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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04. 2020

나만의 글쓰는 장소를 만들자

글쓰는 공간에 대하여

글쓰기는 몇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닌, 몇달의 시간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장기전이다. 그러므로 몰입할 수 있고, 최대한 나에게 우호적인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이 좋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도 어디서고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자기만의 장소에서 가장 잘 쓴다고 말한다. 그런 곳을 마련하기 전에는 많이 쓰겠다는 결심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글쓰기는 방문을 닫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방문을 닫는다는 건, 잠시 세상에서 멀어져 내 안으로 들어가 글쓰기에 전념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스스로에 대한 선전포고.  


글쓰는 공간은 성향에 따라 정할 수 있다. 자신만의 서재를 멋들어지게 꾸밀 수도 있고, 카페를 이용할 수도 있고, 돌아다니면서 쓸 수도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쓴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 좋은 장소를 선별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집에 있을 때의 유혹을 떨치고, 더 빨리 무언가를 만들어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 카페를 즐겨 이용했는데, 수 많은 곳을 다니다 작업하다 보니 글쓰기에 좋은 카페를 선별하는 기준도 생겨났다. 커피 맛이나, 독특한 컨셉의 디자인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 카페에 들어섰을 때 공간의 기운이 들떠있는지 차분한지, 주변 말소리가 어느정도로 들리는지, 음악은 어떤지, 집중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그 다음 전망과 안락함도 고려한다. 카페에서 보이는 경치와 의자 상태가 어떤지 본다.  마지막으로 와이파이와 콘센트의 배치같은 설비를 살피는데, 이 모든 게 마음에 들면 그곳을 내 보물창고로 찜해두고 참새 방앗간 가듯 드나든다. ㅎㅎ


치앙마이에서 내 참새방앗간 1호 <와위 커피숍> 강가에 있어서 분위기도 전망도 아주 좋았다.
치앙마이 참새방앗간 2호 였던 아이리쉬 카페. 음악, 빵, 커피, 분위기..모두 좋아서 하루에 2번 간적도 있었다.


내가 아는 작가 하나는 한군데서 작업하기를 고집하지 않고 돌아다니며서 작업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노마드 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였는데, 자신이 가는 모든 곳이 자신의 스튜디오라는 뜻이다. 여든이 넘어서도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메리델 르 수에르'도 이와 비슷하다. 그녀는 꾸준히 시와 소설을 썼는데, 어떤 작업실도 가지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있는 모든 자리에서 글을 썼다. 친구 집을 방문하든, 카페를 가든, 여행을 하든 그 모든 곳에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영국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작업실을 ‘런던’이라고 이름붙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전화하면 자신은 런던에 있어서 만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단다. 수시로 방해하는 사람들을 피하는데 좋은 도구였을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내 방을 작업실로 바꾸고 '아이슬란드'라고 지었다. 경계 무너뜨리는 발상,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는 대범함, 엉터리 작품을 만들어내고도 괜찮은, 무엇보다 창조의 기운이 24시간 용광로에서 뿜어나오는 아이슬란드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빌려오고 싶었다. 그러면 조금 더 유연하게, 조금 덜 심각하게,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그런 기대를 품어본다. 만약 친구가 왜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고 말하면 "나는 지금 아이슬란드에 있어서 연락이 안돼." 라고 답해봐야지. 재밌겠다 ^___________^   

내 작업실 아이슬란드! 내 책상이 대충 이런 분위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더 지저분하다.


당신의 작업공간은 지금 어디인가? 참고로 나는 지금 아이슬란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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