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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17. 2020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 때

내 안의 좌절감을 다루면 생기는 일

때론, 결심만으론 충분치 않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굳게 마음먹고 시작하더라도, 예상치 않은 딸국질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2019년 책을 쓰고 직접 출판해보겠다고 마음먹고 회사를 관뒀다. 굳이 회사까지 관둘 필요가 있었냐고 했지만, 절대적으로 투입해야할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름(?) 신중히 내린 결정이었다. .  처음에는 일과 병행해보려고 했는데, 회사 일이 워낙 많다 보니 도무지 작업이 진척되지가 않았다. 오히려 에너지만 분산됐다. 그렇게 1년 반을 지지부진하게 보내다 올해는 꼭 출판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큰 마음 먹고 사표를 냈다. 


시간이 많아진만큼 매일 같이 글을 쓸 수 있었고, 집중할 여력도 많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생각만큼 일이 진척되지 않았다. 원고는 커녕, 아직 출판제작은 꿈도 못 꿨다. 수시로 내 능력에 대한 걱정과 의심이 올라왔다. '나는  편집, 디자인, 제작 경험이 전혀 없는데, 직접 출판할 수 있을까? 아니,  책 쓰는 거라도 과연  끝까지 할 수나 있을까?' '할 수 있어, 난 누구보다 강하잖아'라고 되뇌어 봐도, '아냐, 이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 난 할 수 없을 것 같아.' 라는 의심의 소리는 떨쳐지지 않았다. 막막하고 암담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를 좌절시키는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였다.

'경험이 없으면 하지 마시오'  and ‘잘 할 수 없으면 시도하지도 마시오.'  

계속 일을 진행하려면 결국 이 두가지의 목소리를 다뤄야만 했다. 하루 날을 잡고 그 말이 정말 합당한지 짚어보고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가보기로 했다.

머리 박고 싶을 때가 있다 (이미지출처:www.flickr.com)


첫번째 목소리, "잘 모르면 하지 마세요."


경험이 없으면 잘 모른다는 생각에, 주눅들기 쉽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더욱 그렇다. 나는 책을 '써본' 경험이 있지만, 책을 '직접 제작'해본 경험은 없어서 주눅이 들었다.

 

한데 독일의 젊은 예술가 '사이먼 프로인트Simon Freund'는 좀 달랐다. 그는 '컨셉추얼아트 Conceptual art'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다. 경계를 넘나들며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까 싶은 제품들을 만드는데, 유명브랜드 쇼핑백을 이용해 의자를 만드는 식이다. 아직 20대 초반으로 경험도 부족하고, 전문 지식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그는 그 사실에 주눅들지 않았다.


"저는 특정한 분야의 공부를 하거나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잘 하는게 없어요. 그 말을 뒤집어보면 전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완전히 열려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노마드 인터뷰> (서범상 지음) 중, 60p


모르기 때문에 완전 열려있다는 말은, 어떻게 할지 모르면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나선다는 뜻이다.


“Wooden latter를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만들 방법을 찾아 나셨죠. 무언가를 창조할 때 오직 한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 공부하고, 도움을 받거나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과정을 배워요."

-위의 책

사이먼이 제작한 작품 - Wooden ladder (이미지제공: 서범상)

그의 태도를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았다. 경험도 지식도 없으면서 의욕은 많아서 '저술, 제작, 디자인, 인쇄, 유통'  그 많은 걸 나 혼자 다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슈퍼맨도 아니고, 해본 적도 없는 걸 어떻게 혼자서 다 하겠는가. 그래서 혼자 다 하겠다는 생각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내가 못하는 걸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기로 했다.


나는 출판의 전반적 프로세스를 먼저 공부하고 익히기로 했다. 그래서 그를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독립출판 워크숍>을 신청해 듣기 시작했다. 호스트는 오래전부터 독립출판을 해온 사람으로, 편집부터 인쇄, 제작에 관해 출판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일러주었다. 4주의 출판워크숍을 들으며, 출판에 대한 그림을 상세히 그려가게 되었고, 막막함도 사라졌다. 인쇄, 제작 등에 대해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들은 그때 그때 마다 사람들에게 묻거나, 업자들을 찾아가며 물어서 해결해갔다. 마침내 일은 물살을 타고 진행되어 갔다.



두번째 목소리, "잘할 거 아니면, 시도도 마세요."


글을 쓰려고 하면 "잘 써야지, 누군가에게 울림을 줘야지." 라는 생각이 언제나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카피라이터 정철은 글쓰는 비결을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잘써야한다는 것에서 '잘'만 빼세요. 그럼 쓸 수 있습니다."


