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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11. 2020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하나의 길

[북리뷰] 달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에게는 '안다'는 것이 '할 줄 안다는 것을 뜻했다. 배운 것을 연마하여 몸으로 체득하는 것, 이게 고대 철학자들에겐 안다라는 의미였던 모양이다. 아무리 눈부신 재능이 있어도 그를 개발하고 끊임없이 갈고 닦지 않으면, 재능도 고갈된다.  


책 <달인 Master Mind>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달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어떻게 그 과정을 견뎌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빨리 달려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삶과 성공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끊임 없이 배우고 노력하며 자신을 단련시키는 게, 이 책이 말하는 진정한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전문가에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어서, 제목에 단박에 이끌렸다. 내가 생각하는 전문가란 이런 사람들이다.

-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 (고수)

-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넓은 안목과 깊이를 자랑하는 사람 (능력자)

 

그런데 지나온 과정을 생각하면 여기저기 작대기를 들고 쑤시고 다닌 수준인데다,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커서 늘 조급함이 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오늘 다시  <달인>을  펼쳤다. 이 책의 저자인 '조지 레오나르드 George Leonard'는 인간의 잠재력과 사회변화에 관한 여러 책을 썼다. 특히 인간 잠재력에 관해 동서양의 철학을 융합했다고 알려져 있어서, 호기심이 인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 오르고 그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이를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


책의 문장이 올드하고 임팩트가 없어서 읽는 재미는 떨어지지만, 진정한 성공으로 가는 길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준다. 결국 정체기를 사랑하고, 슬럼프를 사랑하고 언제나 '연습'을 놓지 말 것. 세상에 꼼수는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를 꿈꾸거나, 자신의 능력을 한껏 펼치고 싶거나, 바보가 되기를 꺼리는 사람이라면 찬찬히 읽어볼 만하다. 아래는 책에서 길러온 문구다.  




1부 달인으로 사는 법

아무리 눈부신 재능이 있어도 달인의 훈련 없이는 이조차도 고갈된다. 반면 달인의 훈련을 하게 되면 끈기 있고도 쾌활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훈련 와중에 쓰라리 고통을 겪거나, 반대로 예상치 못한 대가를 얻거나, 아니면 최종 목적지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막상 해놓고 보니 하찮은 기술이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원하던 기술을 익히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또 자신이 이 과정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 스스로 놀라게 된다. 달인으로 가는 과정은 대개 다음과 같은 리듬을 탄다.


달인의 길에는 우회로가 없다. 즉,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비교적 짧은 전력투구와 전진단계, 그렇게 해서 다소 실력이 상승하면 거의 곧바로 쇠퇴하는 정체상태가 다가와 그대로 지속된다. 위에 그려진 곡선은 어떤 면에서 이상적인 상태다. 실제 배움의 과정에서는 규칙적인 전진은 있을 수가 없으며, 상승 단계도 여러 형태를 띤다. 또 정체상태에도 나름의 굴곡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진행과정은 거의 항상 비슷하다. 일단 달인의 길에 들어서면 숯돌에 칼을 갈듯이 부지런히 해서 웬만한 역량까지는 습득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개는 어쩔 수 없이 정체상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는 달인으로 가는 길에서 누구나 부딪히는 냉혹한 현실이다. 아무것도 얻는 게 없어 보일지라도 연습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짧은 전력투구 단계에서 배움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지속적인 상승이 불가능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테니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근육 기억'을 만들거나 '자동조정장치에 프로그래밍'할 때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특수한 매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몇 가지 설명은 거론할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과학 교수이자 뇌 연구의 선구자인 칼 프리브램은 이를 '두뇌-육체 체계'가설로 설명한다. 이 가설은' 습관적인 행동 체계'에 관한 것으로, 이 행동 체계는 의식적 사고보다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작동하며, 척수 내부나 그와 연결된 두뇌의 여러 부분에까지 반사회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습관행동체계 덕분에 별로 고민하지도 않고 맹렬한 서브를 되받아치거나 기타를 치고 새로배운 언어로 길을 물어보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면 반드시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지각하고 행동하며 인식하는 것에 대한 몸의 습관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이는 습관체계와 연관된 인지체계, 그리고 해마와 연관된 노력체계를 작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체계와 노력체계는 습관체계의 일부분이 되어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로서, 달리 표현하면 습관체계 '안으로 끼어 들어가서' 그것을 다시 프로그래밍한다. 이 일이 끝나면 이 두 체계는 사라진다. 

