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특별한 재능이 있을까? 의심이 든다면
최근 지인이 내게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자신을 알고 강점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정말 신물난다고 했죠. ‘자신을 알게 되었는데 만약 별볼일 없는 재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더 불행하지 않겠는가?’ 라는 게 그의 항변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만약 비슷한 생각이라면, 오래전 인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비쉬누라는 유명한 도둑이 있었다. 어느날 비쉬누는 내노라하는 부자집에 들어가 작지만 값나가는 진귀한 보석을 훔친다.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다. 빠져나오는 길에 그만 문지기들에게 들켜버렸고, 밤새 추격전이 벌어졌다. 급박하게 쫓기던 비쉬누는 골목길을 지나다 곤히 잠든 거지를 발견하고 그의 주머니 속에 보석을 숨겼다. 나중에 다시 와서 찾을 속셈이었다. 하지만 비쉬누는 문지기와 몸싸움을 하던 중 죽게 되었고, 보석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졸지에 큰 부자가 된 건 거지였다. 다음 날 잠에서 깬 거지는 보석이 자기에게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구걸로 연명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구걸하며 살아간다. 평생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보석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거지는 보석을 품은 채, 결국 거지로 죽고 만다.
과연 우리는 거지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누가 내게 보석을 넣어준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탤런트Talent’ 라는 신이 준 보물이 있죠. (신약성서에 따르면, 탤런트는 '달란트'로 하느님이 인간에게 준 재능을 의미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이 세상에 재능이 없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재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뭔가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나요? 흔히 재능있다고 하면 머리가 남달리 좋거나,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특별히 뭔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70년 이상 재능과 강점을 연구해온 미국 갤럽이 정의는 그와 조금 다릅니다.
재능Talent은
‘타고난 대응, 감각, 행동 능력의 반복적 패턴’으로,
나도 모르게 반복적이고 자동적으로 행하는 일
때로 재능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열에 여덟은 자신을 재능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제 재능이라고요? 저한텐 너무 당연한 건데요!!" 그게 재능의 특성입니다. 나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들이요.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어서 너무 당연하고 때문에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정리컨설턴트이자 ‘곤도 마리에’의 예를 살펴보죠. 그녀는 어릴 때부터 정리하고 청소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정리의 여왕이 되었고, 나아가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재능이 없다고 여긴다면 그건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때로 재능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오죽하면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조차 자신을 두고,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열렬한 호기심이 있을 뿐”이라고 했겠습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특별한 재능’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게 있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재능’을 찾는 일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평범한 재능을 특별하게 만든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다리를 가진 사람으로 꼽힙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나 한 살에 두 다리를 절단합니다. 이후 의족을 끼우고 생활하지만 뛰는 걸 좋아해서 육상선수가 되었죠. 그리고 1996년 애틀란타 패럴림픽 육상부문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녀는 2015년 피플지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으로 선정되었고, 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족을 끼고 패션쇼에 서는가 하면, TED에서 강연도 했죠. 여러 활동을 통해 그녀는 다음 메시지를 전합니다.
"결함으로 여겨지는 것들과 우리의 위대한 창조적 능력은 동반자 관계입니다.
역경을 부정하고 피하고 숨기는데 공들이기보다,
그 안에 감춰진 기회를 찾는데 공을 들이세요."
하지만 내 안에 얼마나 빛나는 보석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강점코치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겉보기엔 멀쩡히 일하고 아주 잘 살아가는 듯 보이는데, 내면으로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싫어하고 깎아내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나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열등감이 심했습니다. 도대체 뭘 잘하는지, 잘 하는 게 있기나 한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남보다 유달리 뛰어나 보이는 구석이 없었거든요. 참다못해, 많은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신이 까먹지 않았다면, 내게도 재능 하나쯤은 주지 않았을까?'
재능과 관련된 책과 자료를 계속해서 찾아 읽는 한편, 스스로를 관찰하는 데도 공을 들였죠. 뭐 하나 괜찮은 구석이 보이면 '장점노트'에 다 적어두었고, 누가 칭찬이라도 해주면 '칭찬노트'에 또 적었습니다.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시 보려고 노력하면서, 의외로 얻은 게 많았습니다.
열등감에서 시작된 이런 활동으로 재능에 대해 한층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이는 ‘내 안의 강점발견법’ 을 다룬 책(≪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2010))을 공저로 내는 걸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남들의 재능을 찾아주는 ‘강점코치(Strengths coach)’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재밌죠? 저는 이제 제가 무얼 잘하는지, 어떤 재능이 있는지 명확하게 압니다. 강점코칭 일을 하는 도 제가 가진 재능을 잘 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저에게는 사람들이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를 끌어주는 재능이 있거든요.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많이, 더 잘 쓸 수 있도록 연구합니다.
20년 넘게 재능에 대해 연구하면서 알아낸 것 중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 모두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우리가 그를 쉽게 잊어버릴 뿐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걸 잘 못 볼 뿐더러, 아주 많이 잊고 삽니다. 우리가 진짜 걱정해야할 건,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재능을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겁니다. 내가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 혹 있지 않은지 염려해야 합니다. 확신컨대 신이 준 보물- 재능없이 태어난 인간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에 '죄'를 뜻하는 말이 여러가지가 나오는데 그 중 '하타hatah'가 있습니다. '하타'는 히브리어로 '과녁을 빗나가다, 실패하다'는 뜻입니다. 서울대 배철현 종교학 교수에 의하면, 고대 유대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알지 못하고, 그 길에 들어섰더라도 게으름을 피는 것을 두고 '하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자신이 당연히 가야할 길로부터 이탈하는 것, 자신의 가능성을 다 쓰지 못하는 것 역시 크나큰 죄였다는 게 가슴을 치고 들어옵니다. 나는 얼마나 나의 가능성을 쓰고 있는가, 혹 부정적 평가로 스스로를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게으름으로 덜 쓰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볼 일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찾는 일은, 번쩍 번쩍 빛나는 것이나 어떤 특별함을 발견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가진 부족한 점, 당연한 점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하죠. 거기에서 나다움도 나옵니다. 따라서 내가 누구인지 진정 알고 싶다면, 나다움을 찾고 싶다면 다음 공식을 기억하세요.
[부족함 + 당연함 = 특별함]
특별한 걸 찾으려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기에 당연한 것들, 그리고 나의 부족한 것들을 찾아가는 게 빠릅니다. 내가 가진 '부족함'과 '당연함'이 모여, 나만의 '특별함' 을 만들어낸다는 걸 기억하신다면, 재능을 찾아가는 출발점을 잘 잡으시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디밴드 '배드 테이스트'의 노래에 나오는 다음 가사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가끔씩 나의 모자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아무 생각없이 야호해.”