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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Feb 16. 2021

글쓰기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  책이 있다.

글이 안 써질 때, 내 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울 때, 글이 쓰고 싶지 않을 때 항상 찾아보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희한하게도 늘 이런 마음이 된다.

'아, 이 책이 끝나기 전에 나도 어서 빨리 글을 한 줄이라도 써봐야겠다'  

요새 '글쓰기, 책쓰기' 관련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펼쳐보면 대부분 99.99%는 '무엇을' '어떻게' '왜' 써야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야, 너두 할 수 있어. 누구나 책 글 쓸 수있어. 그러니까 해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물론 걔 중엔 참고할 만한, 도움되는 좋은 책들도 많다. 다만 다들 방법을 알려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독자의 마음에 대해선 별로 고려를 하지 않아 보인다. 책을 덮고나서 항상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 이제 어떻게 쓰는지는 알겠어. 근데 지금 말고 나중에 할게.'   


이 책도 글쓰기 책이긴 하지만 확실히 다르다. 도통 어떻게 쓰라고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슬쩍 슬쩍 팁과 방법을 이야기에 얹어두긴 한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갈 것을 당부한다. 목차짜라는 이야기도, 개요를 만들라는 이야기도, 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야기하지 않는데, 희한하게도 읽을 때마다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오른다.  


"글을 쓰기 위해서 주장하는 방법론은 항상 같다.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 나가야 한다.’" (17)


나는 오랫동안 글을 써왔고, 그 중 일부는 책으로 내어봤다. 글쓰는 법을 가르쳐 보기도 했고, 무수한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도 많이 봐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글쓰기는 잘 모르겠다. 글쓰기에 어떤 원칙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글쓰는 원칙은 사람마다, 글의 종류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나만해도 일반적인 글쓰기 방법과는 완전히 반대로 쓴다. 예를 들어, 나는 글을 쓸 때 개요도 짜지 않고, 목차도 구성하지 않고, 먼저 하고 싶은 말을 적어간 뒤 이후에 주제와 목차를 구성하는 식이다.  처음엔 나도 글쓰기에 정답이 있는 줄 알았다. 열심히 방법을 찾고, 또 사람들의 말에 따라 개요와 목차를 짠다고 낑낑댔다. 그런데 태생적으로 틀을 짜거나 생각에 한계를 지우는 걸 아주 싫어하는 나에겐 개요와 목차가 도무지 와닿지 않았다. 틀부터 짜려고 하니까 글이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거다. 몇달을 낑낑대다 다 집어치우고 결국 내가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목차고 나발이고, 일단 하고 싶은 이야기부터 적어나갔다. 그렇게 글을 모아가면 어느순간 공통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패턴을 가지고 목차를 짜고, 주제를 잡아간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내가 어떻게 글을 쓰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동시에 '일반적인 글쓰기 방법론'에 상당히 회의를 가지게 됐다.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를 '매번 지도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라고 표현한다. 글을 써볼수록 공감가는 말이다. 여행을 해보면 알겠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올바른 여행방식이란 건 없다. 여행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의 성격과 취향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모든 준비를 꼼꼼하게 해서 떠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일단 출발하고나서 생각하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에게 가장 편안한 방식대로, 자기가 정한 목적대로 그때그때 달리 하는 게 답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의 목적대로, 각자 기질대로  써나가는게 가장 좋다. 틀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목차부터 짜면 되고, 직관적인 사람은 먼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부터 두서없이 쏟아내면 된다. 자기 식대로 써나가야 편안하게 잘 쓴다. 글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논리적인 글이라면 주제와 개요를 짜기 시작하는게 보통이지만, 소설은 좀 다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스티븐 킹은 처음부터 주제를 잡고 시작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형편없는 소설이 나온다고 말이다. 그는 이렇게 쓴다 일단  쓰고싶은 글을 다 쓴 뒤에,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이 주제가 되는 것이고, 주제는 맨 나중에 잡았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의 방식이 무엇인지, 찾아내려면 많이 써보긴 해야한다. 쓰면서 알기 때문이다. 이게 내게 맞는지, 아닌지를. 그래서 잘쓰려하지 말고, 그냥 쓰라고 그렇게들 이야기한다. 나탈리 골드버그도 마찬가지. 

글을 쓸 땐 그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만 하자. 그저 많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라고 말한다. 


글을 써보고 싶다면, 특히 잘 써보고 싶다면, 처음부터 어려운 글쓰기 책은 접어두시라. 처음부터 주제, 독자, 컨셉, 목차, 개요.... 이런 말들에 너무 휘둘리면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런 책은 일단 써보고 나서 읽어보면 훨씬 더 와 닿는다. 글의 본질은 사실 단순하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글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걸 잘 하려고 하다보니 구성이 어쩌고, 주제가 어쩌고, 독자가 어쩌고 하는 방법론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 글이 어렵게 느껴질 땐 본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글이란 건, 결국 내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  그를 위한 방법은 아주 다양해질 수 있다고. 방법을 찾으려면 역시나 많이 써보고 많이 헤매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방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허용하라. 아무 이름도 없는 곳에서 철저하게 

길을 헤맨 다음에라야 당신은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초보자라면, 글이란게 어떤 건지 들려주고 보여주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추천한다. 책을 펼치면 어느 순간 저자가 슬그머니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한다. 자기가 글을 쓰면서 경험했던 이야기, 자신이 가르쳤던 글쓰기 클래스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들이다. 그를 통해 글의 본질이 무엇인지, 글을 쓰는 마음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글쓰기 방법이 아니라, 적어도 한 줄이라도 써보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이 있다면, 나도 이와 같은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고 책을 내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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