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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an 07. 2022

그냥 서툴게 시작해버려요

뭐라도 하게되는 첫걸음

첫 시작은 기꺼이 바보되기


새해가 되면, 매달 첫날이 되면 뭔가 해보겠다고 결심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집근처 요가학원을 다니는데, 1월이 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등록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사라지죠. 시작은 쉬워도 그를 지속하는 건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원하는 만큼 잘 하거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잠재력 전문가 조지 레너드는 자신의 책 <달인>에서 배우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간단합니다. 기꺼이 바보가 되기만 하면 됩니다.” 그는 바보스러울 수 있는 자유가 성공을 위한 열쇠라고 이야기합니다. 기꺼이 어리석음을 허용하고 계속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힘든 게 바로 ‘내가 형편없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겁니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볼게요. 제 주변에 글을 쓰고 싶어하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글쓰기가 잘 되어 가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열이면 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쓰다보면 내가 너무 못 쓰는 것 같아서, 자꾸 그만두게 돼요.” 굳은 의지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해도, 자신의 형편없는 글을 마주할 때마다 도망가고 싶어지고 그만두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끝내 그만두게 돼죠. 열에 아홉은 그렇게 됩니다.  


글쓰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잘 쓰지 못하는 것’이며, 자신에게 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걸 발견하는 겁니다. 하지만 누구도 처음부터 노련하게 쓸 수 없습니다. 천재 작가로 유명한 브론테 자매들을 한번 예로 들어보죠. 


탁월함은 습관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등 손꼽히는 작품을 남긴 이들 자매들은 하나도 아니고 셋 모두 소설가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항간에는 그들이 어릴 때부터 글쓰기 천재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이 어떻게 소설가로 성공을 거두었을까, 살펴볼 수 있는 초기작품들이 공개됐습니다. 세 자매가 쓴 초기 작품들을 보면 천재의 징후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습니다. 기존 드라마 플롯을 베끼고, 캐릭터는 모조리 표절했으며, 유명작가의 문체를 흉내낸 데다 맞춤법마저 엉망이었죠. 그런데 브론테 자매들의 성공비결은 바로 이 다음부텁니다. 


이들은 자신이 잘 쓰든 못쓰든 아랑곳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글을 써내려갑니다. 이들은 글쓰기를 놀이처럼 여겼고, 게다가 매우 빨리 글을 썼는데 보통 20일에 단편 하나를 썼다고 합니다.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자매들에겐 글쓰기가 놀이의 일종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었죠. 어릴때부터 이런 훈련을 반복하며 세 자매는 모두 뛰어난 작품을 발표하는 위대한 작가로 거듭납니다. 이들을 보면 “탁월함은 습관”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브론테 자매들

저도 어찌하다보니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어릴 때 글 잘 쓴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스스로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글을 쓰는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어디에서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었고요. 그런데 제가 책을 너무 너무 너무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아주 좋아해서 몇 시간이고 앉아서 정신없이 책을 봤습니다. 그 때문에 매년 여름이면 엉덩이에 땀띠가 날 정도였죠. 처음엔 책만 보다가, 훔치고 싶을만큼 마음에 드는 글귀를 보면 그를 노트에 베껴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9살때부터 30년 동안 꾸준히 필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글이란 걸 쓰고 있더군요. 심지어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 수강생분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고민이 바로 내가 글을 못쓴다는 겁니다. 시작할때는 서투르고 엉터리인게 아주 당연한 건데도, 그걸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작하더라도 금세 그만둡니다. 그걸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서툴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냥 하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위 브론테 자매들을 통해 봤듯, 천재작가들도 처음엔 엉터리입니다. 누구라도 시작 단계에선 서툴고 바보같고 어리석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작에서 중요한 건 잘 하는게 아니라 일단 하는 겁니다. 글을 쓴다면, 손을 움직여 단어를 쓰고 문장을 하나씩 완성해가야 하는 것이죠. 운동을 한다면, 일단 몸을 움직여 근육을 움직여 주어야 합니다. 그림을 그린다면, 손을 움직여 내가 관찰한 것을 스케치부터 해야겠죠. 


시작은 언제나 서툴고 끔찍합니다. 관건은 얼마나 끈질기게 그걸 반복하느냐입니다. 참고 반복할수록 나아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글을 썼는데도, 지금도 글쓰는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잘 쓰려고 욕심낼수록 더 안 써집니다. 그때마다 늘 되뇌입니다. “서툴게라도 매일 쓰자. 내게는 엉터리를 쓸 권리가 있다.”  엉터리를 많이 써봐야 좋은 글도 나옵니다. 엉터리를 자꾸 만들어봐야 정말 좋은 작품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엉터리 글을 한 서 너개는 쓰고 나서야 정말 괜찮은 글 한편을 써냅니다. 매번 좋은 글을 쓰기는 어려워요. 거의 불가능하죠. 에이비스의 전설적인 CEO였던 로버트 타운센드의 말처럼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서툴게라도 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어딘가로 가고 싶다면 먼저 길을 떠나야 합니다. 뭔가를 잘하고 싶다면 서툴게라도 시작해봐야 합니다. '머리를 집어넣으면 몸통을 따라들어간다' 는 말처럼 어떻게든 시작하면 나머지 일들도 따라 진행되게 되어있습니다. 하고싶은 게 있으면, 서툴게라도 시작해버리세요. 서툴다는 걸 인정하고, 하지만 아랑곳하지 말고 그냥 계속하세요. 그리고 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겁니다.  올 한해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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