사실 잘하지 않고 '그냥' 하면 뭐든 쉽다. 그냥 하면 된다. 그런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부담감이 생긴다. 물론 '잘하겠다'는 고민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이로 인한 부담감으로 앞으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다면 문제가 된다. 이럴 땐 부담감을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도움이 된다.  부담감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 높은 기대로 생기는 마음의 짐이다.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주로 발생한다. 부담감을 다루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 잘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거리면서, 좋은 결과를 상상한다.

둘째, 기대를 낮추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다.


잘할 수 있다는 다독임이 통하지 않을 땐, 두 번째 방법을 쓰면 된다. 최악의 경우를 상상해서 부담감에서 벗어나는 거다. 앞서 부담감은 높은 기대를 받을 때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고 기대를 확 낮춰버리면, 부담감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FC 바르셀로나의 주전 골키퍼였던 '빅토르 발데스'는 매경기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골을 막아내야 하는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중압감을 다루는 자신만의 방법을 계발하게 된다.


“나의 중압감 극복법은 좀다르다. ‘모두 다 잘 될거야’ ‘나는 자격이 있어’ ‘꼭 이루고 말거야’ 꼭 이루고 말거야 등과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로 '내가 제일 못해. 최악의 상황이야.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거야' 라는 생각을 되새긴다. 중압감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따라서 앞날이 너무 불확실할 때,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걱정 될때, 기대가 부담스러울 때는 '괜찮을거야, 다 잘될거야'라고 말하기 보다, 바로 내가 가진 불행을 발가벗겨 폭파시켜버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책 <중압감을 극복하라> (빅토르 발데스 저) 중


몸을 날려 골을 잡은 빅토르 발데스 (출처:YabaLeftOnline)

모든 일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편해지면 결과에 대한 기대나 압박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지점에서 내가 가진 최고 기량을 발휘할 공간이 생겨난다. 부담감에 자주 짓눌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보았다.


 ‘내가 쓰는 글은 다 쓰레기야. 내게 뭔가를 기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 난 어차피 밑바닥이고, 뭐 하나 잘못 썼다고 해서 누구 하나 실망할 인간도 없어. 잃을 게 전혀 없는 몸이라고.'  


이렇게 대놓고 말하고나니,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속이 다 후련해졌다. 바닥이면 올라갈일만 남은 게 아닌가! 작가 김애리는 말한다.  

"좋은 글쓰기엔 다음의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누가 뭐래도 제멋대로 떠들겠다는 뻔뻔함과 바닥까지 감정을 드러내겠다는 솔직함이다."  이 점에서 나는 당당히 합격이었다. ㅈㅎㅎ



좌절, 부담감은 행동하는 자의 것


살다보면 위와 같은 좌절, 중압감, 부담감은 언제고 찾아온다. 사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이런 감정도 오지 않는다. 결국 좌절과 부담감도 도전하는 자들, 행동하는 자들의 것이다. 크게 꿈꿀수록 크게 깨질 수 있고, 크게 도전할 수록 크게 실패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만신창이가 될 각오를 하고 덤벼들 때도 필요하다.  바둑의 신으로 불리는 조훈현은 수없이 많은 압박감 속에서 대국을 치러냈다.  그는 책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이기기 위해선 먼저 수없이 져야한다.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어떤 상황, 어떤 상대 앞에서도 기가 죽어서는 안된다.
 어깨를 당당히 펴자.“아합!”하며 큰 소리로 기합을 불어넣자.
그리고 문을 열고 당당히 걸어 들어가자."


혼자서 다 해야한다는 욕심도 버리고, 잘 해야한다는 기대도 버리고

그냥 가보는 거다. 되면 좋고 안되도 좋고.





부담감을 다룬, 그 이후의 일들을  짧게 들려주겠다.


이후 나는 석달 동안 눈이 빠져라 작업해 원고를 마쳤다. 원고를  쓰고나서,   동안 하루에 10시간 이상 컴퓨터를 붙잡고 편집과 디자인을 진행했다. 이러는 동안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인디자인과 포토샵을 배웠고, 출판워크숍에 참가해 편집과 인쇄제작에 대한 기본기를 다졌다. 모르면 인터넷을 찾아보고, 업자들을 찾아다니며 물었다. 인쇄작업은 알아야할게 많아서 더 까다로웠다. 인쇄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이틀만에 200만원을 모금, 출판 비용을 모두 감당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만든 ‘라이프아티스트’ 출판사에서 내가 만든  <인생모험> 출판했다. 그리고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등과 계약해, 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만의 일이다. ^____________^  



아합! 덤벼라 세상아!! (출처: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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