. 메시지, 이게 정말로 중요하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 가운데 열망은 가득하지만, 정작 글을 쓰라고 하면 중구난방이 되거나 갈팡질팡 되어서 스스로 글 속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다시 길을 잡아줄 내비게이션은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그걸 벼르고 별러서 한줄로 날카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

사람들의 마음을 무찔러 갈 수 있는가?

나의 메시지가, 나의 글이 그럴 수 있는가?

이 부분은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7. 딱히 대단한 일이 아님. 밥먹을 수 있으면 글도 쓸 수 있다!

글쓰는 걸 어려워하고 대단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은 생각만큼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하루에 오만생각을 하고, 많은 말들을 하며 지낸다. 그를 입이 아니고 '손'로 풀어내는 게 글이다. 그리고 매일 풀어놓는 이야기를 맵시있게 묶어놓은 게 책이다. 


그러니 손을 움직여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충분히 글도 쓸 수 있다. 글과 말은 체계가 좀 다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내 생각을 말한다는 것에선 다를 바가 없다. 관건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 내가 공유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느냐이다.(다시 메시지로 돌아간다 ㅎㅎㅎ)  그것만 제외하면 밥먹는 것과 글 쓰는 건 같은 행위고 그런의미에서 '사소한' 일이다. 매일, 혹은 꾸준히만 한다면 말이다.



글쓰는 걸, 이렇게 생각해보자. 

누군가 당신에게 책을 한권 준다. 

이 책은 백지로 가득하며, 아무것도 씌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백을 메울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온갖 이야기들로 채워지는데, 어떤 이야기로 채울지는 나의 선택이다.  


칠레 출신의 유명한 소설가인 '이사벨 아옌데'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은 당신 삶의 이야기꾼이며 당신만의 전설을 창조할 수 있다."


어떤가? 

나만의 전설이 하루하루 완성되어 가는 책을 가지고 싶지 않은가?

 

당신의 이야기가 씌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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