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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22. 2020

퇴고를 잘 하는 요령

초고를 고치는 3단계 프로세스

"잘 고치는 게 잘 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퇴고는 그냥 수정을 하는 단계가 아니라, 내가 써둔 초고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부터, 글끼리의 유기적 결합, 문단의 흐름, 세부적인 문장 수정까지 몇 단계에 걸쳐서 해야할 작업이다. 


초고에서 출발지점일 뿐이다. 내가 쓴 초고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흐름을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어떻게 고쳐갈 지 방향을 잡아 재구성 한 뒤, 그리고 나서 세부적인 고쳐쓰기를 들어가야한다. 따라서 무작정 글을 고치겠다고 달려들기 보다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밟는 것이 좋다. 글 수준-> 문단 수준 -> 문장 수준 -> 단어 수준의 흐름으로, 큰 범주에서 작은 범주로 범위를 좁혀가면서 진행하면 된다. 그러면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며 방향을 잡아갈 수 있고, 세부 맞춤법까지 두루 살피며 글을 고쳐갈 수 있다. 


고쳐쓰는 건 단순히 문법이나 어법을 맞게 고치거나 문장 자체를 고치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전체 구성을 고치는 일이다. 각각의 글들이 '주제'와 긴밀히 연결되는지, 글의 전체 분위기가 통일성 있게 조합되는지를 보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주제와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버려야 한다. 그렇게 쳐낸 글들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으니, 너무 아까워하지 말고 쳐내자.  



퇴고의 3단계 프로세스


1단계. 출력해서 읽으며 글의 전체 흐름을 살핀다


초고를 출력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본다. 모니터로 그냥 봐도 되지 않나? 싶지만 굳이 출력하는 이유가 있다. 출력해서 종이로 글을 보게 되면 모니터 상에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이게 참 신기한 부분인데, 모니터와는 다르게 글이 읽히기 때문에 반드시 출력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할 질문이 두 가지 있다.


1. '독자가 어떤 흐름으로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 ---> 이는 '목차구성'과 이어진다.

2. '독자가 책을 다 읽었을 때 무엇을 느낄까?' ---> 이는 '주제'가 얼마나 선명히 드러나느냐와 관련된다.


독자 입장이 되어서 내가 쓴 글을 보게 되면, 저자로 쓸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이 보인다. 흐름이 어설픈 부분도 보이고, 잘 썼지만 주제와 그다지 관련없는 글도 보인다. 글을 읽어가며 빼야할 글이 있는지, 더할 부분이 있는지, 중복되는 이야기는 없는지를 살피고 따로 표시해둔다. 이 과정이 잘 되면 앞으로 글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대충그려진다.


열심히 작업중인 외쿡남 (출처: www.flickr.com)


2단계. 포스트잇을 활용해 목차를 재구성한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살펴봤다면 어떤 부분이 미흡하고, 보충해야하는지 견적이 나왔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의 흐름, 즉 목차를 재구성한다. 역시 분량이 많아서 무작정 재구성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 단계에서는 '포스트잇'을 사용하면 좋다.


1. 글의 제목을 포스트잇 한 장당 하나씩 쓴다.

2. 다 썼으면 그걸 도화지 정도의 큰 종이에 붙인다.

3. 생각해둔 목차구성대로 붙여보고, 이렇게 물어본다.  

"이 흐름이 내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주제를 충분히 담고 있나?"

주제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지 보려면, 현재 목차 순서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보면 된다. 설명하는데 말이 막힌다거나 구성이 매끄럽지 않으면 재구성하는게 좋다.


실제로 포스트잇으로 목차작업을 하고 있는 과정

포스트잇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가장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찾는다. 이때 2가지를 염두에 두고 보면 좋다. 주제와의 연결성, 글끼리의 긴밀성이다. 이리저리 재배열해보면서 주제와 관련이 있는지,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확인한다. 주제와 맞지 않는 건 빼고, 더해야할 부분이 있으면 보충하고, 중복되는 내용은 통합시키다보면, 글의 흐름이 맞춰진다. 이렇게 구성이 재배열되면 어느 정도 큰 틀은 맞춰졌다고 보면 된다. 이과정이 잘 되면, 어떤 책이 될지 컨셉이 분명해진다. 컨셉이 분명하면 각 글이 이르러야 할 지점이 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3단계. 각 글의 완성도를 높인다


큰 틀을 맞췄으니, 이제 세부적인 내용을 수정할 차례다. 글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건, 문단과 문단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살피고, 세부적인 문장 고쳐쓰기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정-교열-윤문을 하는 단계다. 교정은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수정하는 것이고, 교열은 오류가 있는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다. 윤문은 어색하거나 장황한 문장을 명료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쓰는 일을 말한다. 글을 한 편씩 세세히 뜯어보며 문법이나 어휘가 틀린 부분을 바로잡고 글을 윤이 나게 새롭게 쓰는 작업을 한다.

(이미지출처: 휴비스 공식블로그 https://blog.huvis.com)


먼저 문단 간의 흐름, 문장 간의 관계을 살피자.

이때도 먼저 문단을 보고, 그 다음 문장을 고치는 순서대로 하면 좋다. 한 편의 글 안에서 문단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며, 주제를 향해 잘 흘러가고 있는지, 불펼요한 내용은 없는지 등을 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예시나 근거 자료로 쓴 내용과 출처가 정확한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며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용을 하다보면, 원 출처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나도 어느 목사의 말이라고 생각해서 인용했는데 알고보니 심리학자가 한 말이었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었서 추후에 고친 일이 있었다.   


'맞춤법 도우미'를 활용하자

맞춤법이 틀리면, 내용을 떠나서 원고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최대한 맞춤법을 검사하고 또 검사해야 한다. MS 워드나 한컴의 한글문서에는 따로 맞춤법 항목이 있다. 상단의 검토 탭을 누르면 '맞춤법' 항목이 나오는 데 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인터넷 포털에 '맞춤법 검사기'라고 치면 여러 사이트가 나오는데 그 중 골라서 사용하면 된다. 나도 맞춤법 검사기에 1차로 확인 한 후, 2차로 수정을 했다. 그런 뒤 각 문장을 명확하게, 말이 되게 윤문하면 된다. 25년 이상 교정/교열을 해온 강석신 교정 전문가는 "교정 교열은 단순히 글자나 문장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글에 마지막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말하는데, 그 정도로 글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필수작업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데 보통 한 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 하루키는 퇴고를 몇 번에 걸쳐서 진행하는 데 한번 퇴고를 하고 나면 좀 쉬었다가 그 다음 퇴고를 하곤 했다. 나도 보통 5번 이상, 많을 때는 100번 이상까지도 퇴고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러다 정말 토나오겠다 싶을 정도로 원고를 보고 또 보았는데, (그래서 퇴고를 '토고'라고 하기도 ㅎㅎㅎ) 그렇게  퇴고에 공을 쏟으면 정말로 글이 좋아진다. 따라서 급하게 하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다시 글을 쓴다는 마음으로 퇴고를 한다면, 초고에서는 보지 못했던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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