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글리 Aug 09. 2020

초심자를 위한 이야기 구성법 4가지

내 경험을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기

"내가 지나온 삶을 한번 글로 써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글쓰기 강연에서 70대 초반의 수강생분이 그렇게 말을 건네오셨다. 지금까지 경험해온 일들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그 기분을 백번 이해했다. 사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 이야기를 글로 한번 써보라'고 자주 권하지만, 일단 시작이 쉽지 않다. 나 역시 글을 쓰려고 하면 ‘압도감’이 있었다. 쓰고 싶은 건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우두커니 앉아있기만 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 이야기를 처음 풀어내는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이야기 구성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라이프텔링이란

 

내 경험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놓는 걸, 다른 말로 '라이프텔링 (Life-telling)'이라고 한다. 라이프 Life 와 스토리텔링 Storytelling의 합성어스토리텔링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라면, 라이프텔링은 ‘나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라이프텔링 Life - Telling:    내 삶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적고, 그를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


내 경험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놓는다는 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내 말로 표현해낸다는 의미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어떤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가? 그래서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쓰는 것이다.  그 답은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방식 자체가 그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써보면서 자신이 어떤 방식을 삶을 바라보고 있는지,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새삼, 정말로 새삼스레 알게 된다. 



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 4가지



1. 시간 중심으로 쓰는 법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지만 지금까지 써본적이 없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를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시간별로 (1년 단위, 5년 단위, 10년 단위)로 글을 써보는 것이다. 각 시간 단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생생한 장면을 적어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결과, 내면의 변화도 적어본다. 각 사건마다 제목을 붙여두고, 한데 모으면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큰 궤적으로 볼 수 있다.       



2. 키워드 중심으로 쓰는 법


또 하나는 재능, 태몽, 가치관 등 중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인사 를 써볼 수도 있다. 나는 처음 미스토리를 작성해본게 대학교 3학년때였는데, 그때 한달동안 끙끙대며 썼던 기억이 난다. 뭐든 처음은 어렵지만, 한번 봇물이 터뜨리면 점점 쉬워진다. 아래는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에서 작성하는 미스토리 방식으로, 처음 내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이를 참고해 써보기를 권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을 좀 해야한다) 

         

<내 이야기 구성 항목> 

1. 나의 출생과 탄생에 관한 일화는 무엇인가?(예를 들면, 태몽, 어머니가 기억하는 탄생이야기, 내가 기억하는 가장 최초의 이야기 등)
2. 그동안의 개인적 삶에서 자신의 힘으로 이룩한 가장 빛나는 성취 세가지는 무엇인가? 왜 그것이 그토록 나에게 소중한가?
3.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가장 가슴 아픈 장면  한가지는 무엇인가?
4. 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재능이나 기질 세 가지는 무엇인가?
5.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질적 단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왔는가?
6. 나는 어떤 가치관과 직업관을 가지고 있는가?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무엇이며, 일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왜 그런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는가?
7. 나는 어떤 취미와 특기를 가지고 있는가? 왜 그것에 흥미를 느끼는가?    
8.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그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
9. 지금껏 사회에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는 어떤 공헌을 하고 싶은가?
10. 가장 감명 깊이 읽었던 책 한 권과 영화 한 편은 무엇인가? 왜 그것이 감동적이었는가?
11.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스승이나 역할 모델이 되었던 한 사람은 누구인가?           



3. 좋아하는 분야로 쓰는 법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 것도 좋다. 내가 가장 관심있는 것들 이를 테면 미래트렌드, 스포츠, 만화, 여행, 음식, IT 등을 주제삼아 글을 쓰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자꾸만 눈길이 가고 관심가는 분야를 쓰게 되면 아무래도 흥미가 있으니 자료도 많이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남들보다 더 깊이 있는 안목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 그게 나의 또 다른 길이 될 수도 있다. 


