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마인드코치' 란 직업이 있습니다. 선수가 심리컨디션을 최고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전 스케이팅 국가대표였던 김동성 선수 말에 따르면, 안톤 오노에게는 이 마인드 코치가 항상 따라다녔다 하죠. 그는 경기 전에는 ‘니가 최고다’며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경기 결과가 나쁘면 '그래도 잘 했어. 오늘 출발이 정말 좋았어' 라고 격려하며 실패를 빨리 잊도록 도왔습니다. 그래서 감정에 빠지지 않고, 바로 다음 경기에 집중하게끔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한 달간 포도단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몸을 바꾸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단식 9일째 되던 날 몸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몹시 우울해져서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회의가 들었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이제 그만둘까?' 하던 차, 저의 스승이던 구본형 선생이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격려 없이 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없이 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멀리 갈 수 있어."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위로해주길, 누군가가 인정해주길 기다리고만 있었지, 스스로 격려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거든요.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걸, 내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랐지, 스스로 알아준다는 생각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돌아보니, 자신을 가장 믿지 못하고, 비난하는 건 나였더군요. 그래서 조금만 힘들어도 제풀에 엎어지거나 조금만 실수해도 견디지 못해 그만두곤 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나를 믿어주고, 나를 응원해줄 마인드 코치가 그 누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면,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스탠포드대학교 최초로 행복학 강의를 개설한 에마 세팔라 교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가진 안타까운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족한 부분을 더 크게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심지어 자신에게 ‘엄격’한 것을 자랑처럼 여긴다는 겁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가장 혹독한 ‘자기 비판자’가 되는 것이죠. 혹독한 자기비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에너지가 소진되며,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완전히 멈추게 합니다.
에마 세팔라 교수는 행복하기 위해선 자기비판이 아니라 '자기연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자기연민은 실수나 실패할 때 스스로에게 혹독한 비판을 가하는 대신,‘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고 말할수 있는 능력입니다. 실제로 자기연민을 실험한 결과, 옥시토신호르몬이 분출되면서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12% 높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는 편인가요? 자기비판인가요, 자기연민인가요? 저는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자기비판쪽입니다. 실수하거나 일이 잘못되면, 자책하고 ‘왜 안 됐을까, 왜 못했을까’ 분석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어요. 심리적 부담 탓에 다음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죠. 실수에 연연해하는 저야말로 마인드 코치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날 격려해주고, 넌 할 수 있다고 믿어주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말이죠.
아프리카에 ‘바벰바’라는 부족이 있습니다. 이들에겐 특별한 용서법이 있는데, 누군가 잘못을 하면 그를 광장에 불러 앉힌 뒤 모두가 그를 에워쌉니다. 그러고는 돌아가며 그에게 칭찬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그가 과거에 했던 선행 미담, 장점을 쏟아내는데, 이런 ‘칭찬샤워’는 위축된 이의 마음을 회복시키고 다시금 일어설 용기를 주었다고 합니다. 이들처럼 실수할 때마다 나에게 비난을 퍼붓는 대신 칭찬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잘 해온 것들을 되새겨주며, 용기를 듬뿍 넣어주는 거죠.
“에이, 조금 실수 한 걸로 복잡하게 만들지 마. 좋아하는 걸 충분히 했으면 된거야.”
“또 거절 당했어? 그럼 앞으로 두번 만 더 거절당하면 되겠네. ㅎㅎ 어차피 이런 경험이 쌓여서 뭔가가 만들어 지는거라고.”
"괜찮아. 지금 내게 상처주는 사람들은 내가 더 강해지도록 만들뿐이야. 앞으로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일만 남았네."
“주저하다 기회를 놓쳤어? 걱정 마, 더 나은 기회가 오게 될테니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자신감이 바닥이 나는 날이면, 앞으로 이렇게 말해줄 참입니다. “오늘 힘들었지? 네가 흘린 피, 땀, 눈물을 난 알고 있지. 오늘도 정말 수고많았어!”
인생은 누군가에게 박수받으면서 걷는 꽃길이기보다는 스스로 힘내서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에 가깝습니다. 남들의 인정도 중요하고 격려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그를 늘 받을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정말 격려가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오히려 혼자인 경우가 많지 않나요? 누구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네 방식은 틀렀다'고 '넌 잘못됐다'고 해도 결정은 내가 하는 겁니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거나 책임져주지 못합니다. 결국 선택도 내가, 책임도 내가, 행동도 내가 하는 겁니다. 그런 나를 내가 알아주지 않으면 누가 알아주나요? 스스로 인정할 때 진정한 힘이 나옵니다. 스스로 격려할 수 있어야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젠 내가 나의 마인드코치가 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나를 격려하고,
그 누구보다 크게 고함질러 나를 응원하는 겁니다.
난 누가뭐래도 다시 일어설거고, 결국 다 잘 될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