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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23. 2020

편집자를 유혹하는 출간기획서 작성하기

출간기획서 작성부터 출판계약까지

얼마 전 지인이 출판사와 새 책을 계약을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것도 원고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출간기획서만으로 말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책의 기획이 좋으면 원고를 쓰지 않고도 출간기획서만으로 출판계약을 따낼 수 있다.  

나도 책 한번 내고 싶다면, 이 출간기획서에 주목해보자. 



출간기획서는 무엇인가

출간기획서는 저자가 출판을 위해 출판사에 투고할 때 넣는 '출판제안서'다. 

보통 출판사에 컨택할 때 <출간기획서>와 <샘플원고>를 함께 전달한다. 출판사가 받는 원고량이 엄청난데, 그를 일일이 검토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원고만 덜렁 보내는 게 아니라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획서'를 같이 보내는 것이다.



출간기획서 작성하기 

편집자들을 사로잡으려면 괜찮은 기획서와 좋은 원고를 써야한다. 특히 출간기획서는 편집자를 유혹하는 역할을 하므로,  '내 책은 이러이러한 책이고, 이런 이유로 잘 팔릴 거니까 출판해주세요'라는 내용을 잘 담아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래 항목을 토대로 작성하게 된다. 



-출간기획서 작성 항목-

1. 도서소개

제목 및 부제

한줄소개

내용소개

기획의도 ( 이 책을 왜 썼는지에 대한 '집필동기'가 드러나야 한다)


2. 저자소개

학력, 경력을 읊조리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 책을 써야하고, 쓸 수 있는 사람인지가 잘 드러나도록 자기소개를 써 주는 것이 좋다. 너무 길지 않게 4~7줄 사이면 적당하다. 


3. 시장 조사 및 마케팅

분야 

타깃 독자

경쟁 도서

마케팅 전략


4. 기타

분량  

일정 (초고완성 일정, 출간 희망일을 적어준다) 


5. 첨부

목차

서문

샘플 원고 2~5꼭지 (여기서 꼭지는 글 한 편을 의미한다.)


위는 전형적인 출간기획서다. 5번 첨부의 목차 서문 샘플 원고는 기획서 맨 뒤에 붙이거나 따로 파일로 첨부한다. 이리 설명해도 직접 써보지 않았다면 감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 하여 친히 실제 사례로 보여드리겠다. 아래는 2016년  여행에세이로 출간된 책 <완벽이란 놈에 발목잡혀 한 걸음도 못나갈때> 썼던 기획안으로, 실제 출판사에 보냈던 것이다. 


-기획서 실제 예시 : 책 <완벽이란 놈에 발목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때> - 

1. 제목
제목: 니뜻대로 하세요
부제: 갈팡질팡 인생길마다 펼쳐보고 싶은 매력적인 오답 안내서 
한 줄 소개: 정답 대신 자신의 답으로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이 들려주는, 매력적인 ‘인생오답’
2. 책 소개 
-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질문을 품고 35개월 간 국내와 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이야기들입니다. 
- 사회기준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답으로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이 들려주는 매력적인 '인생오답'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여기서 ‘오답’은 틀린 답-오답誤答이 아닌, '나만의 답-오답吾答'이 맞습니다.)
- 풍부한 야매 맛을 느낄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이야기책입니다. 흔들흔들 거리고 갈팡질팡하는 인생길마다 펼치면 마법처럼 힘이 퐁퐁 솟습니다.
3. 독자 평 
(미리 어디선가 이야기를 구해 읽으신 분 들이 남겨주신 평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하나쯤 있어야지. 이거 책으로 나오면 아들놈에게도 꼭 읽혀야겠어." - 도봉동 김아주머니.
"펼치면 마법처럼 힘을 주는, 그런 이야기." - 부암동 백수
"어, 좀 다르다. 심지어 재밌어.... 이거 책으로 내주세요. 꼭 사볼게요." - 인천 00재학 중인 이모양
"하이고메, 간만에 내 심장이 폴딱폴딱 해브렀다잉." - 전주 권00 할매
4. 기획 배경 및 의도
지금 사회를 지배하는 경제, 교육 등은 대부분 250여년 전 산업혁명 때 파생된 것들입니다. 효율성, 표준화, 전문화를 우선시하는 시스템에 잘 맞는 것들이었죠.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달, 고도화 되는 기술발전, 산업구조변화 등 시대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참고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오고 행복해진다는, 믿음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기존 사고 방식, 시스템에 의문이 많았습니다. 주위에 열심히 사는데도 별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정말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까? 다른 길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살아야 할까’ 그런 물음에서 품고 꽤 오랫동안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여행을 했습니다. 어떻게 살까 고민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게 하게 되었죠. 다른 기후, 다른 문화, 다른 종교에선, 생각도 기준도 방식도 제 각각이었습니다. 다만 어디서고 정말 중요한 게 한가지 있었는데, '내가 행복한가'그거였죠. '내가 행복한가'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 가슴이 뛰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세상이 제게 들려준 힌트들을 하나 둘 모아 가다 보니, 한 권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모든 이가 세계여행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과 만났던 사람들이 전해주는 조금 다른 시선과 다른 답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갈지’ 또 다른 영감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이젠 남들처럼 사느라 똥줄 빠지는 대신, 나대로 행복해도 되지 않나요? 
5. 타깃 독자 
- 생긴 대로 못 살아서 욕구불만이 머리꼭대기까지 차오른 분들.
- 뭔가 다르게 살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는 분들.
- 나만 왜 이럴까, 나만 이상한가 혼자서만 끙끙 앓고 계신 분들
- 인생이 피곤하고 별로 행복하지 않는데 딱히 출구는 안 보이는 분들.
6. 저자 소개
이름 김귀자. 10년 간 줄기차게 길을 헤매온 자타공인 방황전문가 김선생으로 불립니다. 20대 동안 4년 공부하고, 3년 일하고 나머지 3년은 통째 들어다 여행에 썼죠. 그만큼 놀고 쉬는 것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어요. 그러다 뭔가 맘에 들어오면 바싹 마른 들판의 불길처럼 일어나 열정을 확- 불사르고는 다시 쉬기를 반복합니다. 기자도 하고, NGO 단체서 일도 하고, 책도 썼습니다. 대학 때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직장생활 하면서 <회사가 나를 미치게 할 때 알아야 할 31가지>를 공저로 내었죠. 무얼 하든 정해진 방식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궁리하는 야매 정신으로 무장돼 있습니다. 남들처럼 대기업 조직원이나 공무원이 돼보기는커녕, 20대 내내 '왜 사나' 이 질문 하나 붙잡고 방황하며 살아왔고요. 어떤 이는 나를 '가지가지 재미난 실험으로 가득한 꿈 자루'라 하고 어떤 이는 '겁 없는 놈'이라 합니다. 앞으로 뭐가 될까 생각해왔는데, 무엇이 되든 그냥 ‘내'가 될 거 같습니다. 삶을 철학 대신 경험으로 가득 채고 싶은 '라이프아티스트 연맹' 소속입니다.
7. 분야: 여행 에세이
8. 유사도서 : <러브&프리>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 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동아시아 
9. 제품성분: 세계여행 10g , 이야기 10g, 사색 5g, 야매5g, 충동질 3g, 방랑 2.6g, 한숨 0.5g
10. 참고 사항
- 원고의 70%는 완성된 상태입니다. (40~50꼭지 예상, 2016년 5월 중 집필 완료 예정)
- 올 6월~7월 출간을 희망합니다. 
-목차 및 서문과 샘플 원고(6꼭지)는 아래 첨부합니다. 


