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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06. 2020

나를 바꿀 확실한 방법 한 가지

당신의 이야기를 쓰세요

진짜 럭셔리란


"많은 사람들이 ‘럭셔리는 클래식’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클래식은 자칫 진부하다는 느낌을 주죠. 또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을 럭셔리라고 할 수 있나요? 나만의 이야기가 있고 나만의 독창성이 담긴 것, 그게 진짜 럭셔리지요.” 


신세대 악어백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는 '에단 고 (Ethan Koh)'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에단 고의 집안은 대를 이어 가죽을 다뤄왔다. 10살 때부터 아버지 공장에서 가죽에 광택을 내는 법을 배웠고, 25살에 이미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에단 K (ETHAN K)'를 론칭했다. 그는 다른 명품과 차별화 되는 포인트를 '이야기'에서 찾았다. 그는 자신의 악어백에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었던 안데르센 동화를 넣고, 아랍 공주에게 영감받은 이야기를 넣으며 독특하고 기발한 제품을 만든다.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영감화해서 넣고 각 제품마다 "두 도시 이야기" 같은 고유의 이름을 붙인다. 그의 제품은 런던, 파리, 뉴욕 등 전 세계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다. 자기만의 이야기가 담겨있으면 그 가치는 배가 된다.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소성-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에단 고의 제품들 (출처: 에단 고 홈페이지 https://www.ethan-k.com)



이야기, 차별성을 만드는 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끌린다. 인류는 수만년전부터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전했고, 이야기를 통해 삶의 교훈을 만들어 전파하고, 철학을 만들어냈다. 이야기는  버라이어티 쇼에서, 책에서, 스마트폰에서, 영화에서, 기업의 마케팅 등  어디에나 있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와 매일 만난다. 왜 그런 걸까?


이야기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커피라도, 이 커피를 키워낸 농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면 더 깊은 맛이 느껴지고 같은 카펫이라도, 그 카펫을 만든 여인들의 인생이야기가 실려 있으면 문양이 더욱 멋들어지게 보일 수 있다. 이야기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감정을 타고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들어간다. 내면에 숨겨진 어떤 욕구를 건드리고, 마음을 움직여 무언가 하도록 만든다. 


70-80년대만 해도 전어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못생기고 가시가 많아 인기가 없던 전어가 어느 날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면서부터다. 누구나 아는 전어에 다른 이야기를 입히자, 이전과 다르게 보인다. 이게 이야기의 힘이다.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세상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힘이 센 이야기가 있다. 바로 나만의 이야기다. 



차별적인 시대, 이야기자본을 가져라


세계에서 가장 큰 미래문제 연구집단인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세상은 이미 물질적인 부가 아닌 문화와 가치, 생각이 중요해지는 꿈의 사회로 진입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브랜드보다는 고유한 스토리를 팔아야 한다. 그는 "이제 스토리텔링을 배우지 못한다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고,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와 같다.”고 단언한다.  


그 뿐 아니다. 세계 500대 기업의 마케팅 자문가이자, 하버드 MBA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는 ‘가오펑(高朋)’도 현재를 “이야기가 자본인 시대”라고 잘라 말하며 이야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지금처럼 물질과 제품이 상향평준화된 시대는 모두 다 그럴듯 하기 때문에 차별성이 적다. 때문에 브랜드에 가장 차별성을 주려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내 이야기 쓰면서 생긴 일


예전에 세계여행을 다녀오고 일년 넘게 심한 우울감을 앓은 적이 있었다. 그간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았는데 너무 허무했다. 경험 말고는 내게 남은 게 없다는 생각에, 잘못 살았다는 생각에 후회가 쏟아졌다. 극심한 우울감으로 죽어야겠다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되었다. 죽기로 마음먹은 날, '죽기전에 뭐가 가장 후회될까' 생각해봤다. 다른 것보다 그간 어렵사리 쌓아온 경험들을 남기지 않는 게 가장 후회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쓰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두 달동안 여행했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하나씩 써내려가면서, 엉망진창이던 내 삶이 참 괜찮아 보이기 시작했다. 별 거 없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인생이었는데, 이야기로 옮겨놓고 보니,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한 편씩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내 삶을, 나를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고, 우울감을 완전히 극복하게 됐다. 그때 나는 이런 이야기를 얻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 나는 인생모험가, 나는 뭐라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였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혐오하고 거부하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그렇게 애썼지만 사실 내가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는 딱 하나였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자신이 없어요,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너무 싫어요', '나를 바꾸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가장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써볼 것을, 권한다. 


글을 쓰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상처들을 똑바로 볼 수밖에 없다. 내 아픔을, 내 기억을, 내 안의 것들을 피하지 않고 바로 보는 것에서 변화가 싹튼다.  ‘글’을 이용해 그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면, 그들이 더이상 나를 상처입히는 칼날이 아니라 무심한 쇳조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를 바라보는 순간, 나의 상처도 나도 다른 차원이 된다.  '자존감을 높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자존감은 '자아상'과 연결되는데, 이는 결국 내가 누군지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 에 달려있다. 자기 안에 어떤 이야기를 가지느냐에 따라 그의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내면에 긍정적인 이야기가 많을수록 자존감도 높아진다. 


 글을 쓰면서 내 삶과 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고, 내 삶도 내 생각보다 백만배는 더 가치있는 것이었다. 그 깨달음이 나를 변화시켰다. 내가 나여도 괜찮다고, 존재만으로도 괜찮다고 내가 나에게 말해줄 수 있었을 때, 나의 세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쓰면서 내 삶을 바꾸는 경험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자신의 이야기를 한번 써보라는 권유를 자주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들은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말로 내 삶을 표현하는 것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러면 내 이야기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 나의 삶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를 바꿀 한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내가 겪었던 일들을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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