- 24~27
 

끊임없는 연습 (이미지 출처: youtube- Life Church)


그렇다면 달인이 되는 과정에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부지런히 연습하고 심지어는 연습 그 자체를 위해 연습해야 한다. 정체상태에서 좌절하지 말고, 비약단계를 즐기듯 그 상태를 즐겨야한다. -27
 
슬럼프를 사랑하라

목표를 성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삶의 진정한 과즙은 그것이 달건 쓰건 결과뿐만 아닌 삶의 과정 그 자체, 또 그것을 생생하게 느끼는 방식에서도 발견되어야 한다. -49
목표한 바를 성취한 그 순간 다음에도, 언제나 우리 앞에는 또 다른 내일이 존재한다. 만일 우리 삶이 훌륭한 달인의 삶이라면, 그 대부분은 고요한 정체상태에서 보내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삶은 안절부절못하고, 심란하고, 결국 정체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자기파괴적인 시도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남는다. 과연 우리가 받은 교육에서는 삶의 한 지점에서 정체상태를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었는가? 발전이 없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귀하게 여기고 심지어 사랑하라는 것을 가르쳤던가? - 50
 
목표, 그리고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뜻밖의 일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미래와 과거의 것들이며, 우리 감각 영역의 울타리를 넘어서 존재한다. 달인의 길에서 연습이라는 것은 오직 오늘에만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낄 수 있다 .즉 정체상태를 사랑하는 것은 영원을 사랑하는 일이고, 발전의 필연적인 분출, 성취의 열매를 사랑하는 일이며, 고요하게 그것들 너머에서 또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정체상태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즉 정체상태를 사랑하는 일은 우리 삶에서 아주 본질적이고도 지속적인 것을 사랑하는 일이다. - 60
 


2부 달인이 되는 다섯 가지 열쇠

1. 스승을 만나라.
선의 대가 슌류 스즈키는 자신의 책 <선의 마음, 초심자의 마음>에서 빠르고 느린 학생의 문제를 말과 비유해 설명한다.
"경전에 따르면 4종류의 말이 있다. 탁월한 말, 좋은 말, 빈약한 말, 나쁜 말이다. 최고의 말은 채찍질의 기미가 보이기도 전에 기수의 의지에 따라 천천히 달리기도 하고 빠르게 달리기도 하며,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달린다. 두번째로 좋은 말은 첫번째 말과 별다르지 않지만 채찍이 피부에 닿기 직전에 그렇게 한다. 세번째 말은 몸에 고통을 느껴야만 달리기 시작한다. 네번째 말은 고통이 뼈에 사무친 다음에야 달리기 시작한다. 네번째 말이 달리기를 배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생해볼 수 있다. " - 75
 
이 이야기는 비범한 사람도 도전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한다.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려면 재능없는 사람들만큼이나 부지런히 연습해야한다는 뜻이다. - 76
 
2.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캐딜락을 타고 콘서트를 보러가던 텍사스 출신 청년 둘이 뉴욕의 저지 이스트사이드에서 길을 잃었다. 그들은 차를 멈추고 수염기른 노인에게 물었다.
"카네기 홀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연습!"
 
