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정으로 내가 원한 삶이었나?
마케팅의 구루라고 불리는 세스 고딘이 이런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다음 휴가까지 며칠 남았는지 날짜만 세지 말고, 탈출하지 않아도 될 인생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한창 회사가 재미없을 때 그 말을 듣고, 피가 끓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체 탈출하지 않아도 될 인생은 뭘까? 다른 누군가가 될 필요가 없고, 도피처가 필요 없는 삶일 겁니다. 즉, 정말 원하는 삶이겠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저는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가끔씩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한 것이었나?' 솔직하게 물어보는 거죠. 이때 하기 좋은 활동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살지 않은 삶>을 써보는 겁니다. 이는 '조안 셀쩌'가 쓴 시 <내가 살지 않은 삶>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새로운 관점에서 내 삶을 바라보는데 좋습니다.
보통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기위해 <버킷리스트>를 많이 쓰시죠. 그것도 좋습니다만, '원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다보면 생각이 피상적으로 흐를 때가 많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라기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쓰게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저는 버킷리스트를 13살때부터 써왔는데요, 그것도 효과적이긴 했지만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데엔 이 방법이 좀 더 좋더군요. 버킷리스트보다는 좀 더 가볍게, 하지만 새롭게 내가 지나온 삶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내가 살지 않은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다보면 그간 내가 하지 않았던 것들, 하고 싶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이를 혼자 써도 재밌지만, 같이 쓰면 더 재밌습니다. 얼마전 함께 글쓰는 '수상한 북클럽' 모임에서 '내가 살지 않은 삶'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공통적으로 나온 것이 '마음껏 여행할 것을'이었습니다. 좀더 엉망진창으로 살아도 되는데, 너무 잘 살려고 너무 인정받으려고 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후회가 된다는 겁니다. 내가 살지 않은 삶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입니다.
사람들의 기대를 아주 대놓고 져버릴 것을
큰 일 운운하지 말고 아주 하찮게 살아볼 것을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났을 것을
결혼을 하지 말거나 아이를 덜 낳을 것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더 광적으로 열중하고 다른 일에는 덜 신경 쓸 것을
천문대를 더 자주 찾아가 밤하늘을 구경할 것을
착하다는 말 대신 이기적이라는 소리 들으며 살 것을
의리연애 따위 하지 말고 세 달에 한번씩 남자친구를 바꿀 것을
결혼전에 한번쯤 혼자 살아볼 것을, 동거도 해볼 것을
해뜨는 걸 보러 더 많이 산으로 바다로 다녀볼 것을
걱정할 시간에 놀기나 할 것을
대책 없이 한번 일 저질러 볼 것을
무작정 해외로 떠나 방랑자처럼 살아볼 것을
눈치 따위 보지 말고 좀 더 엉망진창으로 살 것을
더 빨리 탈선할 것을, 좀 더 빨리 망해버릴 것을
친구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내 줄 것을,
개또라이라고 손가락질받으며 살아볼 것을,
부모님과 좀 더 자주 통화하고, 맛난 것도 먹고, 여행도 더 많이 다녀볼 것을,
여러분은 '내가 살지 않은 삶' 을 생각할 때,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살지 않은 삶들을 떠올리다 보면, 그렇게 살지 않아서 아쉬운 것도 있고 오히려 다행인 것도 있고,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삶이 있습니다. 눈앞의 일에 연연하다보면, 중요하지만 종종 잊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잊지 않기 위해 가끔 해보면 좋은 활동입니다. 이번 주말에 시간 되실 때 한번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1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해보려고요.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가 자기 묘비명을 이렇게 써두었다고 하죠.
"우물쭈물 살다가 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즉 죽을 때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결국 하나뿐입니다.
지금 하거나 하지 않거나.
여러분은 하나 밖에 없는 내 소중한 인생으로, 오늘 무얼 해볼 작정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