하루 30분만 시간을 내서 관심분야의 뉴스와 논문, 책,  다양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보면서 흐름을 읽어간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계속 정리해본다. 블로그도 좋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길지 않아도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연습을 해보면 좋다. 꾸준히 하면 꽤 많은 분량의 자료와 생각들이 모이게 되고, 이를 엮고 편집해서 책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내가 첫번째로 썼던 책이 다른 6명의 연구원과 함께 저술했던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였다.  '평범한 사람들의 재능발견법'이라는 주제로 각각 6개의 다른 강점 발견법을 실험하고 서술한 책인데, 이는 나의 관심분야이기도 했다. 평소 잠재력, 재능, 강점, 가능성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관련된 책과 자료를 꾸준하게 읽으며 자료를 모아왔던 터라, 그에 관련해서 할 말이 많았다. 내 메시지를 정리해서 글로 풀어내는 과정은 1년 정도 걸렸는데, 매우 지난했지만 어떻게 글을 구성하고 풀어내는지에 대해 좋은 공부가 되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읽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하는 생각 밖에 할 수 없다." 고 했는데, 내 책을 쓰게 되면 진짜 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먼저 글로 써보는 걸 추천한다. 그 자체로 많은 배움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분야를 쓰기>

1. 쓰려고 하는 주제 좁히기: '내가 가장 관심있는 건 무엇인가?'
2. 수집한 정보와 사실들을 나열하기
3. 중요한 것/ 흥미로운 것/ 새로운 것을 뽑아보기
4. 그에 대한 나만의 견해 적어보기, 꾸준히, 계속해서.         



4. 사건 중심으로 쓰는 법


여행이든, 가족이야기든, 지나온 경험이든, '내가 겪었던 어떤 일'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좋을지 모른다면, 먼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두 나열한다. 각 이야기는 길게 쓸 필요가 없고, 한 두줄이면 된다. 이렇게 이야기들이 모였다면, 이번엔 자신에게 물어본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뭔가? 어떤 이야기가 가장 강렬하고, 가장 빛나고,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인가?’ 그를 생각해서, 딱 하나의 이야기를 고른다. 이제 그 이야기가 내 글의 '대장'이 될 것이다. 대장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엮어 나가면 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건, 다른 말로 내 경험을 꿰는 작업이기도 하다. 하나의 경험이 아니라, 여러 개의 경험을 꿰게 되면 통찰력이 생긴다. 그 힘이 삶과 나를 보는 시선을 다르게 만든다. 자신의 이야기를 꿰어가다보면, 그전과는 다른 눈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사건 중심으로 쓰기> 

1. 쓰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나열한다. 
2. 그 중에서 가장 강렬한,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 고른다. 
3.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람은 누가 읽지 않더라도 자기 자서전을 써봐야 해요. 자기가 주인공인 로맨틱한 소설 말이지요. 그러면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돼요."


지금껏 4권의 책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쓰보면서 알게 된것도 그랬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본인 이야기를 한번 써보라고 권한다. 내 이야기를 직접 내 말로 풀어낼 때의 그 힘을, 그 쾌감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느낌이야 각각 다르게 와닿겠지만, 자기 이야기를 자기가 할 때의 그 희열이 있다. 한 번은 친구 2명에게 20쪽 분량의 개인사를 쓰자고 제안해서 쓴 적이 있었다. 그 중 한 친구는 평소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쓰면서 울었다고 했다. 자기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할머니였는데 그 이야기를 쓰면서 무척 많이 울었다고 했다. 잊고 있던 소중한 인생의 부분을 다시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또 한 친구는 이혼한 부모님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글을 쓰면서 자신의 아픔을 다시 보게 되었고 내게 가장 소중한 게 가족이라는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내 경험을 이야기로 쓴다는 건, 나와 내 삶을 다시 보는 좋은 방법이다. 그건 내 세상을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이사벨 아옌데의 표현을 빌리면, 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만의 전설을 창조하는 것이자, 자기 신화를 써내려가는 일이다.       


Storytelling is  like making my own world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울렁증 넘어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