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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05. 2020

내 영혼의 진료소, 책책책

그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고대 그리스 도시인 테베(Thebe)에서는 도서관에 이런 간판을 붙여놓았다.


[영혼을 치료하는 곳]

 

그 밑에 이런 문구가 덧붙여져 있었다.      


"Love yourself.

자신을 사랑하세요. 영혼을 위한 유일한 음식은 바로 '사랑'

사랑만이 영혼을 치유할 수 있어요."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 책 이야기


내 아픈 영혼을 달래주고, 나를 사랑하고 나를 키워준 것들은 크게 3가지다.

책, 여행, 그리고 사람.      

그 중에서 나의 가장 오랜 친구, '책'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해볼까 한다.

결국은 책에 대한 사랑고백이다.



# 나는 어렸을 때부터 활자중독이라고 할 만큼 읽는 것에 중독돼 있었다.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어딜 가도 책을 꼭 가지고 다녔고, 1분이라도 틈이 나면 책부터 읽었다. 책도 한 권씩 읽는게 아니라, 한꺼번에 3권, 많게는 10권까지 동시에 읽어 나간다. 어머니가 “너는 6살때 책으로 글을 깨쳤지”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기억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아주 좋아하긴 했다. 한번 책을 잡으면 엉덩이에 땀띠가 나도록 앉아서 봤으니까. 집안 곳곳에 책이 있었고, 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냥 줄기차게 읽어댔다. 화가 날 때도, 짜증이 날 때도, 좌절할 때도, 슬플 때도, 우울할 때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화난 마음이 가라앉고, 왜 화가 났는지 내 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책이 알아줄 때가 많았다.



# 책 고르는 걸, 나는 ‘북헌팅 하러 간다‘고 말한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내 마음을 명확히 보게 도와주고, 내 문제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는가? 철저히 내 필요에 의해서 읽기 때문에, 내가 어떤 마음 상태냐에 따라 읽는 책들도 달라진다. 여행기만 주구장창 읽을 때도 있고, 경제책만 골라 볼 때도 있으며, 심리책만 파고 들때도 있고, 무협지를 보며 밤을 샐 때도 있다. 고전에 빠져 지낼 때도 있고, 사회과학서적을 보며 밤낮을 보낼 때도 있다. 풀고 싶은 문제가 있거나, 깊이 알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그를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이 내 스승이다.     



# 재능을 알아보는 방법 중에 '몰입도가 높은 것'을 찾는 것이 있다. 타고난 재능일수록 그에 저절로 몰입하게 된다는 얘기다. 책 읽는 것도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때 몰입도가 최고가 된다. 시장통에 있든, 산 중에 있든, 거리에 있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주변의 풍경이 하나 둘 사라지고, 소리도 사라지고 어느덧 사방이 조용해진다. 시공간이 모두 사라져버린 곳에, '책'과 '책을 읽는 마음'만이 남는다.

내가 책이 되고, 책이 내가 되고, 우주가 되는 경험!



# 책을 읽는다는 건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나는 작은 사람이지만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거인들의 세상으로 초대된다. 그들의 생각을 타고 올라가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책은 내가 아는 세상과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면, VR 가상현실처럼 눈 앞에 미지의 세상이 펼쳐진다. 해적도 되고, 영국 거리를 헤매는가 하면, 고대 이집트로 날아가기도 하고, 무협지 주인공이 되었다가  선사시대로 훌쩍 이동하기도 한다. 전장터에 들어가 백만대군과 맞서 싸우는가하면 , 장자와 바둑을 두다 우주적 경험을 하는 때도 있다. 그렇게 책이 인도하는 대로 그 세상에 흠뻑 빠졌다가 돌아오는게 무척 재밌었다. 그래서 가리지 않고 무협지, 하이틴소설, 대하소설, 위인전, 추리소설, 인문서, 철학서, 역사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지금도 책을 펼치면 설렌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까. 나를 어떤 세상으로 인도할까.



#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한다. 서점, 도서관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대형서점에 가면 요즘엔 어떤 책들이 인기가 많은가를 한 바퀴 쓱~ 돌아본다. 한때 우울증, 힐링에 대한 책이 많았는데. 잘 팔리는 책들을 보면 요즘 사람들이 무엇에 결핍을 느끼는지 - 거대한 욕구를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공간에 가도 그의 서재부터 본다. 그가 어떤 책을 보는지를 알면,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그의 마음이 어떤지를 엿볼 수 있다. 최소한은. 



# 책을 읽는 방식은 두 가지. 책을 사서 읽는 사람과 빌려서 읽는 사람이다. 나는 책을 빌려서 읽는 쪽이다. 내가 보는 책을 다 산다면 온 집안이 책으로 둘러 쌓일 텐데, 그런 광경은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나는 많은 책이 아니라,  ‘스승, 친구’로 삼을만한 소수의 책을 곁에 두고 싶다. 그래서 한 두 번 읽고 말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그런 책이라면 이미 내 안에 있고, 북리뷰를 통해 갈무리하기 때문에 굳이 서재에 꽂아둘 필요가 없다. 그러다 좋아하는 책을 만나면 사서 곁에 두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다. 무협지 중 내가 최고라고 꼽는 김용의 <의천도룡기>는 7권 시리즈인데 지금껏 100번도 넘게 읽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곁에 있을 책을 고를 때는 매우 신중하려고 한다.

“이 책을 최소 10번 정도 읽을 만한가?” 물어보고, 그렇다는 판단이 들 때만 구입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자신의 모든 전생기록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다시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다. 이유도 없이 특별히 끌리는 것, 기시현상(*데자뷔: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한 느낌을 받는 것- 글리 주) 이 그런 예이다. 맹자는 책을 읽는 것을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일’이라고 했다. 정말로 책은 내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데 아주 훌륭한 도구이다. 잃어버렸던 마음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내 앞에 와서 똑똑 두드린다.


안녕하세요~ 이게 당신이 잃어버렸던 마음인가요?

예!!

그러면 나는 그것을 내 머릿속에, 내 노트에, 내 마음속에 받아 적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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