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글리 Oct 24. 2021

한계가 가능성이 되는 순간

새롭게 도전할 용기가 나오는 곳

한계가 가능성이 되는 순간


저는 스스로 틀을 깨고 나아가는 자들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낍니다. 우연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을 봤다가 한소희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소위 빵 뜬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로 크게 주목 받았죠. 이후 예쁘기만 한 배우로 남을 수 있었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활용해 CF만 줄창 찍으며 보낼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대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처절한 액션신을 소화하는 배우로 분했습니다. 

<마이네임> 속 윤지우 역을 맡은 한소희 모습

그녀가 ‘예쁘다’는 틀에 갇히지 않은 게 흥미로웠는데요, ‘마이네임’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의 말입니다.  
 

작품을 설명하는 김진민 감독

“배우라는 존재는 외모, 가진 특성에 따라 한계를 많이 가진다. (그 때문에) 어떤 역할을 맡기도 하고, 못 맡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그 한계가 늘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그 한계를 스스로 뚫는 배우들에겐 한계가 바로 가능성이 되는 거고, 가능성에 안주해버리는 배우들에겐 그게 한계가 되어 버린다."

그는 배우를 만나면 딱 두 개를 물어본다고 합니다. "하고 싶어, 하기 싫어",  "연습할거야, 말 거야." 이 질문에는 가능성과 한계가 다 담겨있습니다. 만약 하고싶다고 해도 그건 가능성을 깨는 첫번째 지점에 불과하죠. 이후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건 본인의 몫입니다.

한계를 뚫으면 가능성이 되고, 가능성에 안주하면 한계가 된다는 흥미로운 해석에 여러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 '예쁘다, 멋있다, 귀엽다, 착하다, 세다, 털털하다'와 같은 틀이 한번 만들어지면 이를 깨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외부의 규정이 강해질수록 스스로도 그 틀에 갇히거나 안주하기 쉽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건, 자신을 둘러싼 틀을 깨고 영역을 넓혀 나가는 일과 같습니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잘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간다는 것. 거기엔 당사자의 엄청난 의지와 욕심, 욕구, 동기 등이 따라야 가능하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새롭게 도전할 용기가 나오는 곳


용기는 남들이 못하는 걸 해내는 힘이나 괴력이 아닙니다. 용기는 자신의 한계를, 자신을 둘러싼 틀을 깨고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 힘과 관계없고 능력과도 상관없습니다.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겠다는 그 마음. 그 마음이 의지를 만들고, 의지를 내는 순간 나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비슷하게 용기를 내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보로 여행할 때였는데, 3일째 되던 날 발톱이 빠져서 더 이상 걷기 어려웠죠. 남은 길이 300키로가 넘었는데  더 가기 어려웠습니다.  '이게 내 한계인가? 여기서 그만 둬야 하나?' 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내 한계를 깨기 위해서 도전한 길인데 힘들다고 그만두면,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까봐 두려웠던 거죠. 어떻게 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무심코 길 가에 세워진 자전거를 봤습니다. 순간 머릿속에 환해졌죠. 그래 걸어갈 수 없으면 자전거를 타면 되지! 남은 돈을 털어 그 길로 서울 집으로 버스를 타고 갔고, 타던 고물 자전거를 가지고 돌아와 멈췄던 지점에서 다시 길을 이어갔습니다. 자전거로 빠르게 간 덕분에 보름 여정이던 일정이 열흘로 단축됐죠. 걸을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든 가야한다는 의지를 내자, 자전거라는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의지가 있다면  한계를 뛰어넘을 용기와 방법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생겨난 용기와 방법이 막혀있던 상황을 뚫는 힘을 가져다 준다"고. 만약 용기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내 안에 그를 하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의 크기가 얼만큼인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힘이 나를 둘러싼 한계보다 작으면 나아가기 어렵지만, 그보다 크면 뚫고갈 수 있습니다. 벽을 넘어서는 순간 한계는 가능성이 되고, 안주하는 순간 벽은 넘기 어려운 한계가 됩니다. 길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확장되어 갑니다.  

여러분에겐 한계를 가능성으로 만든 순간이 언제 있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오만가지 생각을 다루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