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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n 25. 2021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려할 3가지 선택기술

후회없는 선택을 위한 질문법

인생의 갈림길에서


얼마전 지인이 십년 이상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다. 주변에서 걱정이 대단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공무원을 그만두는 게 말이 되느냐, 다시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사실 지인은 그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일년 휴직도 하고, 장기휴가도 다녀오고 부서도 바꾸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그만두는 건, 진짜 하고픈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죽공예'일을 너무 좋아했다. 가죽을 만지고 그걸로 지갑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뚝딱 뚝딱 뭔가를 만드는 일을 하면 '너무 좋다' 하였다.  그는 자기만의 공방을 만들고, 주문이 들어오면 오직 그를 생각하며 한땀 한땀 만들어갔다. 이렇게 사랑하는 일이 있지만, 생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원치 않는 일을 지난 수년 간 붙잡고 있었다. 앞날은 여전히 두렵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도 있지만, 어쨌든 그를 감당할 심산인 듯 싶었다.   



후회없는 선택을 위한 3가지 질문


누구라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에 뭘 먹을까부터 시작해 결혼, 퇴사, 이직, 자녀 교육 등 다양한 선택을 끊임없이 한다. 완벽한 선택을 원하지만, 모든 선택은 불확실성과 어느 정도의  기회비용을 안고가기에 후회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후회를 최소화 하는 선택을 하는 방법은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참고할 3가지 선택 기법들이다. 


1. [후회최소화 기법] 80살이 되었을 때 이 선택을 후회할까? 


이는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조스'가 쓰는 선택 프레임이다. 그는 재능보다 중요한 건 선택이라고 믿는다. 수많은 고민과 선택의 순간이 있을 때마다 '후회 최소화 프레임'을 따른다고 말한다. 이 프레임은 간단하다.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적는다. 그리고 아래 질문을 던지며 그를 상상해본다. 


“80세가 되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이 선택으로 얼마나 후회할까?”


이 프레임은 시야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손해가 아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가 치러야할 기회비용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원래 제프 베조스는 펀드매니저로 고액연봉을 받으며 잘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30살이 되던 해,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아마존을 창업한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그건 미친 일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장기적인 관점을 고려해  그냥 자신의 결정을 밀어붙인다. 훗날 어느 인터뷰에서 어떻게 창업을 결정했냐고 묻자 베조스는 이렇게 답했다. 


"쉽지 않았죠. 하지만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상상했어요. 노인이 되어 지금 나를 돌아본다면 실패하더라도 창업한 걸 더 후회할까, 같은 자리에 머물렀던 걸 더후회할까 하고요." 

그는 이후로도 나이 먹어서 후회가 가장 적을만한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결정을 극도로 쉽게 만들어주었다고 고백했다. 



2. [포기기법] 이 선택으로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가? 

선택이라고 하면 흔히 더 이득이 되는 것을 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결정을 미루거나 망설이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어느 것도 선뜻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에서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선택지 중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아는 일이다. 


이를 처음 알려준 건 동갑내기의 농부처녀였다. 대학 4학년 때 도보여행을 하면서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전공부>라는 농업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곳은 귀농자를 대상으로 농업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곳으로, 그곳에서 조선생을 알게 되었다. 조선생은 나와 같은 24살이었는데, 일찌감치 '농업학교의 선생'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 후회는 없는지 무척 궁금하던 차,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서 물어봤다. 조선생 왈,

"아쉬운 게 왜 없겠어요.  저도 도시에서 보통 친구들처럼 살고 싶죠. 그런데 여기선 서울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누릴 수 있어요. 별 보는 거, 좋은 공기 마시는 거. 작은 것들이지만 이런 게 더 귀하다고 느껴요. 그걸 아니까 추스리며 사는 거죠."

아쉬움은 있지만 포기한 것들을 감당하며 산다는 그의 말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다. 그는 선택할 때 무엇을 가장 고려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가르쳐주었다. 


"무엇을 얻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가? 그를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가?" 


포기 기법은 선택으로 인해 내가 치뤄야할 값은 무엇인지,  나는 그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아는 일이다. 그리고 나서 얻은 것의 만족감이 더 크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선택을 할 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자칫 결정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가 아니라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 


3. [결정제어 프로세스] 이 선택이 가져올 위험과 혜택은 뭔가?

연구에 따르면 탁월한 결정을 하는 데는 의사결정자의 직관이나 전문가의 분석보다 6배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프로세스’다.  결정할 때 적절한 프로세스가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의 수준을 결정한다. 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보 처리 용량을 줄이고 결정을 방해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처할 때면, 직관에 의존하거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지금 여기'에 매몰돼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여년 간 굵직굵직한 소방화재와 재난현장을 처리하며, 혼돈의 순간에 최선을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연구한 사람이 있다. 영국의 첫 여성소방대장인 '사브리나 코헨 해턴'이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10년동안 연구한 끝에,  '결정제어 프로세스'라는 사고기법을 만든다.  이 방법은 ‘목표점검- 행동예측- 혜택과 위험비교’라는 3가지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 이성과 직관을 동시에 작동시킴으로써  더 나은 결정으로 이끈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아래 3가지 질문을 재빨리 던져본다.  


1)이 결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2)이후 펼쳐질 구체적 상황은?

3)감수해야 할 위험과 얻는 혜택은?  


실제로 이 프로세스를 적용한 지휘관들은 직관에 의존해 결정한 지휘관보다 5배 높은 상황인식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 결정 훈련법은 영국의 소방구조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전 세계 긴급구조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세스는 신속하고 간단해서,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해볼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사소한 일에서도 큰 그림을 그려보는 습관을 기를 수 있고, 내 행동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미리 예측해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다이어트할 때 이 기법을 적용해 4킬로그램을 감량했다. 



주의!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름


선택에는 '태도'도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개념 중에 '조르바 세법'이란게 있다. 내 기준대로 살고, 생각대로 살고, 꿈을 찾아 살려는 사람들이 지불해야하는 대가를 말한다. 살고 싶은대로 사는, 그 좋은 게 공짜로 거져 올 리가 없다. 내 뜻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주변인들의 잔소리와 끝없이 이어지는 충고도 들어야 하고 이기적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서 얼마나 잘 살겠냐는 질투와 원망도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살고싶은데에 따르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내 인생을 즐기기 위해, 그렇지 못한 세상에 조금의 대가는 지불해야하지 않겠는가?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진다. 

대가만 지불하면, 무엇이든 내 걸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선택을 내린 지인에게,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에 선 모든 이들에게,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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