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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Oct 07. 2022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당장 답을 알 수 없을 때

내 인생의 길잡이 찾기

롤모델의 중요성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롤모델'이 누구인지 즐겨 묻는다. 롤모델(Role model)은 자신의 일이나 삶에서 담고자 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말로, 그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가 누구를 좋아하며, 무엇에 끌리고, 어떤 부분에 존경심을 품는지가 롤모델 안에 담겨 있다. 따라서 롤모델을 보면 그가 삶에서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가치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욕구)도 짐작해볼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로 자리매김한 워렌 버핏이 있기까지는 그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영향이 컸다. 그레이엄은 버핏을 가치투자의 세계로 이끌고, 좋은 투자가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버핏은 "여러분의 영웅이 누구냐에 따라 앞으로 여러분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자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 (이미지출처: 증권플러스 인사이트)

롤모델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사회학자 로버트 K 머톤(Robert K.Merton) 이다. 그는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귀감이 될만한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가운데 롤모델이라는 용어를 썼다. 개인이 선택한 롤모델은 개인의 직업 선택이나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롤모델은 바람직하고 올바른 인생관과 인격, 태도를 갖추고, 그렇게 살고싶게끔 자극을 주는 특정인들이다. 실제 인물일 수도 있고, 소설이나 영화속의 가상인물일 수도 있다. 롤모델을 내 인생에 끌고오는 방법은 이 질문으로 시작된다. 


"만약 그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 

내가 롤모델로 삼았던 인물 중 하나였던, 구본형 선생 역시 자신의 롤모델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대학에서부터 존경했던 스승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회고하며, 책<깊은 인생>에 이렇게 썼다.  


"내 삶의 한 모퉁이를 돌 때마다 그분은 거기 서 계셨고, 내 인생의 갈림길마다 나는 그분에게 내가 갈 길을 물어보곤 했다. 물론 직접 찾아가 물어본 것은 아니다. 갈림길과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는 이 질문을 꼭 했고, 그래서 이나마 내 길을 즐기며 걷고 있는 것임을 안다. 지금도 이 질문은 계속된다." 


나의 롤모델은 여러 명이다. 가상인물도 있고 실제인물도 있으며 시기별로 다르다. 초등학교 때는 광개토대왕과 김삿갓, 셜록 홈즈를 아주 좋아했고 청소년기에는 소설속의 인물이었던 제갈공명과 장무기와 캔디, 시인 류시화와 가수 서태지도 좋아했다. 그들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어떤 키워드를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광개토대왕의 성장과 확장력, 김삿갓의 글재능, 셜록홈즈의 추리력, 제갈공명의 전략, 장무기의 인의로움, 캔디의 긍정성, 류시화의 영성, 서태지의 도전과 실험정신.. 그들은 내가 장착하고 싶은 무기 혹은 가능성을 살아내었던 인물이었고 내게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후에도 나는 수많은 롤모델을 만났고, 그 중에서도 구본형 선생은 오래도록 롤모델로 내면에 자리했다. 그는 나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가능성을 꽃피워낼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나는 "가슴을 열고 욕망이 흐르게 하라. 생긴대로 살아가야 한다. 타고난 자연스러움으로 나를 표현해야 한다."고 말하며 살아가는 그를 무척 닮고 싶었다. 


나는 롤모델을 통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을 통해 다양한 답을 보았고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상상이 가능해지면 좀더 대담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고, 내 길을 가볼 용기가 생겨났다.



진정한 롤모델의 힘


'동일시 작용'이란 게 있다. 자기가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의 태도, 가치관, 행동 등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가는 과정을 말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사람의 행동과 말투, 사고방식을 닮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게 나다니엘 호손이 쓴 소설 <큰바위 얼굴>이다.  

러시모어 산의 큰바위 얼굴.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롤모델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꼽았다. 미국 아칸소주에서 유복자로 태어난 소년 빌은 16세때 백악관을 방문해 존F케네디를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을 통해 정치가가 될 것을 결심했고, 30년후, 42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학생대표로 백악관을 방문해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장래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마주할 때 두려움이 일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이미 그 길을 걸어간, 자기만의 답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들은 새로운 차원의 삶을 보여준다. 또 진정한 롤모델은 내가 원하는 길을 이미 가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영감을 얻고 두려움을 상쇄하는 효과를 준다. 그래서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진짜 자기를 찾으려면, 영적인 지도자나 스승을 따르라고 말한다. 진정한 롤모델은 내면의 깊은 열망을 끌어내 기어코 ‘진정한 나’를 만나도록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꽃피우지 못한 가능성을 이미 활짝 피워낸 사람들, 

내가 아직 꿈만 꾸고 있는 삶을 이미 살아낸 사람들,

내가 아직 써내려 가고 있는 답을 이미  찾고 자신의 삶에 녹여낸 사람들,

그들이 진정한 롤모델이다. 


당신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그들의 어떤 점이 당신의 마음에 들어오는가? 

그들의 무엇을 가장 닮고 싶은가?

이 답들이 나의 가능성에, 삶의 방향성에 대한 좋은 힌트이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롤모델이 있다면 그들을 리스트로 만들어보자.

실존하는 인물이라면 연락을 해서 인터뷰를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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