이 뒤에 서문과 목차, 샘플원고 5편을 따로 보냈다. 일반적인 양식에서 조금 다른 항목을 넣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참신하고 재밌다는 평을 편집자들에게 들었다. 덕분에 30% 이상의 높은 응답을 받았다. 



출판사에 피칭하는 법

 예전엔 프린트해서 우편발송도 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모두 이메일로 받는 추세다.  

 보통 몇 십개의 출판사에 투고를 하게 되는데, 천편일률적으로 보내지 말고 최대한 정성들여서 하나씩 보내는 게 좋다. 내가 왜 당신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등등을 간결하지만 정성들여 쓰는 게 좋다. 그래야 회신받을 확률도 높다. 투고 할 때 응답률을 높이는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복붙으로 이메일을 보내지 말고, 한 군데 한 군데 정성들여서 각각 내용을 써서 보내는 게 좋다. 나는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해당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내고 최근어 어떤 책을 내었는지 미리 살펴보고, '얼마전 낸 책 000가 **라는 점에서 참 좋았다' 식으로 언급을 한 뒤 내 이야기를 했다.  


당시 45군데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중에서 15군데에서 회신을 받았다. (100군데 보내도 응답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중에서 같이 해보자는 긍정 답변을 준 곳은 3곳이었고, 나머지는 본인 출판사와는 색깔이 맞지 않아 반려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출판사 3군데를 방문해 편집자를 모두 만나본 뒤, 내 책에 가장 애정이 많고, 가장 잘 내어줄 수 있는 곳을 골라, 출판계약을 진행했다. 




출판사와 계약시  유의사항

저자가 출간기획서와 원고를 보내면, 출판사에서 Yes, No라는 응답을 보내온다. 좋다라고 답아 오면, 당장 계약부터  할 것이 아니라 만나서 어떻게 진행할 건지 이야기를 해보아야 한다.


미팅을 통해 확인할 건, 편집자의 성향, 인세, 출간 방식과 일정 등이다. 


나는 편집자의 성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책을 만들 때 편집자의 성향이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어떤 사람인지, 책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책을 만들어줄 건지 등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가 책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내 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래야 책을 수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욱 즐겁게 일을 해갈 수 있다. 저자와 출판사가 비즈니스 거래관계이긴 하나, 책을 만드는 '같은 편'이라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면 책을 제작하는 과정을 좀더 잘 진행할 수 있다. 


인세도 빼놓지 말아야 하는데, 출판사마다 인세 요율이 다르고, 지급일자도 달라 확실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세는 10% 내외를 받는데 초보 저자의 경우 6~8%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인세가 10%라면 1만원 책이 한 권 팔릴 때마다 저자는 1천원 받는다. 대형출판사는 시스템과 인력을 갖춰 인세를 분기별로 꼬박꼬박 잘 지급하는 편이지만, 1인출판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1년에 한번 지급하거나 그 마저도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히 1인 출판사와 이야기할 땐 인세 지급일정과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훈련한다는 셈치고 꼼꼼히 물어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뒤탈이 없고 깔끔하다. 


인세, 책 출간 일정, 출간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잘 진행되면 출판계약을 맺게 된다. 정해진 양식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조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어두고 모르는 부분이나 미심쩍은 부분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게 계약을 맺으면 완료된다. 그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을 편집하고, 제작하고, 마케팅하고, 정식 출판하는 과정을 밟게 되며, 그때그때 출판사와 논의하며 진행하면 된다. 이제 출간 일을 기다리면 된다. 


책이 조만간 세상으로  툭, 하고 튀어나오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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