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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02. 2020

목차잡기, 이게 책 성공의 80% 차지한다고?

목차를 구성하는 2가지 방법

편집자들이 책을 판단할 때 보는 3가지가 있다.

제목, 목차, 서문이다.      


먼저 책의 얼굴인 ‘제목’을 보고, 그다음 책의 설계도인 ‘목차’를 보고, 그리고 책의 환영사인 ‘서문’을 본다. 이 세 가지만 봐도 책의 수준과 상품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책의 설계도인 목차가 책의 완성도 80%를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목차는 이 책을 구성하는 글들이 어떤 체계와 논리를 가지고 구성되어 있는지, 주제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목차에 공을 많이 들인다.      



목차는 설계도


헤밍웨이는 "작기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기 보다 건축설계자다"라고 말했다.

글을 쓰다라는 말도 있지만 글을 짓는다는 표현도 있다. 그만큼 글은 생각을 체계적으로 쌓아올리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책은 그런 글을 모아서 하나의 완성된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행위다. 원고를 다 읽어보지 않고도 목차를 보면 전체적인 느낌과 원고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목차짜는 것은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 역시 목차 짜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하다가 몇 개월을 보낸 적도 있었다. 어떻게 목차를 구성하면 좋을까? 오랫동안 고민하고 자료를 찾고 직접 실행하면서 내게 더 잘 맞는 방식을 연구했다. 크게 2가지 방식의 목차구성을 할 수 있다.


목차 구성법 2가지


1) 탑다운 방식

가장 일반적인 목차구성은 주제를 몇 개의 큰 문장으로 나누고, 그를 다시 세부목으로 나누는

'탑다운 Top-down 방식'이다.

대부분의 책쓰기 책에도 위의 방식으로 소개된다.


예를들어 대략 250쪽 내외의 단행본이라고 할 때,

책의 주제를 = > 5~6개의 큰 제목 (장 또는 부) 나누고 =>  각각의 큰 제목을 다시 7~10개의 소제목으로 구성하는 방법이다.  

글을 작성할 때도 주제-큰제목-소제목을 모두 뽑은뒤 원고를 써나간다.


아래는 <보통 사람을 위한 글쓰기>라는 책에서 뽑아온 목차이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도 책을 쓸 수 있다’ 주제를 크게 5개의 부로 구성했다. 그리고 각 부는 7~12개의 세부항목으로 구성해둔 방식이다.

독자들은 목차만 보고도 이 책이 어떻게 흘러갈건지 예측할 수 있다.

일반적인 목차 구조


그런데 나는 위의 방식이 잘 맞지 않았다. 목차짜는데만 무려 7개월을 보낸 적도 있었고, 그러고도 결국 실패했다. 일반적인 목차 짜는 방식은 체계적인 구조를 먼저 만들고 글을 쓴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틀을 만들어두고 글을 쓰면,  사고가 매우 갇히는 느낌을 받는다.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목차짜는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탑 다운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식으로 이다. 미리 글을 써두고 그에 맞게 구조를 만드는 목차방법이다. 


2) 바텀업 방식

 바텀업 Bottom-up 방식은 쓰고 싶은대로 먼저 글을 써두고, 나중에 그를 분류하고 구조를 만들어 목차를 짜는 방식이다. 일단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고 나중에 그 글들을 빼고 더하며 틀을 만드는 것이다. 글 먼저, 틀은 나중이다.




주제 = >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쓴다 => 이 글을 비슷한 속성끼리 분류해서 나눈다.

이 방식은 책 <로지컬 씽킹>에 나오는 '그룹핑 하는 방법'과 같다.  그룹핑(Grouping)은 많은 정보가 산재해 있을 때, 전체상을 파악하기 쉽도록 몇 개의 그룹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나는 책 2권을 모두 바텀업 방식으로 썼는데, 먼저 주제를 생각하면서, 관련되는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달 뒤 원고가 어느정도 다쓰였다는 생각이 들면 각  원고가 가진 몇 가지 공통점을 파악하면서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기 시작한다. 각 그룹마다 공통된 특징을 관찰해서 이름을 지정하면, 그게 바로 장/ 부의 제목이 된다. 만약 그룹특징을 알기 어렵다면 아마 다른 종류의 정보나 내용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그룹을 모두 모았을 때, 즉 목차가 완성되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누락하거나 중복함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각각의 부가 책의 주제를 향해 달려나가는지, 그리고 부를 이루는 작은 목차들이 다시 그 부를 향해 달려나가는지를 파악하면 된다. 이게 되면, 쫀쫀한 목차가 완성된다.


책 성격, 저자 성향에 따라 골라쓰기


크게 2가지의 목차 구성법을 살펴보았는데, 각 특징이 다르므로 어느 하나를 권하고 싶지 않다.  

책의 성격에 따라, 저자의 성격에 따라  달리 써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예를 들어 저자가 체계적인 틀을 미리 만들고 시작하는 것에 익숙하다면 ‘탑 다운 방식’으로,

먼저 자유롭게 글을 쓰고 나중에 틀을 만드는 게 더 익숙하다면 ‘바텀업 방식’을 추천한다.

그리고 책의 성격이 에세이나 여행기, 리뷰 등의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라면 ‘바텀업 방식’도 유용할 것이고,

실용서나 논리적인 전개가 필요한 글이라면 ‘탑 다운 방식’이 더 유용할 것이다.


결국 케바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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