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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Dec 20. 2021

변화가 찾아온다, 어떻게 해야 생존할까?

[북리뷰]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지금이 명백한 변화, 그것도 대변화의 시기다. 그런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여러모로 고민이 든다. 그래서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용어를 강조하고 실행에 옮겼던 인텔의 전설적 CEO인 앤드류 그로브 (Adrew S. Grove, 앤디 그로브라고 불림)의 책을 찾아보게 됐다. 


앤디 그로브는 인텔을 반도체 제국으로 만든 전설적 CEO다.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든 인물로 불리며, CEO로 재직하는 동안 인텔의 사업방향을 메모리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전환하는 경영혁신을 단행했고, 인텔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가 만든 경영방법론은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인텔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는지, 변화의 시기에 생존하고 성공하는 핵심 원리를 정리한 책이다. 여기서 '편집광'은 항상 깨어 있어 경계하는 사람 또는 그런 자세를 가리킨다. 


변화가 찾아온다, 어떻게 해야할까? 


인텔의 초기 핵심사업은 원래 메모리였다. 인텔은 메모리를 최초로 개발하고 이를 통해 성장의 기틀을 잡으며 79~80년에 메모리 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반도체 분야에서 승승장구하지만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한다. 일본 기업들이 저가 전략으로 반도체 시장을 잠식해왔고 인텔과의 품질 차이도 조금씩 좁혀가고 있었다. 인텔의 수익률은 급속도로 악화되어 갔다. 경쟁이 치열했지만 그래도 당시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주문이 밀려들었고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1984년 경기가 하락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어간다. 주문은 취소되며 재고는 쌓여가는 가운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위기였다. 인텔 내부에서 수많은 회의와 토론이 진행됐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적자를 감수하고 지금처럼 일본기업과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찾을 것인가?      


그로브는 훗날 1984년을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죽음의 계곡을 헤매던 절망적인 해로 기억한다. 그로브와 인텔은 어떻게 변곡점을 돌파했을까?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는 편이 좋겠다.  

    

1985년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의 1년 동안 목표를 잃고 헤매던 때, 나는 내 사무실에서 인텔의 회장이자 CEO인 고든 무어 Gordon Moore와 함께 진퇴양난의 상황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토론 분위기는 침울했다. 나는 창문 밖으로 멀리 보이는 그레이트 아메리카 Great America 놀이공원의 대관람차를 응시하다가 돌아서서 무어에게 물었다. "만약 우리가 쫓겨나고 이사회가 새 CEO를 데리고 온다면 그 신임 CEO는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무어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메모리에서 손을 떼게 하겠지." 나는 망연자실한채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과 제가 지금 문밖으로 나갔다가 새로운 사람이 되어 돌아오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메모리를 끝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지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143쪽     


근본적인 변화가 찾아오는 순간, 전략적 변곡점을 인식하라!


이처럼 어떤 사업에서 근본적인 것들이 변화하는 시점을 ‘전략적 변곡점 Strategic Inflecion Point’라고 한다.  이 변곡점은 기술변화 이상의 것으로 사업이 이뤄지는 방식의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그 변화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최후를 알리는 전조가 될 수도 있다. 그로브는 전략적 변곡점은 ‘구조, 사업방식, 경쟁방식이 옛 것에서 새 것으로 전환되며 힘의 균형이 이동하는 때’라고 본다. 이 변곡점에 슬기롭게 대처하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 문제는 이 전략적 변곡점이 언제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략적 변곡점은 대부분 ‘빵’하고 터지기 보다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오기 때문인데, 지나고 나서야 ‘아 그게 전략적 변곡점이었구나’ 알기 일쑤다. 


그래서 그로브는 수많은 징조 가운데 무엇이 전략적 변곡점인지를 판단하려면, ‘신호’와 ‘잡음’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다. 그를 위해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하는데 그중 하나가 ‘은제 탄환 테스트 Silver bullet test’이다. "만약 권총 속에 단 하나의 총알이 남았다면 수많은 경쟁자 중 누구에게 쏘기 위해 그 총알을 아껴둘 것인가?" 스스로 질문해본다. 이 질문은 누가 나의 핵심 경쟁자인지 밝히는 것이다.  그 답이 중구난방이거나 이전과 다르게 바뀐다면 그때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때다. 핵심경쟁자가 바뀐다는 건 뭔가 심각한 일이 진행중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로브는 전략적 변곡점인지 인식하는 데 아래 3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1. 핵심경쟁자가 바뀌고 있는가?

(경쟁자가 바뀌면 대개 심각한 일이 진행중이라는 신호다.)

2. 핵심 보완자가 바뀌고 있는가?

(중요했던 회사가 덜 중요해지거나 그 반대라면 산업의 역학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3. 주위 사람들이 갈피를 못잡듯 보이는가?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갈피를 못잡는 것처럼 보이거나 스스로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주변을 둘러싼 뭔가가 바뀌었다는 신호다.)