달인은 자기 기술을 더 잘해내려고 그것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들은 연습 자체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더 발전한다. 더 나아질수록 기본적인 동작을 여러 번 되풀이하는 일 역시 더 즐기게 된다. -84
 
늙은 무예가는 말한다. "달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5분 이상 매트에 더 머무르는 사람이다." -85
 
달인의 길이란 무엇이낙? 달인의 길은 연습이라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달인의 길은, 길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 89
 
3. 기꺼이 복종하라.
사실 지겨움의 본질은 강박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에서 비롯된다. 만족이란 마음속에 새겨진 반복 속에 존재하며, 익숙한 주제를 미묘하게 변조하면서 끝없는 풍부함을 발견하는 데 있다. - 92
 
4. 마음에 달렸다.
생각, 이미지, 느낌은 진짜다. 에너지는 질량과 속도와 관련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생각 (e=MC2)은 결국 놀라운 힘을 폭발시켰다. 이같은 생각을 마음과 충격으로 변형시키는 일은 길고도 끈기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말한다. "나는 모든 일의 첫번째 단계가 비전을 세우는 일이라는 점을 안다. 비전을, 그것도 아름다운 비전을 보게 되면, 그것이 '욕구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내가 우주가 되려는 욕구는 그 비전을 명료하게 보기 때문에 결국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의식의 지향성은 달인의 길에서 연료가 된다. 모든 달인은 비전의 달인이다. - 107
  
5. 한계를 넘어서라.
한계를 시험하는 것은 균형잡힌 행위다. 언제 안전선을 넘어 스스로를 밀어부칠지를 자각하는 일이다. 이러한 자각 속에서 달인의 길에 들어선 사람은 '단지 그것을 하겠다'는 의식적인 결심을 한다. -110

 
3부 예비 달인을 위한 몇 가지 팁

우리는 더 나은 인생을 위해 변화를 결심한다. (중략) 인생이 더 나은 것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그 다음 곧바로 퇴보한다. 무엇때문일까? 정말 의지력이 박약한 멍청이여서일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퇴보는 보편적인 경험이다. 우리는 모두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의미있는 변화에는 저항하게 된다. 이는 인간의 천성이다. - 115, 116
 
우리는 달인이라는 것이 완벽함과 관련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게 된다. 그것은 과정에 관한 것이며, 하나의 여행이다. 달인은 날마다 그 길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 달인은 자신이 살아있는 한 기꺼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다. - 151
               





마지막에 실린 저자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우연히 콩가드럼을 가르치는 산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가 빠르게 콩가리듬을 배우자, 산 사람은 그가 '배우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챈다. 그는 아세틸렌 램프로 작업을 하는 조각가인데 1년동안 몹시 막혀 있어서 더 이상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배우는 이가 될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말해주시오. 어떻게 하면 배우는 이가 될 수 있는지."


그때 저자는 아주 텅빈 마음으로 이렇게 답했다.

"아주 간단합니다. 기꺼이 바보가 되기만 하면 됩니다."

 
저자는 자신의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한다. 
부모나 동료, 학교, 사회가 배움 과정에서의 즐거움, 자유, 어리석음을 허용하지 않아 배움 자체를 박탈당한 경우는 없었는가. 두려움 없이, 어리석다는 생각 없이 뭔가 새로운 걸 해보려는 시도가 실패한 적은 몇 번인가? 남들이 유치하다고 할까 걱정돼서 스스로 자발성을 검열한 적은?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잠재력이 비상하게 뛰어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린이처럼 순진한 행동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제 2의 순진함'이라고 칭했다. (중략) 바보스러울 수 있는 자유는 천재의 성공을 위한 열쇠, 심지어는 말하기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기본적인 것이다. -184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와 닿았던 건 바로 '바보'였다. 기꺼이 바보가 될 수 있는 자유. 생각해보면 나는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어리석고 싶지 않아서 배움을 거부한 적도 많았다. 그 순간을 견디질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달인과 순진함, 바보가 다른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어둠을 거부하는 자는 빛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보가 되길 거부하는자는, 달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과도 같다. 

아이러니, 아이러니로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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