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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31. 2020

나만의 것을 만들려면 먼저 모방할 것!

모방은 창조의 시작

자기만의 것을 만들려면 먼저 모방할 것!


파블로 피카소는 입체파 (큐비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거장이다. 많은 화가들이 그를 모방하여 그렸는데, 정작 피카소야말로 모방의 대가였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그는 어려서는 아버지 작품을 비롯해 여러 대가들의 그림을 숱하게 따라 그렸다, 학교를 그만두고, 마네, 쿠르베, 엘그레코, 들라크루아 등 선배 화가들의 그림을 모방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특히 피카소는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끊임없이 모방해 그렸는데, 그 중  ‘시녀들’이란 작품만 모방해 그린 게 58점에 달한다. 피카소에게 벨라스케스는 평생 도전의 상대였는데,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나는 열다섯 살에 벨라스케스처럼 그렸다. 덕분에 80년간 아이처럼 그릴 수 있었다.”


좌는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이고, 우는 피카소가 모방한 그림이다.


하지만 피카소는 그저 베끼는데 그치지 않고, 핵심을 훔쳐와 자신의 것으로 녹여냈다.  피카소는 모방을 하면서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갔고,  마침내 '입체파'라는 전무후무한 화풍을 완성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기


모방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으로는 남미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를 빼놓을 수 없다. 보테로의 그림은 누가 봐도 '아 이건 보테로 그림이다'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독특한 화풍을 자랑한다. 특유의 터질 듯 풍만한 양감과 밝고 화사한 색감이 특징인데,  이런 화풍 역시 모방을 통해 완성되었다!  


콜롬비아 메데진 출신인 '보테로'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다. 대신  20대에 유럽을 여행하며 독학으로 미술을 익혔다. 그는 미술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벨라스케스, 고야, 엥그르와 같은 대가들의 그림을 연구했다. 대가들의 그림에 나타난 양감과 색채에 매료돼 엄청나게 따라 그리며 모방을 통해 기술을 익혀갔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대가들의 작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것! 


모방하며 익힌 기술에 타고난 남미의 다채로운 색채감이 더해지면서, 마침내 명랑한 원색이 살아있고 탱탱한 불륨을 지닌 보테로 특유의 화풍이 완성된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소풍' (2001)




좋은 모방은 좋은 창작을 낳는다


1인 기업가로 ‘변화경영’이라는 분야를 만든 구본형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인간적인 창조란

'지금껏 연결되지 않는 것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의미한다. "


이 세상에 어떤 것도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  한 책은 다른 책의 모방이며, 한 예술품의 다른 것의 모방이다. 때문에 예술가들은 '좋은 것을 창작하려면 먼저 좋은 모방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입모아 말한다. 한때 붐을 일으켰던 '필사'가 좋은 예다. 필사는  단순히 옮겨 적는 게 아니라, 옮겨 적으면서 문장 구조와 문체, 어휘, 내용을 한꺼번에 익히는 방식이다.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행동으로 터득되는 기술이 생겨나고, 내 안의 어떤 것과 만나면서 새로운 것이 발아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필사는 창작의 시작과도 같다. 나는 글이 안 써지면, 좋은 작품을 가져다가 필사를 한다. 좋은 문장을 베껴쓰다 보면, 그에 따라 생각이 흘러 다니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내가 하고 말이 나오는 순간이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도 누군가를 모방하며 성장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아직 독창적인 걸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면, 나만의 차별적인 게 어떤 건지 알 수 없다면,  먼저 모방하면서 시작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와 닿는 글을 따라 쓰면서 그들의 방식을 접하고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이다. 말을 틔우려면 먼저 흉내내어야 한다. 그렇게 흉내내다보면 언젠가 나만의 소리를 멋드러지게 뽑아낼  날이 올 것이다. 좋은 창작을 하려면, 즉 먼저 좋은 모방부터 시작해야한다.

  

Singing with your own 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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