변곡점을 통과하려면 필요한 것


인텔이 메모리를 접고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이동하는데는 3년이 소요됐다. 80년대 초부터 이상이 감지됐지만 고든과 앤디가 결단을 내린 건 85년, 메모리사업을 철수하기 시작한 건 86년, 수익성이 개선될때까지 1년이란 시간이 더 소요됐다. 전략적 변곡점을 모두 통과하기까지 총 3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셈이다.  

 

   "전략의 변곡점에서 '점'은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그것은 점이 아니라 길고도 고통스러운 투쟁 과정이다."  


그로브는 전략적 변곡점을 ‘죽음의 계곡’으로 비유한다. 그만큼 통과하기가 어렵고,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죽음의 계곡을 잘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는 그곳을 통과하고 난 다음 돌아보았을 때 회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멘탈 이미지'를 명확하게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경영자가 해야할 일은 회사의 본질과 사업의 초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책에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정의하려면, 가지 않을 방향을 정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적어두었다. 이때 인텔은 메모리 회사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 회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었다.      

 


당신은 당신 커리어의 CEO다


고맙게도, 그로브는 마지막 챕터에서 기업이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전략적 변곡점을 다시 한번 풀어놓는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각 개인은 개별 사업체라는 생각을 나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 당신의 커리어는 곧 당신의 사업이고 당신은 그 사업의 CEO다. 대기업 CEO와 마찬가지로 당신은 시장의 힘에 대처해야 하고, 경쟁자와 맞서 싸워야 하며, 보완자의 강점을 활용해야 하고, 현재의 일이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늘 경계해야 한다. 커리어에 손상 가지 않도록 하고 경영 환경의 변화로부터 이익을 얻도록 스스로를 이끄는 것은 당신의 책임이다.” -위의 책, 275     


그로브는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2가지로 명확성과 신념을 꼽는다. 명확성은 나의 커리어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시각이고, 이는 다시 말하면 내가 커리어로 삼을 것과 삼고 싶지 않은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신념은 이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가 내가 원하는 곳에 다다르겠다는 결심이다. 


불길한 징조가 다가온다면 그를 위해 귀를 열어두고 변화를 위해 준비해야한다. 직면한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에 맞서기 보다는 그 흐름에 올라타라고 조언한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스킬 등 활용할 수 있는 걸 찾아내고, 무엇을 달성하고 싶은지 시각화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개인이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으로 몇 가지를 제시한다.    

  

 - 앞으로 2~3년 동안 산업의 성격이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 지금 당신이 속한 산업은 앞으로도 일하고 싶은 산업인가?

 - 당신의 고용주는 이 산업에서 성공할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 새로운 산업 지형의 커리어에서 당신이 발전시켜야 할 스킬은 무엇인가?

 - 당신의 커리어에서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는가? 


그로브는 “당신의 커리어가 당신의 사업”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만큼 내 커리어에서는 내가 방향키를 잡고 조정하는 CEO이자 선장이라는 말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하고, 그 비전에 헌신해야 한다. 둘 모두 버거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승자가 되는 편집광의 12가지 규칙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승자가 되는 편집광의 12가지 규칙

1. 항상 깨어 경계하고 대비하라 Guardian Attitude

2. 먼저 움직여라, 일찍 행동하라. First Mover, Act Early.

3. 최전선에서 일하는 카산드라의 말에 귀 기울여라. Listening to Cassandras

4. 패배의 두려움을 잊지 마라. Fear of Losing

5. 성공의 타성에 안주하지 마라. Inetia of Success

6. 말과 행동의 전략적 부조화 여부를 점검하라. Strategic Dissonance

7. 지위와 분야를 떠나 치열하게 논쟁하라. Vigorous Debate

8. 끊임없이 실험하라. Experimentation

9. 산업 구조의 새로운 멘탈 맵을 그려라. New Industry Mental MAp

10. 조직이 추구할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라. Clarity Imperative

11. 물적 인적 자원을 새 사업에 배치하라. Redeploying Resourses

12. 전략 계획보다 전략적 행동으로 조직을 리드하라. Leading Via Strategic Actions     

 



이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는데, 가장 읽을만한 부분은 챕터 5~8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인텔이 어떻게 전략적 변곡점을 넘어왔는지를 다룬 부분이다. 나머지는 딱히 와닿지 않거나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이라 빨리 넘겨봤다. 챕터 10도 볼만했는데, 전략적 변곡점을 기업 관점으로 풀어내다 개인을 대상으로 풀어내는 부분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지만 도움되는 질문이나 무엇이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부분이 있다. 인텔의 전략적 변곡점을 다룬 글과 책이 워낙 많긴 하지만, 당사자의 입으로 전해듣는 이야기의 맛은 있다. 사회 전반에서 변화가 진행되는 요즘, 어떻게 변화에 대처할지 생각해보기 위해선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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