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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24. 2022

불안의 양면성

불안감을 에너지로 활용해볼 몇 가지 방법

오늘은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며칠동안 불안감을 느끼게 된 일이 있어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많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직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진 않았지만 이대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공유합니다.



불안한 사람이 성공하는 이유     


불안의 시대다. 현대를 불안사회라고 할 정도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엔 9만여명, 2016년 13만여명이던 공황장애 환자는 2020년 20여만명으로 늘었다. 6년 동안 2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불안장애를 호소하거나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불안지수가 높으면 활동이 제한되고 삶의 질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불안으로 인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는 이들도 있다. 유현준 건축가는 불안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며 불안감을 성취동기로 꼽았다. “내가 건축일을 할만한 재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인데 내가 할 수 있겠나’ 하는 불안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엄청난 디테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 역시 불안을 자신의 동력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내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일 들 때 공포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담아내고 싶은 이미지를 카메라로 그대로 옮겨낼 수 있을지, 콘티가 제대로 작성될지, 배우가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어떡할지, 끊임없이 걱정에 시달리고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궁극의 공포란 영원히 해소되지 않는 것이므로 그냥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비교적 높은 불안감이 꼽히기도 했다. 불안감이 높은 사람들에겐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 새로움 추구 (newness seeking) 성향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

둘째, 중독적 성향 (addictive personality) 성향으로, 뭔가에 꽂히면 끝장을 보아야 한다.    

  

불안감이 높으면 가만히 있는게 어렵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그에 대해 강력하게 몰입하면서 뭔가를 만들어내면서 그를 해소시키며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그를 끝까지 하며 성취해내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성공하기 쉬운 성향이기도 하다.  

가만보면 이 ‘불안’이라는 감정에는 실패와 성공의 요인이 모두 들어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불안으로 인해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지만, 누군가는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하거나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흥미가 이는 궁금해졌다.


대체 불안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불안은 인간의 행동원리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원리를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모두 ‘불안’에 의해 움직인다.”


즉, 불안이 인간의 기본적인 원동력이란 뜻이다. 오늘 하루 무사할지,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을지, 내 가족을 보호할 수 있을지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며 인간은 수만 년을 살아왔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갖가지 도구를 만들었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짐승들에게 습격당할까, 불안감으로 나무 위에서 잤고 그러다 집을 지어 사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진화심리학에서는 불안이 ‘두려워하는 마음’과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을 함께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불안은 없앨 수가 없다. 불안은 불확실성 접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애초 우리네 인생이 ‘불확실의 연속’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한 불안을 없앨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불안을 더 잘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갈 지혜를 터득하는 편이 옳지 않은가? 그래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고 찾아봤다.

    

  

불안감을 활용할  가지 방법

   

방안 1. 불안은 에너지, 그를 활용할 수 있도록 대응력 키우자!     


심리치료사 크리스 코트먼 박사는 불안을 에너지로 보았다. 자신의 책 『불안이라는 자극』에서 “성장은 시련을 성공적으로 이겨냈을 때 생기는 부산물이다. 시련이 없으며 성장도 없다. 따라서 불안은 성장의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크리스 박사는 누구나 불안 에너지를 성장 자극으로 바꿀 수 있다. 불안 에너지를 이용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그러자면 먼저 불안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불쾌한 일이 예상되거나 위험이 닥칠 것처럼 느껴지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로 정의한다. 책 <아들러의 감정수업>에 보면 불안은 “위험요소는 과대평가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과소평가하면 불안에 빠지고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진다는 가정 하에 행동할 때 생긴다.”고 나온다.


결국 위기를 과대평가하고 해결능력을 과소평가하면 힘의 불균형이 생기면서 불안감이 생긴다. 나의 경험을 돌아보면 내게 결정력이 없을 때나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 불안감이 많았다. 결국은 '자신을 신뢰하는 정도'에 따라, 불안을 삶의 동력으로 사용하거나 혹은 불안에 휘둘려 일을 그르치는지가 가름되는 것 같다.  

        

방안 2. 불확실을 견디는 방법, 글을 쓰라!     


황제이면서 철학자로 불렸던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마 5현중 하나로 꼽히는 그는 젊은 시절부터 스토아학파에 열중했다. 특히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는데 그에 대한 기록은 그가 남긴 <명상록>에 잘 드러나 있다.  

    

<명상록>은 아우렐리우스가 게르만족과 전쟁을 하는 동안 매일같이 기록했던 깨달음과 원칙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생사를 오가는 전장터에서 끊임없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삶의 목적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인생이라는 정글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아니라 참여해서 풀어갈 수 있는 실험이라고 보았고, 그러자면 외부에서 확신을 구하는 게 아니라 내면에서 그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우렐리우스에게 있어, 글쓰기는 그에게 있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살아가는지를 일깨워주는 도구였다.

     

언제 죽을 지 모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의 시간 속에서 아우렐리우스는 심리치료를 받는 대신, 글을 쓰며 마음을 다스렸다. 독일 철학자 레베카 라인하르트는 그를 가리켜 "글쓰기는 두려움 때문에 미치지 않고 그 순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켜준 명상훈련"이었다고 말한다. 그 덕분에 위험한 순간에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글쓰는 순간에 온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고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가  처해있는 지금 이 상황,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들을 가감없이 써내려가면서 우리는 나와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김영하 작가는 “어떤 상처나 두려움도 글을 쓰다보면 그 감정위에 올라서게 된다”고 말했다. 불안하다는 감정을 적고나면 오히려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도 그 이유다. 개인적으로도 글쓰기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방안 3.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불안은 현재에 집중하지 않을 때 생긴다. ‘실패하면 어쩌지, 잘못되면 어쩌지, 내가 계획한대로 안되면 어쩌지’라는 미래의 고민을 미리 당겨서 생각할 때 불안함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실제로 현실화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의 탐 보르코벡 연구진은 “걱정거리의 79%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고, 16%의 사건은 미리 준비하면 대처할 수 있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즉, 걱정이 현실화될 확률은 고작 5%, 이것도 내 능력이 아니라 천재지변같은 외부환경 때문일 수 있다. 그러니 불필요한 생각을 덜어내는 게 필요하다. 생각을 덜어내는 활동으로는 운동과 명상만큼 좋은 게 없다.    

  

뇌는 현재에 집중할 때 황홀함과 함께 몰입감을 선사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무아지경의 상태 속에서 생각조차 사라진다. 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이 생각인데, 이 생각 자체가 없어지면 불안감이 생길 여지가 사라진다. 따라서 최대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불안을 무찌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안일 수 있다.      


미루면 미룰수록, 마치 복리이자가 붙듯 불안이 더해진다는 걸 우리 모두 경험해봐서 알지 않는가. 불안감은 생각할수록  두터워지고, 행동할수록 옅어지는 특성이 있다. 불안할 때 오히려 책상 앞에 앉아서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일을 하는 것이 더 낫다. 다가올 강의로 마음이 불안해질 땐, 뭐가 부족한지 더 공부하고 강의 자료를 더 다듬으며 일에 집중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면 불안이 점차 가라앉고 자신감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불안할 때마다 내가 주문처럼 외는 말이 있다. 일전에 구본형 선생님이 해준 말이다.


“두려움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흥분의 다른 말이며,
불안은 살아있음을 계속할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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