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글리 Feb 19. 2021

내 나이가 어때서

지금 몇 살로 살고 있나요?           

Never too old!


얼마전 70세 영국 할아버지가 오로지 노를 저어 혼자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처남을 보고, '치료제 개발'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감행한 도전이었죠. 도중에 처남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할아버지는 10억에 가까운 모금을 이끌어내며 도전을 마쳤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이름은 프랭크 로스웰Frank Rothwell.  그가 타고 건넜던 보트엔 '네버 투 올드 Never too old'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프랭크 로스웰 할아버지 도전성공 인증샷 (제공 BBC)


네버 투 올드라...왠지 울컥해지더군요. 새해에 나이도 한살 먹은 참에, 그를 보고 '나이'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헌데 여러분은 나이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신가요?



나이에도 종류가 있다


나이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객관적 나이'로, 살아온 햇수를 따집니다. 두번째는 '생물학적 나이'로 몸의 상태를 측정합니다. 몸을 잘 관리한다면 실제나이보다 어리겠죠. 세번째는 '주관적 나이'로 내가 몇 살인가 스스로 느끼는 나이입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나이는 '객관적 나이'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나이는  '주관적 나이'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주관적 나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좋은 예가 바로 위 프랭크 할아버지입니다.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객관적 나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이들은 나이를 장애물로 인식하고 해가 갈수록 그 장애물은 높아져 갑니다. 객관적 나이로 살아가는 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나이'가 자주 핑계로 올라옵니다.  


'벌써 서른인데, 좋은 시절 다 갔네."

"이미 마흔인데… 다시 공부하긴 힘들어." 

"일흔인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주책이지."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저는 당연하게도 객관적 나이로 살아가는 쪽이었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좋은 시절은 간 줄 알았습니다. 서른만 넘어도 새롭게 커리어를 만들거나 시작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다니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길로 나서니, 나이에 상관없이 살아가시는 분들을 꽤 많더군요.  


일흔에 캠핑카를 몰고 전국일주 하는 할머니도 봤고, 여든에 배낭여행하는 영국할아버지도 만났습니다. 예순이 넘어 세계 트레킹길을 여행하는 부부를 보면서 '아,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여든이 넘어 모델을 시작한 중국의 왕덕순 할아버지는 정말 큰 충격이었죠. 왕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연극배우를 했지만 변변찮은 이력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 다시 극단을 시작했고, 쉰에 처음으로 피트니트 센터에 가서 운동을 시작합니다. 일흔이 넘어 제대로 몸을 만들어, 79살에 런웨이에 처음 섰습니다. 왕 할아버지가 사람들에게 일갈합니다.


"내 나이 여든,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절 믿으세요. 가능성은 탐험될 수 있습니다. 난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때, 그런 생각이 변명거리가 되지 못하게 하세요. 지금이 제 전성기입니다." 


왕덕순 할아버지 유튜브 영상


지금 몇 살로 살고 있나요?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런 분들을 떠올리면 힘이 불끈불끈 솟습니다. 스위스 베른대 연구진에 따르면, 놀랍게도 60~75세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합니다. 자존감은 4~11세부터 높아지기 시작해서 중년까지 완만하게 상승하는데 60세에 최고치에 이릅니다. 그리고 70세까지 이를 유지하다 서서히 낮아진다고 말합니다. 알고보면 코코샤넬이 패션계를 평정한 것도 71세, 로댕이 대성당을 조각한 건 68세였습니다. 경영학의 구루라 불리는 피터드러커도 60대 후반이 자신의 전성기라고 말했죠.   


이런 분들 덕분에 용기를 얻고, 저도 서른이 넘어서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커리어로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게 됐고, 코칭을 시작했고, 책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강연에 가서 나이를 이야기할 기회가 되면, 수강생분들에게 주관적 나이를 꼭 정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제 주관적 나이는 27살입니다. 뭔가를 배우기에, 시작하기에, 실패하거나 성공하기에도 딱 좋은 나이죠. 도무지 핑계를 댈 필요도 댈 수도 없는 나이입니다. 저의 객관적 나이는 매년 한 살씩 더해지지만 주관적 나이는 언제나 한결 같습니다. 죽을 때까지 저는 27살로 살아갈겁니다.  


여러분은 지금 몇 살로 살고 있으신가요? 

이참에 가장 기분좋게 살아갈, 

언제 도전해도 늦지 않는 나만의 주관적 나이를 정해보는 건 어떠세요?




참조 : <60~75세 '골든에이지'>, 고두현 논설위원, 20210210, 한경

          왕덕순 할아버지 영상 유튜브


매거진의 이전글 두려움의 경계를 한번 넘어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