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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01. 2020

진짜는 '고쳐쓰기'에서 탄생한다

퇴고전략- 글맛을 더하는 방법 2

고쳐쓰기의 불문율


방송에서 재미를 만들어내는 건 녹화가 아니라 편집할 때라는 말이 있다. 장면을 어떻게 이어 붙이고, 어떤 자막을 넣느냐에 따라 재미가 배가 되기도 하고, 노잼이 되기도 한다. 방송에서의 편집이 글에서는 '퇴고하기'다. 퇴고는 글을 다듬고 고치는 행위로, 책쓰기에서는 초고를 수정하는 단계를 말한다. 글을 버리거나 살리면서 글의 강약을 살리고, 흐름을 맞추고, 구성을 쫀쫀하게 하는 작업이다. 


소설가 스티븐 킹이 고등학생때 처음으로 돈을 받으며 신문사에서 글을 썼는데, 그때 편집자에게 이런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쓸 때는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원고를 고칠 때는 그 이야기와 무관한 것들을 찾아 없애는 것이 제일 중요해."


퇴고할 때 기억해야 할 말이다. 작가들이 '초고는 쓰레기' 라고 하는데, 초고를 진짜 작품으로 만드는 건 고쳐쓰는 단계에서 하는 일이다. 초고가 연필로 스케치 하는 단계리면, 고쳐쓰기는 스케치를 수정한 뒤 색을 입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퇴고는 시간 여유가 된다면 많이 할수록 좋다. 토할 정도로 글을 보고 고친다고 해서 토고라고 할 정도다. 


퇴고단계에서 기억해둘 것이 있다. 

첫째, 쓴 글을 바로 다시 읽지 않을 것. 반드시 일정 시간을 묵혔다가 다시 본다. 

둘째, 시간만 허락한다면, 마음에 들 때까지 많이 고치는 게 좋다.  

셋째, 제 3자의 의견을 수용한다. 



(출처: fiverr.com)



1. 초고를 잠시 묵혀두기 


글을 바로 고치려고 달려들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보지 않고 좀 묵혀두면, 거리감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고쳐쓸 준비가 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초고를 다 쓰고 난뒤 원고를 뜯어고치는 수정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먼저 이야기의 큰 그림과 일관성을 맞추는 1차 수정을 하고, 며칠 쉰 뒤 묘사와 대화를 조정하는 2차 수정을 하고 다시 며칠을 쉰뒤 소설 전개 흐름의 나사를 조이고 푸는 3차 수정을 거친다. 그리고 한달 정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머리를 식히는데 이과정을 '양생'이라고 부른다. 바람을 쐬면서 글도 머리도 새로운 상태가 되게 한다. 그 다음 철저한 고쳐쓰기에 들어간다. 


글을 묵히는 기간은 얼마가 좋을까?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편의 글이라면 이삼일이면 될 것이고,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라면 최소 2주에서 한달은 필요하다.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


2.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기


소설가 김연수는 소설가의 주된 일이 바로 "자기가 쓴 것을 조금 더 좋게 고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누구든 초고는 형편없다. 그래서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이며, 작품은 개작 단계에서 탄생한다”고 말한다. 형편없는 초고를 작품으로 만드는 비결은 ?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기! 


뛰어난 작가들도 무지막지하게 고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소설 <개미>를 12년 동안 120번 퇴고했고,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무려 400번 고쳐 썼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페이지는 39번 다시 쓰고서야 만족했다고 한다. 중국의 명문장가 소동파도 <적벽부>를 썼을 때 습작원고가 한 광주리를 넘었다고 한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시나리오 초고를 4개월만에 쓰고 이후 2년 동안 16번을 고쳐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퇴고를 태생적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교정지가 새까매지고 책상에 늘어놓은 열 자루 정도의 HB 연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볼 때마다 큰 희열을 느낀다고까지 말했다. 나도 고치는 과정을 좋아하는데, 고쳐쓰다보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초고를 쓰는 건 고통스러운 창작과정이지만, 고쳐쓰는 건 퍼즐맞추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 쓴 글을 이리 저리 고치고 재구성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걸 볼 때의 쾌감이 있다. 확실히 많이 고친 글이 읽기 쉽고, 구성도 좋고, 사람들이 주는 평가도 좋다. 그렇다면 대체 고쳐쓰기는 얼마나 해야하는 걸까?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 편의 단편소설을 써내고 그것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쉼표 몇 개를 삭제하고,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똑같은 자리에 다시 쉼표를 찍어 넣을 때, 나는 그 단편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이 정도가 한계다. 이 이상 더 고치면 도리어 맛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라는 미묘한 포인트에 도달할 때까지' 고쳐썼다면 끝난 것이다. 이정도까지 할 자신이 없다면, 최소 3번은 고쳐쓰기를 권한다. 


헤밍웨이, "난 마음에 들때까지 고칠거야"


3. 제 3자의 의견 듣기 


어느 정도 고쳤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공들여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피드백 받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하루키는 자존심 따위는 최대한 던져버리고, 제3자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가 있다. 


소설이든, 책이든 몇 달 동안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에 몰두하게 되면 제대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하루키는 장편소설을 쓰고 나면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제정신인 인간이 지적한 부분은 반드시 고치라는 조언한다.

자,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

하루키 본인은 가장 먼저 아내에게 보여주는데 이때  한 가지 규칙이 있다.  '트집 잡힌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어찌 됐건 고친다'는 것이다. 당장은 수긍할 수 없어도 지적받은 부분을 고쳐 쓰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하지만 제3자의 비판을 듣는 것은 퇴고할 때 뿐, 작품이 출간된 후에 들어오는 비평은 적당히 흘려 넘긴다. (그래야 정신건강에 좋을 듯)



작품을 만드는 '고쳐쓰기'단계를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첫째, 초고를 다 썼다면, 최소 2주는 보지 않고 묵힌다. 이전에 썼던 글을 좀 잊어버릴만해졌다면 그때 고쳐쓰기를 시작한다. 

둘째, 고쳐쓰기의 한계는 없다. 마음에 들때까지 고치면 된다. 

셋째, 제 3자의 의견을 듣는다. 사실 아무리 고쳐도 작가의 눈과 독자의 눈은 다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피드백 받은 부분을 고친다. 여기까지 오면 고쳐쓰기가 일단락 된다. 


자, 이정도면 어느정돈 봐줄만한 작품이 되었다! 

이제 다음 단계인 퇴고의 3가지 프로세스로 고고고!  :) 


참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는 13가지 방식>, 양유창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현대문학 2016

<유혹하는 글스기<, 스티븐 킹, 김영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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